지난해 대비 국어, 수학 가형 어려워, 수학 나형, 영어 평이
전문가들 “코로나19로 인한 긴장감 영향 있었을 것”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3일 시행됐다. 올해 수능은 전반적으로 평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입시 전문가들은 국어영역과 수학 가형이 유독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42만6334명으로 역대 최저 인원을 기록한 가운데 지원자 중 6만4648명이 결시하면서 결시율 또한 최고로 높았다. (사진=한명섭 기자)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3일 시행됐다. 올해 수능은 전반적으로 평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입시 전문가들은 국어영역과 수학 가형이 유독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42만6334명으로 역대 최저 인원을 기록한 가운데 지원자 중 6만4648명이 결시하면서 결시율 또한 최고로 높았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홍근 기자] 3일 실시된 ‘2021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전반적으로 평이했다. ‘킬러문제’ 등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제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킬러문제가 적었다는 것이 ‘물수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어영역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쉽거나 비슷했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나온 것과 달리 가채점 결과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게 나타났다. 국어와 수학 가형은 지난해보다 어려웠고, 수학 나형과 영어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정 영역이 어려웠다는 평이 나오는 상황에서 등급컷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사정까지 더해져 혼란이 다소 큰 양상이다.  

■“쉬웠다”는 전문가 예상, 엇갈린 가채점 결과…국어영역 1등급컷 87~89점 = 1교시 국어영역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교사·입시전문가들은 지난해 수능에 비해 비슷하거나 쉬웠다는 예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가채점 결과 지난해 원점수 기준 1등급컷 91점보다 2~4점 낮은 87점에서 89점이 1등급컷으로 제시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시험 직후 대교협 대학입시상담교사단(이하 상담교사단)은 수험생들의 체감난이도가 높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유형과 고난도 문제가 적어 지난해 수능이나 6‧9월 모의평가보다는 쉽거나 비슷했다는 전망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난이도를 낮춘 것이란 분석도 많았다. 

수능 출제위원회도 “문항의 형식을 복잡하게 만들기보다 평가 목표에 충실하게 출제하고자 했다”고 했다. 다양한 분야의 글에 대한 독서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는 한편 학생들의 시험 준비 부담을 덜기 위해 EBS 교재‧강의와 문제 간 연계율을 70% 이상으로 출제했다고 덧붙였다. 

입시기관들도 전반적으로 “평이했다”고 분석했다. 학생들이 어렵게 느꼈을 고난도 문항으로 독서 36번이나 문학 40번 문항을 꼽은 것도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가채점 데이터가 쌓이면서 얘기는 달라졌다. 수능 직후 입시기관들은 1등급 커트라인예상 점수를 87~89점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수능 1등급 원점수인 91점보다 무려 2~4점이나 낮아졌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꽤 높았다는 것이다. 메가스터디‧비상교육‧유웨이‧이투스‧진학사 등은 87점을 1등급 컷으로 예상했고, 대성‧스카이에듀는 88점, 종로학원은 89점을 예상했다. 

예상과 다른 가채점 결과를 받아본 전문가들은 이전과 달라진 환경이 학생들의 문제풀이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었을 것으로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긴장감, 낯선 환경, 1교시 징크스 등이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를 높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학 가형, 중간 난도 문제로 ‘변별력’ 높였다 = 수학은 유형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평가가 나왔다. 이과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가형이 어려웠던 반면, 문과 학생들이 응시하는 나형은 평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가형은 킬러문항의 난도가 낮아졌지만, 중간난도 문항들이 복잡한 계산을 요하면서 전반적인 난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2교시 시험 직후 상담교사단은 수학 가형의 경우 작년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위권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더 높았을 것으로 봤다. 김정환 혜화여고 교사는 “가형은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중위권은 시간 안배가 힘들었을 것이고 상위권도 기하 문항이 미적분 관련 문제로 출제돼 까다롭게 느꼈을 수 있다”고 했다.

입시기관들의 분석도 일치했다. 가형 1등급 커트라인을 92점으로 예상했다. 다수의 입시기관들은 수학 가형이 변별력을 갖춰 출제됐다는 데 입을 모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가형은 최고난도 문항의 난도를 낮췄지만 킬러 문항 이외에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가 다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위권과 중위권 간에 체감 난이도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반면 수학 나형은 쉽게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 나형이 유독 어렵게 출제됐던 만큼 올해 수능은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졌을 것으로 평가했다. 9월 모의평가에 비해서도 쉬웠다는 평이다. 오수석 소명여고 교사는 “나형은 2점, 3점 문항이 지난 수능 이나 올해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하게 출제된 부분이 다수 있어 수험생들이 친숙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시기관들은 나형 1등급 예상 커트라인을 88~92점으로 내다봤다. 대성‧비상교육‧스카이에듀‧유웨이‧이투스가 88점을 예상했고, 메가스터디는 89점, 종로학원과 진학사는 92점으로 가장 높게 예상했다.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평을 듣는 지난해 수학 나형 1등급 컷이 84점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았음을 알 수 있다. 

■영어, 9월 모의평가보다는 확실히 “쉬웠다”…지난해 수능과 성적분포 비슷할 듯 =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영역은 지난해 수능에 비해 비슷하거나 쉬웠던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쉬웠다고 평가되는 6월 모의평가보다 쉽다는 분석도 있다. 90점 이상이 1등급을 받는 절대평가로 지난해 1등급 비율이 7.43%였던 데 비해 올해도 7~8%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상담교사단은 영어영역을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웠고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유형과 고난도 문제가 적어 중위권 학생에게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느껴졌을 것으로 분석하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분포를 예상했다. 

출제본부도 영어 영역의 지문 소재를 분야별로 균형 있게 출제해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수험생이 진학하고자 하는 계열에 따라 불리하지 않도록 지문을 안배했다는 뜻이다. 

입시기관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EBS 교재와 연계한 문제나 지문 유형이 다수 있었고 평소 수험생이 어려워했던 고난도 문제도 비교적 쉽게 나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담교사단과 입시기관은 33번, 34번, 39번 문제를 중‧상위권을 가르는 변별력 있는 고난도 문제로 꼽았다. 

한편 올해 수능이 비교적 쉬웠다고 평가받는 6월 모평보다도 쉬웠다고 평가하는 일부 입시기관은 1등급 비율을 10%대까지도 내다보기도 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은 7.43%다. 올해 6월 모의평가는 8.73%, 9월 모의평가는 5.57%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을 쉽게 냈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올해 1등급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응시자 역대 ‘최저’, 결시율 역대 ‘최고’ =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지면서 응시자 수는 역대 최저 인원을 기록했다. 1교시 국어영역에는 42만6334명이 응시, 지난해 대비 5만명 이상 인원이 줄었다. 

결시율도 역대 최고였다. 지원자 49만992명 중 6만4648명이 결시하면서 13.17%의 결시율을 기록했다.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2011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여파가 학생들의 수능 응시 여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시모집에 합격했거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필요 없는 수험생의 경우, 코로나19라는 위험 상황에 굳이 시험에 응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학령인구 감소로 지원자까지 줄어 각 등급 커트라인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러한 상황은 수능 최저등급을 확보해야하는 수시 합격자들에게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입시 전문가들도 전체 응시자가 줄면서 최저등급이 필요한 수시 합격생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도 지난해에 비해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가채점으로 수시 지원 대학을 정시로 갈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남은 수시에 대비해야 한다”며 “수능 가채점 결과가 좋을 경우 수시 논술이나 면접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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