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국내 학령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 전문대 총장님들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지표가 있습니다. ‘국제화’ 파트입니다. 일반대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 수가 가장 많은 톱10 대학들은 모두 ‘인(in)서울’ 대학들입니다. 반면 전문대는 외국인 유학생 톱10 대학들은 한양여대만 빼면 모두 지방대였습니다. ‘고등직업교육’을 희망하는 외국인 유학생 시장에 지방 전문대가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총장님들, 왜 아직까지 안 뛰어드신 겁니까. ‘국제화의 마중물’이 될 만한 재정사업에 전문대 분야가 신설됐습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2 대 1이라는 굉장히 저조한 경쟁률이 나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국제화에 대한 전문대의 인식, 현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전문대 총장님들, 당장 움직이십시오.”

‘2021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제4차 콘퍼런스가 20일 한국영상대에서 열렸다. 이기정 교육부 국제화인증위원회 위원장(한양대 교수) 등 대학 국제화 전문가들을 초청해 열린 이날 콘퍼런스에서 국제화 전문가들은 총장들에게 글로벌 직업교육 중심으로 외국인 유학생 규모를 당장 확충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K-에듀, 직업교육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열린 4차 콘퍼런스에는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 총장)과 유재원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회장(한국영상대 총장), 윤여송 전문대교협 수석부회장(인덕대 총장) 등 전국 전문대 총장단을 비롯해 교육부 국제화인증위원회 등 국내·외 고등교육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인원 본지 회장은 인사말에서 “대학마다 기본역량진단 평가와 정부 재정지원사업 연차평가 등 준비로 굉장히 바쁜 상황이다”며 “대학 사회에서도 과열된 경쟁 문화가 깊숙이 침투해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어 “인류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에는 ‘지혜’가 필요하지만 각종 대학 평가를 준비하느라 대학 곳곳에서 지혜는 무시당하고 ‘지식’만 필요로 하는 풍조가 심해졌다”며 “지성의 대표자인 대학 총장들이 오늘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을 어떻게 하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지 해법을 논의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기정 위원장은 ‘우수 고등직업교육 해외 진출’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우수 고등직업교육의 해외 진출 사례를 소개하며 코로나19 진정 국면 이후의 고등교육 국제화 방안을 전문대 총장단에게 제언했다.

이 위원장은 “전문대 재정에서 ‘고등직업교육의 국제화’는 확실히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며 “효과적인 국제화 전략을 앞세워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성공하고 있는 전문대학 사례들이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까지 일반대를 대상으로만 지원됐던 ‘국제협력 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에 앞으로 전문대학이 참여하게 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제협력 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은 대학 국제화 분야에서 대표적인 정부 재정지원사업이다.

그는 “대학 단독으로 해외 캠퍼스를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이보다는 해외 정부와 지자체와 협력해 해외캠퍼스를 운영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의 경쟁력 있는 대학이나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 지원을 받아 해외로 나가는 방법을 더욱 많은 전문대들이 도입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홍길 전문대교협 국제교류협력실장(경남정보대 교수)은 ‘직업교육 맞춤형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김홍길 실장은 전문대학 국제교류와 관련한 현안 과제를 하나씩 짚어보며 유학생 유치·확대를 추진할 때 전문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전략들을 공유했다.

김 실장은 “직업교육 맞춤형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전문대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각 전문대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 안에서 해당 전문대를 졸업한 유학생들을 지역 산업과 연결해 정주를 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전문대가 직면한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로 전문대학들이 공동으로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 마련을 제안하고 싶다”며 “직업교육을 굉장히 잘하는 강소대학 A대학과 B대학의 C 학과, D 전공이 해외 산업계에 필요하다면 공동 캠퍼스 형태로 진출하는 것을 이제는 가능하게끔 해줘야 한다. 직업교육 해외 이식·진출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서밋에 참석한 전문대 총장단은 ‘대학의 국제화’가 과거보다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전문대의 고등직업교육이 ‘국제화’라는 날개를 달고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부 정책이 마련되고 보완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일부 국가 출신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불법 체류 문제가 대두되곤 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시스템 문제이며 이를 다듬어야 할 정부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또한 불법체류자는 기본적으로 불법자로 보는 법무부의 시각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양성화할 수 있다면 이를 위한 제도적 보완을 거쳐야 산업계와 학계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대구보건대 총장) △유재원 사학법인연합 회장(한국영상대 총장) △윤여송 전문대교협 수석부회장(인덕대 총장) △권민희 연성대 총장 △김현중 유한대 총장 △박명순 경인여대 총장 △심윤숙 세경대 총장 △왕덕양 송곡대 총장 △육근열 연암대 총장 △이계철 군장대 총장 △이남식 서울예대 총장 △이채영 대경대 총장 △정완섭 동양미래대 총장 △조순계 조선이공대 총장 △진인주 인하공전 총장 △백경숙 한양여대 국제협력실장 △이종천 동강대 기획처장 △정지운 인천재능대 교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5차 콘퍼런스는 6월 3일 조선이공대에서 열린다. 6차 콘퍼런스까지 서밋 총장단은 △평생직업교육 체제 구축 △지역혁신 중핵대학으로의 발돋움 △K-EDU 직업교육의 세계화 △교육혁신과 고등직업교육 △고등직업교육 재원 확보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콘퍼런스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온라인 뉴스 UNN TV와 유튜브 등에서도 실시간 생중계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