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 생활은 물론 산업계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유통업계 역시 울고 웃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유통의 판이 급격히 흔들리며 전혀 새로운 유통의 판이 짜여지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유통의 사고방식으로는 지금의 디지털 온라인 체제로 급변하는 대전환기에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디지털 온라인 중심의 사고방식과 패러다임으로 완전히 바뀌는 상황에서 그 진화는 더욱 빨리 진행되는 모양새다. 제조, 유통,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기업이 이러한 유통의 변화를 이해하고 활용하지 않으면 매출 신장과 기업 성장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번 연재기획은 이 같은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미래전략을 모색하고,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대학(원)생에게 새로운 취업 기회와 역량 개발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마련됐다. 이를 위해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 고현규 케이그룹 대표와 함께 주제별 전문가를 모시고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주> 

■ 대담=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 고현규 케이그룹 대표, 조성경 쥬비스 다이어트 창업자(전 회장)
■ 정리=김준환 기자

왼쪽부터 고현규 케이그룹 대표,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 조성경 쥬비스 다이어트 창업자 (사진=오지희 기자)

“인공지능(AI)는 누가 끝까지 하느냐의 싸움이다. 누가 끝까지 하느냐의 결과가 결국 적중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70%를 러닝시켜서 80%의 데이터값을 예측하고, 80%를 러닝시켜서 90% 나아가 99.9%까지 적중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측 모델링을 더욱 고도화시켜 고객의 생각이나 행동, 패턴까지 파악할 수 있는 단계로 AI를 성장시키는 게 관건이다.”  

‘쥬비스 다이어트’ 성공 신화를 써낸 조성경 창업자의 얘기다. 쥬비스그룹은 2002년 월세 70만 원 시장 골목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19년만에 2500억 원 규모의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쥬비스그룹이 국내 최고의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한 이면에는 ‘빅데이터’와 ‘AI’가 있었다. 조성경 창업자는 이 분야의 시장에서 AI 예측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AI를 접목한 인재관리, 조직운영 시스템을 안착시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제 학계에서도 성공 사례로 발표하기도 했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헬스케어와 유통은 어떻게 결합돼야 하고, 이러한 기술의 활용 가치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 미래유통사업의 주요 화두는 인공지능(AI)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활용 동향에 대해 짚어달라. 

오세조 교수
오세조 교수

(오세조 교수) “헬스케어 시장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는 동향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AI 영상진단 분야다. 수만, 수억 단위의 영상 분석을 통해 AI는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기술로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어 의사의 영상 판독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둘째,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분야다. 신약개발 대상 질병을 선정하고 관련 연구 논문, 보고서 등 자료를 검색해 치료제의 후보물질을 발견·선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셋째, AI 비대면 진료 분야다. 원격 상담, 원격 진료, 원격 모니터링 등 비대면 의료가 상당히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AI는 챗봇과 같은 형태로 적용돼 의료진이 환자와 대화할 기초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딥러닝 기반의 대화 엔진이 챗봇의 한계를 넘어 의료진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조성경 창업자) “헬스케어 전체 시장이 아니라, 쥬비스 다이어트로 좁혀 실제로 겪었던 사례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다. 고객 데이터가 많고 반복적인 일과 교육을 끝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 점을 고려해 업무 효율의 극대화를 꾀하는 데 방점을 두고 컨설팅 부문부터 AI를 도입했다. AI가 고도화된 세상이 와도 사람의 역할은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한몫했다. 우선 컨설팅 업무 중 AI가 할 일과 사람이 할 일을 구분했다. AI는 기본적 데이터를 가지고 이 데이터가 어떻게 변화할지, 어떤 방향으로 관리를 해야하는지 알려준다. 그러면 컨설턴트들은 데이터 이외의 고객의 심리적·정서적 부분들을 케어해 의욕을 붇돋아주고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업의 본질이 다이어트이므로 AI 컨설팅의 목적도 감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AI를 활용해 고객 데이터라는 재료를 가지고 ‘체중감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했다.” 

- AI와 관련된 다양한 학회와 포럼 등에 주요 연사로 나섰다. 어떤 점을 주로 강조했나.

조성경 창업자

(조) “사람들은 자꾸 AI가 자동으로 뭔가를 해준다고 생각하는데 AI는 자동으로 뭔가를 해주는 게 아니다. 고객의 행동을 예측해서 더 좋은 것을 제안하거나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AI는 누가 끝까지 하느냐의 싸움이다. 95%의 적중률에서 100%까지, AI 시장의 글로벌 강자들은 이 같은 5%를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로 시선을 돌려보자. 우선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파악한 후 기업이 추구하는 비즈니스에 AI와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 것인지를 따져본다. 쥬비스 다이어트의 경우 수치화가 가능한 데이터 관리를 AI가 할 수 있도록 했고 고객관리, 고객동기부여, 고객마인드셋 등 코칭과 감정관리의 영역은 컨설턴트(사람)에게 맡겼다. 제가 최근에 출간한 《쥬비스 미라클》에서도 언급한 내용인데, 예를 들어 ‘오늘 소주 마셨으면 내일 컵라면 먹겠는데.’ 이런 식으로 미리 예측해서 ‘고객님, 내일 아침 거르지 마시고 가급적 비타민이 많은 음식을 드세요.’라고 조언해주는 방식으로 AI 예측 시스템을 개발했다. 고객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행동 습관을 정밀하게 들여다봄으로써 행동 패턴과 행동 규칙 추출을 통해 행동 습관이 무엇인지를 발견해내는 것이다. 결국 AI의 궁극적 목표는 ‘예측’이라고 생각한다.”   

- 국내 대학과 산학협력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구체적인 협력 사례와 방법이 궁금하다.
(조) “다들 잘 아시겠지만 대기업이 아닌 이상 알앤디(R&D)팀을 세팅하는 게 힘들다. 직원들의 인건비는 물론 연구 개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쥬비스 다이어트에는 15만 고객의 데이터가 있었지만 회사 서버로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계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대학과 손을 잡는 것이었다. 운 좋게도 산학협력을 통해 AI 컨설팅을 비즈니스에 접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고려대, 서울대, 용인대, 카이스트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갔다. 대학들과 함께 방대한 통계 데이터 추출을 진행하면서 유사한 고객을 분류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정리해나가면서 비즈니스에 적용가능한 예측 모델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산학협력의 효과는 꽤 컸다. 대학은 산업 현장을 배우면서 연구사례 발표와 논문 작성에도 도움이 됐고, 기업은 원하는 기술 개발을 시도하면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헬스케어 기업의 입장에서 봤을 때, 특히 중요한 부분은 개인정보와 관련 데이터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대학은 기업과 달리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강하다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신뢰와 협력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었다. 게다가 쥬비스 다이어트의 15만 고객 데이터는 연구자들에게 매력적인 데이터들로 여겨졌다. 동일한 환경에서 추출되고 이러한 환경에서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식단, 같은 프로그램으로 감량에 성공한 고객과 실패한 고객들의 데이터가 다 있었다. 같은 기간 내에 같은 항목의 측정치들이 회차별로 다 나와 있었다. 연령, 성별, 직업군, 체중 등 고객의 스펙트럼도 방대했다. 비교적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산학협력을 통해 AI를 활용한 컨설팅 및 감량예측 모델링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다.”  

- 이탈예측 알고리즘이 흥미롭다. 사실 대학들도 재학생들의 중도 이탈률을 낮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 비교과 프로그램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지만 걱정이 크다. 이탈예측 알고리즘이 대학에 인사이트를 제공할 만한 대목이 있다면.
 

고현규 대표

(고현규 대표) “저희 회사가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도 ‘고객 이탈률’을 낮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BJ나 크리에이터들이 방송하면서 내뱉는 말들을 면밀히 분석하는 시도도 한다. 고객을 무시하거나, 본인들이 최고라는 언사, 강압적인 어조나 말투 등 고객을 낮춰보는 멘트들이 나오면 고객들이 이탈하는 빈도가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조) “쥬비스 다이어트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해 예측관리를 하고 싶었던 분야는 바로 이탈예측 알고리즘이었다. 이탈 고객이 언제, 어느 시점부터, 무엇 때문에, 어떤 서비스가 불만이어서 그랬는지 그 시점으로 돌아가서 알아내고 싶었다. 지금까지 재등록을 안 한 고객, 환불 고객, 연락을 두절하고 안 나오는 고객들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예측 알고리즘의 예측값이 높아지면 사이렌이 울려서 컨설턴트에게 알려주고 컨설턴트는 사이렌 지표들을 분석해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오) “고객이 떠나는 이유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신 것 같다고 판단된다. 대학들도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려고 할 때 과제물 미제출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든지 일종의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예측하고 빨리 대응하면 중도 이탈률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대학의 경우에도 재학생들에 대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이탈예측 알고리즘과 같이 예측값을 내기 위해 필요한 적정 변수들을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 AI 기술로 불만족 요인을 찾아내고 컨설턴트와 같이 사람이 개입하는 방식을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 개인의 건강정보를 데이터화하는 데 있어 우려되는 지점은.
(조) “건강정보를 활용할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개인정보다. 만약 개인정보의 비식별화가 철저하게 돼 있다면 건강정보 데이터는 우리 사회의 질병 치료를 넘어 질병의 예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노령화가 지속되면서 질병의 예방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래서 더욱 철저한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게 됐고 모든 기업이 개인정보의 비식별화를 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이미 모바일 앱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일상에서 자신의 운동량, 혈압, 수면상태 등 건강상태를 관리하는 게 보편화됐다. 이제는 데이터 수집과 저장, 분석에 대한 기술들이 더욱 발달하면서 예방의료 및 정밀의료에도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있다. 과거처럼 전자의무기록 등 임상데이터만 가지고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체 데이터, 개인 건강데이터 등 새로운 개념의 데이터들이 생성되고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편화된 데이터를 모으는 것부터 가명화 방식, 소유권, 수집 및 활용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아직까지는 부재한 실정이다. 따라서 신뢰성 있는 보건 의료 데이터 기반 구축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왼쪽부터 고현규 케이그룹 대표,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 조성경 쥬비스 다이어트 창업자 (사진=오지희 기자)
왼쪽부터 고현규 케이그룹 대표,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 조성경 쥬비스 다이어트 창업자 (사진=오지희 기자)

-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 시장의 미래를 점친다면.

(오) “헬스케어 시장에서도 AI 기술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암과 심장 등 주요 질환뿐만 아니라 피부 진단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AI 뷰티테크 시장에서도 다양한 신기술을 가진 ‘뷰티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혁신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개인에게 맞는 화장품을 추천해주거나, 피부과와 연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두피 진단 영역으로의 확대는 탈모 예방과 모발 건강 관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다양한 나이, 인종, 피부 특성을 지닌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 기술과 접목해 헬스케어 및 뷰티 분야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이 더욱 많아지리라 본다.”

(고)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202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5.7%를 차지했고, 2030년에는 25% 이상이 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 서비스 수요 증가 및 의료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음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고령화가 야기한 인구 구조 불균형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인력 부족 또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령자를 위한 효과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이 우리나라 미래의 산업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수치로 살펴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현재 약 9조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을 전망되며, 3년 뒤에는 13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한다. 고령화 시대 진입에 발맞춰 질병 예방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비 절감은 물론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조) “전 국민이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나라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 이러한 건강점진 데이터들에 대해 AI가 처방이나 영양제 추천 등으로 지속적인 데이터 체크가 된다면 질병예방 중심의 헬스케어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넓혀서 식습관 및 외식 데이터가 같이 쌓여서 AI가 우리 실생활에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는 식단까지 케어해준다면 (고령화 속도와 강도가 빨라지겠지만) 노년을 젊고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정리하자면 헬스케어와 AI의 결합을 통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행복하고 건강한 고령화를 맞이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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