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온라인 강의 1세대, 우리나라 최초 법학 부문 MOOC 주목
2016년부터 꾸준히 인기강좌로 선정, 22시간 영상으로 간략 정리해 학습 편의성↑
“추상적인 설명보다 구체적 사례 통해 법학 초심자들의 흥미와 접근 가능성 높여”

지난 8월 30일 안암동 고려대 신법학관 교수연구실에서 명순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온라인 수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사진=백두산 기자)
지난 8월 30일 안암동 고려대 신법학관 교수연구실에서 명순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온라인 수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전 세계 사람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전까지 당연하다 여겨졌던 오프라인 기반 수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빠르게 온라인에 그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5년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를 시작으로 점차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2015년 27개 강좌에서 2021년 1358개 강좌까지 늘어난 K-MOOC가 이를 방증한다. 회원 가입자 또한 108만 명(2022년 7월 기준)을 넘어서는 등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이에 K-MOOC의 인기강좌, 최우수강좌 등에 선정된 강의력과 인기를 겸비한 교수들을 직접 만나 온라인 수업의 장점, 한계,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온라인까지 무대를 확장한 가장 대표적 교수로는 2015년 K-MOOC의 시작과 함께 한 교수들을 꼽을 수 있다. 이중 명순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법의 권위자로서 K-MOOC에서 ‘민법학 입문’을 강의하고 있다. 인기강좌 중 하나로 꼽히는 명 교수의 강의는 법학 부문 우리나라 최초의 MOOC로, MOOC의 확산과 법학교육 방법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명 교수는 “법학 교육도 시대 변화에 맞춰 수월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나중에는 법학에도 MOOC를 활용해 ‘거꾸로 수업’을 시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연재기획의 첫 번째로 명순구 고려대 교수를 지난달 30일 만나 온라인 수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아 세계의 대학들은 교육혁신이 가장 큰 화두다. 대표적으로 교지(校地)와 교사(校舍) 등의 시설 없이 100%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미네르바(Minerva) 스쿨을 들 수 있다. 정규학교는 아니지만 프랑스의 ‘에꼴42(École 42)에는 교수·커리큘럼·수업·교재 등 기존 교육기관에서 익숙한 그 무엇도 없다. 오늘날 교육혁신 프로그램에 있어서 온라인 강의를 포함하는 에듀테크(EduTech)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에듀테크를 활용해 교육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은 미래 대학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에듀테크의 수준이 2010년 초부터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로까지 진화했다. MOOC에서는 수강생 수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즉, 세계 각국 수십 만 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가능하게 한다. 현재 MOOC는 학교 교육콘텐츠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의 하나가 됐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법학 교육도 시대 변화에 맞춰 수월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작이 쉽지는 않았지만, 대학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수행한다는 마음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민법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강의를 구성하게 됐다.”

- K-MOOC뿐만 아니라 고려대 온라인 플랫폼에도 강의를 송출하고 있는데.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K-MOOC’와 고려대가 운영하는 ‘KU-MOOC’를 통해 민법을 강의하고 있다. K-MOOC에서는 ‘민법학 입문’의 이름으로, KU-MOOC에서는 ‘민법’이라는 교과목을 개설했다. 특히 KU-MOOC의 민법은 고려대의 정식 교과목으로 매 학기당 1000명 내외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다.”

- 대학 온라인 강의의 1세대라 할 수 있다. 개척하는 입장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K-MOOC 시범사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국내 대학 교수 중에서는 1세대라고 구분할 수도 있겠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볼 수 있는 과도기였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MOOC의 경우 치밀한 계획에 따라 내용을 구성하고 시간을 배정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요구된다. 또한 강의 영상을 촬영하는 부분도 일반 강의와 달리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1시간 수업 촬영을 할 경우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덕분에 배우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다. 운영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MOOC는 일반 강의보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다. 대면수업이라면 간단한 말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소통이 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명순구 교수가 ‘민법학입문’ 강의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강의 화면 캡쳐)
명순구 교수가 ‘민법학입문’ 강의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강의 화면 캡쳐)

- 매년 인기강좌 중 하나로 선정되고 있다.
“민법은 법학의 기초에 해당하는데 방대하고 난해하다. 이 강의는 이런 민법에 대한 강의를 총 22시간의 강의영상으로 간략하게 정리함으로써 단시간 내에 민법의 핵심원리와 기본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영상과 교과서인 ‘민법학원론’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학습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가령 원리적 이해가 필요한 부분은 단편적 지식이 아니라 원리적 이해를 유도함으로써 학생들의 법학에 대한 응용력 함양을 유도했고,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법학 초심자들의 흥미와 접근 가능성을 높였다. 이 같은 노력은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민법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알아봐 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그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며 한계가 있다고 느껴진 적이 있다면.
“MOOC의 등장과 함께 2050년 즈음에는 세계에 50개 대학만 남을 것이라 전망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이란 교수·학생 사이의 지적·정서적 상호작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강의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교수의 우연한 말 또는 행동이 학생에게 일생의 길잡이가 되는 경우가 있다. DNA(Data/Network/AI)의 시대라 하여 인간의 DNA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 ‘공감’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강의가 온라인 강의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대체로 과거에 대형강의로 진행됐던 교과목은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교수와 학생이 한 장소에서 대면해야만 교육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과목도 매우 많다.”

-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가장 큰 목표는 한국 민법학의 세계화다. 현재 제공하고 있는 민법 강의에 영어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추후에는 중국어 자막도 제작할 예정이다. 교과서 역시 영어, 중국어 버전에서 출발해 스페인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주요 언어로 출판해 한국 민법학의 지평을 확대하고 개방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
두 번째는 교육 방식의 변화다. 최근 플립러닝(Flipped Class)이라 부르는 ‘거꾸로 수업’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교육 방식을 법학에도 접목해 기초 개념은 MOOC 동영상으로 스스로 예습하고, 수업 시간에는 심화된 내용을 위주로 능동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바꿔나가고자 한다. 이 방식은 토론식 능동적 수업 등 민법 교육의 효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 명순구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법학사, 법학석사,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법학자로서 다양한 교과서와 논문을 출간했으며 고려대 교무처장, 법학전문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