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국어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 ‘시인’…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15점 하락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 11점에 달해…지난해 최고점 차이는 2점
올해 만점자는 총 3명…재학생 2명, 재수생 1명으로 모두 과학탐구 선택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대체적으로 변별력 있게 출제됐다고 평가되는 올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난이도와 관련해 “국어 영역의 경우 고난도 문항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지자 사실상 유불리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일반적으로 정시에서 국어, 수학은 모두 반영이 되기 때문에 수학 점수와 국어 점수 차이가 난다고 해서 반드시 수학을 잘한 학생이 유리하다라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상위권에서는 수학 영역이, 중위권에서는 오히려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가 더 높았다”고 덧붙였다.

■ 고장난 국어 영역 고난도 문항 = 평가원은 국어 영역의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해 사실상 시인했다. 국어가 변별력 확보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문영주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국어 영역의 고난도 문항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문 본부장은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 영역 때문에 불수능이라는 의견이 많아 올해는 그런 부분을 감안했다”며 “다만, 적정 난이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고난도 문항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예년에 비해 평이한 형태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나온 것 같다”고 부연했다.

올해 수능에서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15점이 하락했다. 이같은 영역별 최고점 차이는 그렇지 않아도 교차지원으로 인해 이과생들이 유리하다는 평가에 불을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수능은 수학에 절대적으로 기울어졌다”며 “국어 만점을 받아도 수학 상위권에게 뒤처지는 결과를 가져와 이과생이 문과로 교차지원할 경우 문과생은 속수무책”이라고 평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2022 수능보다 쉬웠던 국어로 수학의 변별력이 높아졌다”며 “어려웠던 사탐과 영어 2, 3등급 인원 감소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11점’…널뛰는 과목별 난이도 = 올해 수능에서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으로 나타났다. 불수능이었던 지난해보다 최고점 인원이 343명이 증가했지만 표준점수 최고점은 15점 낮아졌다.

이에 반해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5점으로 지난해보다 2점 하락했다. 최고점 인원은 지난해 2702명에서 934명으로 1768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국어와 수학 최고점이 각각 149점, 147점으로 2점 차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34점, 145점으로 과목 간 차이가 11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선택과목 난이도 차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점수에 반영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앞으로 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올해 수능 전 영역 만점자는 3명 = 평가원은 채점 결과 국어 영역은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나 작년 수능에 비해 평이했다고 분석했다. 수학 영역은 6‧9월 모의평가, 작년 수능과 유사한 난이도로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채점위원장인 박정 부산교대 교수는 “영어 영역의 경우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이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낮아졌지만 올해 6월 모의평가나 작년 수능보다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사와 사회‧과학 탐구 영역, 제2외국어와 한문 영역 난이도는 과목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 난이도와 유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올해 전 영역 만점자는 총 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은 “올해 수능 전 영역 만점자는 총 3명으로 재학생이 2명, 재수생이 1명”이라며 “3명 모두 과학탐구 영역을 선택한 학생”이라고 밝혔다.

‘불수능’이라 불린 지난해 수능이 만점자를 1명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수능 역시 지난해에 비해 만만치 않게 어려웠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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