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혁신지원사업 국립대학 혁신성과포럼’, 16~17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서 열려
경북대·목포대·부산대·인천대·제주대 5개 국립대 혁신지원사업 관계자, 대학 혁신 확산 위해 머리 맞대
연안도시에 소재한 혁신사업을 하는 국립대, 외국 대학과 복수학위제 운영 등 글로벌 시너지 효과 기대
‘선지원 후혁신’ ‘분야별 교육과정 선도학과’ ‘지역-수도권-해외대학으로 공유협력 확장’ 등 아이디어 봇물

김일환 제주대 총장이 제주대학교가 주관하는 ‘2022학년도 대학혁신지원사업 국립대학 혁신성과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주대 제공)
김일환 제주대 총장이 제주대학교가 주관하는 ‘2022학년도 대학혁신지원사업 국립대학 혁신성과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주대 제공)

[제주=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대학 혁신의 기본은 결국 교육이다. 대학의 고유 기능인 연구와 교육이 탄탄해야 혁신이 움틀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학을 향한 혁신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지방 소멸로 인한 지역 거점 국립대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국립대학 관계자들이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인 대학 혁신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장이 열렸다.

제주대학교가 주관하는 ‘2022학년도 대학혁신지원사업 국립대학 혁신성과포럼’이 ‘국립대학, 혁신을 생각하다-국립대학 혁신을 위한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개최됐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생기는 국립대의 고민을 제주대를 비롯해 경북대, 목포대, 부산대, 인천대 5개 국립대들이 공유와 협력으로 풀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이번 포럼은 국립대 대학혁신 사업단 관계자들이 대학 간 공유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해 준비됐다. 포럼을 기획한 이은정 제주대 기획처 전략기획과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사립대에서만 근무하다 작년 3월 국립대에서 처음 근무하면서 사립대와 다른 점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하는 많은 대학들 중 국립대만의 고민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고 그 고민을 공유와 협력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해서 다섯 개 대학에 제안했다”고 포럼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많은 국립대 가운데 목포대와 인천대, 부산대, 경북대였을까. 이은정 연구원은 “경북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개 대학은 연안도시에 소재한 혁신사업을 하는 국립대라는 공통점에 착안했다”며 “(다른 대학에서) 제안에 응한 이유는 공유협력으로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해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정민 인천대 대학혁신사업단 팀장도 “지역별로 다양한 대학이 혁신 사례를 공유한다는 게 좋았고 단순 성과 사례 공유에서 끝나지 않고 장기적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만들어가자는 취지에 공감했다”고 포럼 참여 계기를 밝혔다.

16일 1일차 포럼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축사로 포문을 열었다. 오영훈 지사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새 시대에 발맞춘 변화와 혁신은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학의 최우선 과제는 결국 인재 육성이다. 대학의 혁신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오늘 포럼이 대학의 성장을 강화하고 지역협력방안을 고민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석수 대학혁신지원사업총괄협의회장(부산대 대외협력부총장)도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환경에서 대학은 지식과 학문 공유와 더불어 과감한 혁신을 통해 선도적으로 새 가치를 창출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며 “오늘 포럼은 대학 간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동반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범사례로 생각된다. 교육 및 연구분야 혁신을 비롯해 대학 간 공유 협력의 우수 사례를 논하는 5개 대학 외에 153개 모든 대학에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도 축사를 통해 “혁신이란 단어는 국립대에서 해보니 가장 어려운 단어”라면서도 “그럼에도 지방 소멸 시대에 혁신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전체 국립대가 동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좋은 성과를 서로 공유해서 지역대학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애써주는 대학혁신사업단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박진주 부산대 기획처 계약교수가 ‘교육혁신영역 추진 성과 및 사업성과 관리’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주대 제공)
박진주 부산대 기획처 계약교수가 ‘교육혁신영역 추진 성과 및 사업성과 관리’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주대 제공)

이어 5개 대학 혁신지원사업 관계자들이 사업 성과를 공유했다. 먼저 박진주 부산대 기획처 계약교수가 ‘교육혁신영역 추진 성과 및 사업성과 관리’를 주제로 강연했다. 박 교수는 “부산대 혁신지원사업은 중점 영역을 교육혁신으로 두고 가장 개선해야 할 부분이 어딘지를 분석했다”며 “분석 결과를 보면 교육 혁신이나 비교과는 매우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전공 교육이 수요자와 현장 중심이 맞나 의문이 들었다. 부산대의 경우 실질적 전공능력 향상 교육과정이 미진하다는 데 착안해서 전공교육과정을 고도화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교육과정 고도화의 산물이 단과대, 학과(부)별 특화 사업이다. 사업단은 △단과대학별 교육 만족도 분석 △학생역량 분석 △학생, 산업체 수요조사 △비교과 체계 구축 등의 과정을 바탕으로 각 단과대학의 전공 교육과정 체계 고도화를 지원했다.

대학의 양대 기능 중 하나인 연구에 방점을 찍은 학교도 있다. 김정민 인천대 대학혁신사업단 팀장은 ‘연구혁신-지속가능한 연구지원 체계 구축’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팀장은 “인천대는 ‘지역과 함께 가는 연구형 대학 체계 구축’이라는 중장기 발전전략에 맞춰 지속가능한 연구지원체계 구축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서 학생 역할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김 팀장은 “인천대는 박사후연구원이 부족한 점이 있어서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학부생과 석사생을 학문후속세대로 양성하는 데 목표를 뒀다”며 “학생이 능동적으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연구와 교육이 다른 게 아니라 연구를 통해 전공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김도현 경북대 기획처 박사는 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안하던 걸 하면 혁신”이라며 “경북대는 분야별로 17개 학과를 선도학과로 선정했다. 학과 하나가 기획처가 돼서 교육과정과 지표관리를 직접 하도록 하고 지원도 전폭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과정도 선도학과는 복수전공과 융합을 할 수 있게 유도했다. 학과에서 반발도 많았지만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학과는 지원했다”고 전했다.

김성훈 목포대 기획처 재정사업팀장은 ‘선지원 후혁신’ 원칙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팀장은 “대학들이 혁신지원사업에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면서 사업비가 대학에 들어오면 기획처나 사업단에서는 또 다른 내부지침 만들면서 규제를 하고 있지 않나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도 예산을 받은 다음 학교 내부에서 교육과정 영역의 자율혁신을 하도록 해주는 게 지속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은정 제주대 기획처 전략기획과 선임연구원은 타 대학들 사이에서 제주대가 공유협력의 강자로 떠오른 비결을 공개했다. 이 연구원은 “먼저 공유협력의 방향을 설정했다”며 “공유협력을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일단 지역 대학들과 공유협력을 하고 그 다음 수도권, 마지막으로 해외대학으로 공유협력이 점진적 확장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언급했다. 공유협력의 핵심가치 설정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연구원은 “국립대는 △공공성 △연대감 △협력, 사립대의 경우 △다양성 △유연성 △공유, 해외 대학은 △정체성 △가능성 △도전을 핵심가치로 설정했다”고 마무리했다.

강현철 인천대 교학부총장이  어젠다별 토론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주대 제공)
강현철 인천대 교학부총장이 어젠다별 토론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주대 제공)

성과 공유 사례 발표 후에는 각 대학 혁신사업 책임자들이 대학혁신을 위한 국립대학 간 공유·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책임자들은 지역 간 대학-수도권-해외로 나아가는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입모아 강조했다.

차주환 목포대 기획처장은 국가를 넘어선 글로벌 공유협력을 제안했다. 차 처장은 “목포대는 인도네시아의 ITS라는 대학과 복수학위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특이한 점은 보통의 복수학위제는 양 대학 간 학생을 교환하는데 목포대는 인도네시아 학생만을 대상으로 복수학위제를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국내 대학 간 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차 처장은 “국내 대학이 교수진이나 교육과정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전공이 있으면 두 대학이 연합해서 외국 대학과 복수학위제를 운영해 외국인 학생을 부산이나 제주, 인천에 취업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강현철 인천대 교학부총장도 “학교를 넘나드는 비교과 교육과정을 국립대들이 고민해볼 만하다”며 “글로벌은 학령인구 감소 시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라는 점에서 해외 대학과 국제협력을 강화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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