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온실효과로 지구온도 상승하며 기후위기 심화
가뭄, 홍수, 기록적 폭우, 대형산불 등 자연재앙이 기후위기 징후…생물다양성도 급감
기후위기 동참하는 대학들 증가 추세…일회성 이벤트나 행사보다 시스템 구축 중요

파키스탄 신드주 잠쇼로 지구에서 아이와 가족들이 깨끗한 물을 구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사진 제공=세이브더칠드런)
파키스탄 신드주 잠쇼로 지구에서 아이와 가족들이 깨끗한 물을 구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사진 제공=세이브더칠드런)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다. 시대와 사회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명제다. 지성의 전당으로서 대학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법 제시에 앞장서야 한다. 즉 교육과 연구, 지역사회 봉사와 산학협력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사회 문제를 짚어보고, 대학이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설 수 있는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기후위기는 전쟁보다 조용히 빨리 인류를 몰살시킬 수 있다.”(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지구 온도 상승을 막지 못하면 6차 대멸종 시나리오로 갈 것이다.”(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기후위기 경고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인류와 지구가 대멸종의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의 현주소는 어떨까? 환경재단과 일본 아사히글라스재단의 ‘2022 환경위기시계(2022년 9월 8일 발표)’에 따르면 세계 평균 환경위기시계는 9시 35분으로 기록됐다. 2021년 9시 28분보다 7분 자정에 앞당겨졌다. 환경위기시계가 자정에 가까울수록 시민의 환경 위기의식이 높다는 의미다. 즉, 기후위기 심화로 시민의 환경 위기의식도 높아지면서 세계 평균 환경위기시계가 자정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 기록적 폭우, 대형산불도 기후위기 산물 = 기후위기의 징후로 자연재난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에서 기록적 폭우가 내렸고, 2022년부터 대형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에도 경남 합천군 용주면 월평리 인근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 약 20시간 만에 주불이 진화됐다. 

지구촌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파키스탄은 2022년 9월 최악의 폭우로 피해를 크게 입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겨 이재민의 수는 140만 명에 달했다. 학교 2만 5000곳이 피해를 보거나 파괴됐다. 농작물은 황폐해졌고 가축이 폐사됐으며, 식량 부족으로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다. 설사병, 콜레라 등 수인성 질병이 확산되고 있으며 말라리아, 뎅기열 등 전염병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생물다양성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WWF(세계자연기금, WORLD WIDE FUND FOR NATURE)에 따르면 전 세계 포유류·조류·양서류·파충류·어류 등 척추동물 5230개 종의 대표 개체군 규모가 1970년부터 2018년까지 48년간 평균 69% 감소했다. 

■ 산업화와 기술 발전의 딜레마, ‘풍요 속에 빈곤’ = 기후위기는 산업화와 기술 발전에서 비롯된다.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는 것. 대표 온실가스가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 배출된다. 화석 연료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이 해당된다. 

인간의 경제생활에서 화석 연료가 대부분 사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에너지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368억 톤으로 집계됐다. 2021년보다 0.9%(3억 2100만 톤) 증가했고 1900년 이래 최고치다.  

다시 말해 산업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류의 삶도 진보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풍요(경제적 풍요) 속에 빈곤(환경적 빈곤)’의 역설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고양어울림누리에서 ‘기후변화를 향한 인류의 도전’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갖고 “산업혁명 이후 200년 동안 삶이 편해졌지만 지구는 심하게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 코로나19 이후 배달과 포장 급증…플라스틱 환경문제 대두 = 코로나19 이후 배달과 포장이 급증하며 플라스틱도 환경문제로 떠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음식 배달 거래액은 코로나19 이전 2019년 14조 36억 원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2020년 20조 원을 돌파했다. 2021년에는 25조 6000억 원을 기록했다. 그만큼 플라스틱 사용량도 증가했다. 실제 녹색연합의 조사 결과 1개월에 1000만 개의 플라스틱 용기 발생이 추정된다. 플라스틱은 재활용되지 않으면 소각이나 매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소각이나 매립 시 이산화탄소와 독성 물질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이에 폐플라스틱이 환경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 대학이 기후위기 외면 지적…모럴 헤저드도 ‘도마 위’ =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있지만 대학이 기후위기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국정감사 당시 대학의 에너지 낭비가 심하고 서울권 대학의 온실가스 배출량만 40만 톤 규모라고 밝혔다.  

강 의원이 전국 11개 국립대의 전기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2017년 국립대의 전기 사용량은 4억 622만 7162kwh에서 2021년 6억 144만 19117kwh로 증가했다. 또한 강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2021년 ‘에너지 다소비 건물’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에서 5개 대학이 상위 35위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서울대가 1위를 기록했고 이어 고려대(15위), 연세대(16위), 한양대(21위), 이화여대(24위) 순이었다.  

강 의원은 “스탠퍼드대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탄소제로를 넘어 탄소마이너스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심지어 에너지를 판매한다. 해외 대학 사례를 참고, 대학도  에너지 절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학교는 전기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전기 낭비가 심한 편”이라며 “청소하는 분도 따로 계시니 쓰레기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2025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려면 대학도 특정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가톨릭대는 지난해 9월 20일 ‘탄소중립 선포식’을 개최했다. (사진 제공=가톨릭대)
가톨릭대는 지난해 9월 20일 ‘탄소중립 선포식’을 개최했다. (사진 제공=가톨릭대)

■ 기후위기 해결 싱크탱크, 선도기관 역할은 대학의 사명 = 일각에서 대학의 기후외기 외면과 모럴 해저드를 지적하지만 대학이 기후위기 해결의 싱크탱크와 선도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요구된다. 바로 이것이 지성의 전당으로서 대학의 사명이자 책임이다. 아울러 사회적 신뢰를 얻는 길이다.

임정근 경희사이버대 명예교수(한국환경공단 ESG위원장, 한국ESG학회 부회장)는 “대학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가장 깊게 고민하고, 누구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치명적인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회성 이벤트나 행사에 그치거나 구성원 일부가 노력하기보다 학술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전 구성원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서울대 환경대학원은 WWF와 지난 1월 13일 ‘기후·에너지 분야 연구와 활동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WWF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등 기후·에너지 분야를 비롯해 생물다양성 등 환경 분야의 연구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타트로 서울대 정수종 교수 연구팀과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꿀벌의 시정거리 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정수종 교수는 “꿀벌은 살아 있는 지구를 지탱하는 생물다양성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 지시자의 하나”라면서 “앞으로 WWF와 서울대는 길을 잃고 사라지는 꿀벌 연구를 시작으로 흔들리는 생물다양성과 기후위기의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가톨릭대는 2022년 9월 ‘탄소중립 선포식’을 개최한 뒤 △에너지 관리 효율 고도화 △생태·흡수원 관리 최적화 △탄소중립 교육·평가 체계 구축 △녹색전환 거버넌스 구축·강화 등 탄소중립 그린캠퍼스 조성 4대 추진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탄소중립 선도대학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원종철 가톨릭대 총장은 “탄소중립 선포식을 계기로 가톨릭대는 2030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모범 주체가 될 것임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청주대도 2022년 8월 22일 ‘탄소 중립대학 선포식’을 개최하고 미래인재 양성, 혁신적인 탄소 산업 진흥, 탄소감축 거버넌스 구축, 캠퍼스 내 탄소 감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차천수 청주대 총장은 “2016년 그린캠퍼스 선포에 이어 한층 강화된 탄소중립 이행계획인 2022년 탄소중립대학 선언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리더대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며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학교 전 구성원이 함께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미래사회의 주역 대학생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대학이 기회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임정근 명예교수는 “대학은 젊은이들의 미래가 탄생하는 곳이며 지식을 바탕으로 전진하는 실천의 마당”이라면서 “MZ세대 중 Z세대들이 모여 있는 곳이 대학이다. 이들이 지속가능한 발전과 ESG 가치를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시점이 기후위기의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은 밝고 맑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젊은이들의 실천운동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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