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EBS 연계율 그대로지만 체감 난이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한 목소리’
수학, 이전과 비슷하거나 쉬운 난이도에 상위권 학생 늘고 최상위권 변별력 줄 것
영어, 난이도 두고 기관마다 평가 갈렸다 “수험생 혼동시키는 문항 많아졌다”
탐구, 대체로 평이하거나 쉬워…사탐 한국지리는 어렵고 과탐 생명과학Ⅰ은 쉬워

서울 창문여고 수험생들이 6일 열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 시험을 보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교육 당국이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진 9월 모의평가(9월 모평)가 끝났다. 

이번 9월 모평의 전반적 난이도에 대해서는 입시 전문가마다 분석이 엇갈렸다. 다만 가장 우려됐던 변별력 부분에서는 ‘킬러문항’ 없이 문항 배치와 ‘준킬러문항’을 통해 적정 난이도를 유지해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EBS 수능 연계 교재’와 ‘수능’ 간의 체감 연계율을 높였던 직전 6월 모평에 이어 이번 9월 모의평가에서도 EBS 연계율이 50%를 상회하면서 이에 대한 수험생들의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국어 영역, 이전과 출제 기조 유지했지만 난이도는 올라 = 이번 국어 영역은 지난 6월 모평과 2023학년도 수능과 출제 경향이나 기조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최서희 EBS 강사(중동고 교사)는 “다양한 난이도로 변별력을 확보, 공교육 과정을 충실히 수행한 수험생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로 구성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수험생이 느꼈을 체감 난이도가 다소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국어 영역은 6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특히 공통과목이 어렵게 나와 체감 난이도는 상당히 높았을 것”이라며 “표본조사 결과 정답률 60% 미만 문항이 6월 5문항에서 12문항으로 크게 확대됐다. 특히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학생은 6월과 비교해 원점수 기준 5.4점 하락하고, 화법과 작문 선택 학생은 4.8점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또한 “이번 9월 모의평가에서 국어 영역은 6월 모평, 2023학년도 수능보다도 훨씬 어려웠으며 지문의 난도보다는 선택지의 난도가 더했다”며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변별력을 위한 문항들이 다수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독서 영역은 2023학년도 수능과 같이 독서론, 사회, 과학, 인문(주제 통합형) 순으로 출제돼 이전 모평, 수능 체제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수험생이 상대적으로 힘들어하는 주제통합 지문에서 EBS 연계 체감도를 높였다. ‘(가) 조선 후기의 신분제’와 ‘(나) 유형원과 정약용의 신분제 개혁론’을 다룬 주제통합 지문은 EBS 수능 완성 제4회에서 ‘(가) 조선 후기 신분제 변화의 양상’과 ‘(나) 실학자의 신분제 개혁 방안’을 응용해서 출제했다.

EBS 체감 연계율은 문학 영역(공통)에서도 이어졌다. 현대 소설(원미동 시인), 현대시(월훈), 고전시가(성산별곡)가 EBS 수능 특강과 연계되며 연계율 40%를 보였다. EBS 외 지문으로는 고전소설(숙영낭자전)과 고전수필(문의당기), 현대시(연1)가 나왔다.

한기연 유웨이 국어 영역 수석연구원은 “고전수필 작품으로 나온 ‘문의당기’의 경우 학생들에게 낯선 작품일 것”이라며 “하지만 현대어 번역이 돼 있어 수험생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화법과 작문 영역의 경우 출제 경향은 비슷했지만 △지역 박물관의 변화 모색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담 △대담을 바탕으로 한 학생들의 대화 △학생들이 쓴 건의문 등 3개의 지문이 출제된 38번 문항부터 42번 문항까지 다소 까다로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언어와 매체는 신유형이 없는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2문항 세트 문제와 단독으로 3문항이 출제된 언어와 달리 매체는 2지문 6문항 방식으로 출제되며 차이를 보였다.

김병진 소장은 “국어 영역에서 EBS 체감 연계율 상승 경향과 문학 적응도 등에 초점이 맞춰지며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더욱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며 “수험생들이 단순 EBS 연계 교재를 풀어봤다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보다 심층적인 학습을 통해 문제의 구성 원리나 풀이 방식을 세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6월 모평보다 비슷하거나 쉬웠던 수학 영역, 최상위권 변별력 낮아지나 = 수학 영역은 전반적으로 난이도에 대해 평가원과 입시 업체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EBS 측은 이번 수학 영역에 대해 6월 모평과 비슷한 수준이며 예년과 같은 난이도 기조를 유지했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입시 업체들도 이전 평가와 난이도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쉬웠다는 분석을 내놨다.

‘킬러문항’ 배제 원칙에 따라 문제의 조건을 논리적으로 추론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다수 출제됐다. 이에 중상위권 변별력은 유지됐지만 최상위권 변별력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 예시로 이번 수학 영역에서는 기존에 출제됐던 합답형 문항이 나오지 않았고 선다형으로 출제됐던 빈칸 추론 문항도 단답형 20번으로 어렵지 않게 출제되는 등 변화가 눈에 띄었다. 문제풀이 기술이나 복잡한 문제해결이 필요한 문항보다는 정확한 정의와 개념을 이용한 문항들이 다수 출제됐다.

김성철 유웨이 수학 영역 수석연구원은 “이번 9월 모평은 지난 6월 모평과 매우 유사한 방향으로 출제됐다”며 “하지만 기존 최고난도 문항이었던 공통과목의 15번, 22번 문항의 난이도가 낮아지고 고난도 문항이었던 12번, 13번, 14번, 21번 문항의 난도는 높아져 변별력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메가스터디 측도 “전반적으로 평이하게 출제됐다”며 “공통과목은 6월 모평보다 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존 출제 문항번호와 유형 등의 변화로 기존 시험에 익숙한 수험생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학 공통 영역은 수열의 규칙성을 묻는 문항이 이전과 동일하게 12번으로 배치됐으며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단원의 문제로 조건을 해석하고 그래프를 그려 해결하는 문항은 14번에 위치했다. 공통과목 선다형 마지막 15번 문항은 수학2의 함수의 극한과 연속을 묻는 문항으로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평이다. 함수 f(x)가 x=3, x=6에서 f(x)=0임을 찾을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번 문항은 2023학년도 수능과 6월 모평에서 미분 단원의 평균변화율을 조건식으로 출제했는데 이번에는 정적분으로 정의된 함수를 조건식으로 평이하게 출제했다. 이 역시 함수 g(x)가 일차함수임을 파악한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확률과 통계에서는 익숙한 유형이 다수 출제됐다. 28번은 표본평균이 특정한 값을 가질 확률을 구하는 문항, 29번은 독립시행의 확률을 이용하는 문항, 30번은 중복조합을 이용해 조건을 만족시키는 순서쌍의 개수를 구하는 문항으로 출제됐다. 체감 난이도가 높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적분에서는 6월 모평과 같이 그동안 빈번하게 출제되었던 등비급수와 도형에 대한 문항이 출제되지 않았다. 대신 28번은 절댓값을 포함한 함수에 대한 정적분으로 정의된 함수를 추론하는 문항이 나왔다. 단답형인 29번, 30번은 두 문제 모두 평이한 난이도였으며 29번은 등비수열의 수렴과 발산에 대한 문항이, 30번은 삼각함수의 미분 문항이 출제됐다.

기하도 2점, 3점 문항은 아주 쉬운 난이도로 구성됐으며 4점 문항만 약간 까다롭지만 역시 평이한 난이도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28번은 좌표공간에 구가 2개 등장해 정사영을 구하는 공간도형 문제가, 29번은 타원의 성질을 이용해 길이가 최소가 되는 상황을 찾는 이차곡선 문제로 출제됐다. 30번은 평면벡터의 내적으로 주어진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도형을 그리면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이다.

■ 평가 엇갈린 영어 영역…“매력적인 선택지 많아 헷갈렸을 것” = 영어 영역은 분석한 기관마다 난이도에 대한 분석이 다소 엇갈렸다.

김보라 EBS 강사는 “변별력 있는 문항을 배치하면서 듣기 영역 연계 체감도를 높인 점이 눈에 띈다”며 “전반적으로 현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소재 및 일상적이고 친숙한 소재의 지문이 다수 포함됐다. 지문을 충실하게 읽고 선택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답을 찾을 수 있는, 독해력과 종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항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학원은 1등급 비율이 6월 모평의 14.5%보다 7.5% 감소한 7.0%까지 하락했다며 6월 모평보다 훨씬 어렵게 출제됐으며 상위권의 1등급 진입이 크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헌섭 유웨이 영어 영역 분석위원도 “전문적인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문항은 나오지 않았지만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요구하고 매력적인 선택지가 있는 문항들이 많이 출제됐다”며 예상한 것만큼 쉽게 출제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문제풀이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입시 관계자들의 예상이 적지 않았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초고난도 문항은 없었으나 까다롭게 출제된 것이 사실”이라며 “지문을 충실히 읽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다수 있어 시간이 부족한 수험생들이 많았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투스 측은 영어 영역 출제 총평에서 전반적인 난이도가 쉬워졌다고 평했다. 무엇보다 추상적인 내용의 지문 감소, 어휘 수준 역시 평이하고 각주로 주어진 단어 수도 많아서 학생들의 독해가 어렵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독해 후 답을 찾는 과정에서 매력적 오답이 포함된 문제들이 많아서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생각보다 낮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어 영역에서 고난도 유형으로 뽑힌 문항은 24번(제목 추론)을 비롯해 △33번(빈칸 추론) △34번(빈칸 추론) △36번(글의 순서 파악) △37번(글의 순서 파악) △38번(문장 삽입) △39번(문장 삽입) 등이 선정됐다. 특히 34번 문항의 경우 답이 되는 부분이 비유적 표현에 해당해 학생들이 답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평이 많았다.

6월 모평에서 네모형으로 출제됐던 어휘 문항은 이번 평가에서 다시 밑줄형으로 출제됐다. 지문 흐름을 따라가며 해석하더라도 답이 되는 선택지가 다의어여서 학생들의 혼동을 유도했다는 평이다.

■ 한국사,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예년과 비슷한 난이도’…한국지리 ‘신유형 대거 추가’ = 전근대사 6문항과 근현대사 14문항이 출제된 한국사 영역은 지난 시험과 비슷한 난이도를 보였다.

6일 영역별 보도자료를 발표한 이투스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문항 모두 자주 출제되는 주제를 중심으로 출제됐다. 원래 자료를 그대로 활용한 문항보다는 학습 결과 보고서, 수행 평가 보고서, 삽화 등으로 가공한 문항이 많이 나왔다”며 “다만 신한 청년당의 활동을 묻는 문항의 경우 최근 출제된 적이 없어 어렵게 느꼈을 수 있다”고 봤다.

사회탐구에서는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영역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 생활과 윤리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나오지 않았던 삼단논법 재구성 유형의 문항이 이례적이라는 평을 남겼다.

사회·문화 영역은 비교적 쉬워졌지만 이번 평가에서 문화 과목의 개념을 확실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문항이 다수 출제돼 학생들의 추가적인 학습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다만 한국지리 영역은 전반적인 난이도가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자연지리에서 출제된 북한 지역의 기후(15번), 인문지리에서 출제된 충청 지방의 공업(12번), 우리나라의 영해(20번)가 낯선 자료로 구성돼 등급을 가를 수 있는 고난도 문항으로 출제됐다. 더불어 경부고속 국도와 영동 고속 국도가 지나는 주요 도시(2번), 충청 지방의 공업(12번) 문항이 9월 모평에 신유형으로 출제돼 학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체로 쉬웠던 과학탐구 영역…생명과학Ⅰ이 가장 쉬워 = △물리학Ⅰ△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등 과학탐구 영역은 대체로 쉬운 난이도라고 분석됐다.

물리학Ⅰ 영역은 자료를 해석한 후 개념을 묻는 문항이 출제돼 역학과 에너지 단원에서 고난도 문항이 출제됐다. 화학Ⅰ 영역은 기본 개념을 문항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항과 자료 해석형 문항, 결론을 도출하는 문항 등이 고르게 출제됐다. 지구과학Ⅰ 영역은 자료 분석 능력이 요구되는 문항들이 많이 나왔다.

앞서 소개한 과학탐구 3개 영역은 특정 부분에서 고난도 문항이 출제됐지만 대체로 평이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고, 생명과학Ⅰ은 훨씬 쉽게 출제됐다. 교과의 중요 개념을 자료에 적용하거나 자료를 통해 재해석할 수 있는 지를 묻는 문항이 주로 출제됐고 기본적인 생명과학 지식을 갖고 있다면 무리없이 풀 수 있는 문항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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