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R&D 예산 감축 대응 위한 미래세대 연구자 간담회 개최…학생연구원 보호 대책 마련 촉구
예산 삭감으로 학생연구원 인건비 감축, 계약 조기종료 예상, 학문 후속세대 연구인력 축소 등 연구 역량 약화 우려
‘학생 인건비 보장 명시’, ‘인력 양성 기능 평가 기준 마련’ 등 “학생연구원 지킬 정책 마련해야”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정부가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5조 2000억 원 줄인 25조 9000억 원으로 책정한 가운데 국내 과학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연구 현장의 젊은 연구원과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번 R&D 예산 삭감의 ‘칼바람’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에 집중됐다. 내년 출연연 25곳의 주요 사업비는 올해보다 25.2%가 줄어든 8859억 원에 그쳤으며 4대 과기원도 이전 수준에서 10~15%가량 삭감된 예산을 통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하 대학원생노조)은 8일 개최한 ‘R&D 예산감축 대응을 위한 미래세대 연구자 간담회’에서 대책 없는 예산 삭감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문 후속세대가 떠안게 되며 우리나라 연구 역량의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에 예산 삭감 재고와 학생연구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8일 개최한 ‘R&D 예산감축 대응을 위한 미래세대 연구자 간담회’에서 이준영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부지부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 예산 삭감 폭 고려 시 출연연 연구직 1200명 인원 감축 전망 = 출연연의 경우 연구직 인건비가 주요 사업비에서 주로 지출되는데 출연연 25곳의 주요 사업비가 대폭 삭감되면서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

출연연별로 내년도 사업·연구인력 운용계획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삭감 폭을 고려하면 최소 1200명의 인원 감축이 있을 것이라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예측도 나왔다.

이준영 대학원생노조 부지부장은 “박사후연구원(포스트 닥터)과 학생연구원, 인턴 등으로 이뤄진 출연연 연수직의 감축 규모가 제일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구 기관에 예속돼 있는 학생연구원들이 연구원 측의 계약 조기 종료 통보와 채용 축소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이는 고스란히 학생연구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대학 연구개발비 감소로 학생 인건비 축소…경제적 부담과 직결, 향후 진로에도 영향 끼쳐 = 또한 “R&D 예산삭감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받는 대학 연구개발비가 약 8.4% 감소했다”며 “학생 연구원들이 지급 받는 학생 인건비가 축소돼 경제적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학원생 19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원생들의 생활비 조달방법. (자료=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자료 발췌)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학원생 19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원생들의 생활비 조달방법. (자료=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자료 발췌)

학생 인건비는 △대학 △특정연구기관 △정부출연기관 소속 학생연구원에게 지급하는 비용으로 대다수의 학생연구원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이나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얻는 학생 인건비로 생활비를 조달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5년 대학원생 19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생활비 조달방법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로젝트 참여 연구비로 생활비를 조달하는 대학원생이 37.6%, 연구·행정 조교 수입으로 충당하는 학생은 26.5%에 달했다. R&D 예산 감축이 학생연구원의 경제 생활은 물론 향후 진로에 직격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첨단 분야 전문 인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공계 인재 유출을 고민해야 하는 정부로선 학생연구원 등 신진 연구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는 “상당수 학생연구원들이 학생 인건비를 생활비로 충당하며 심지어 대학원생 42.5%가 부모나 형제, 가족의 지원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R&D 예산 감축은 곧 학생연구원의 경제적 부담과 직결된다. 이는 학생들의 정상적인 연구활동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UST 제18대 총학생회 임원인 김재우 씨는 R&D 예산삭감이 학생연구원의 고용 불안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김한울 기자)
UST 제18대 총학생회 임원인 김재우 씨는 R&D 예산삭감이 학생연구원의 고용 불안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김한울 기자)

■ 학생연구원 고용 불안감 커지고 연구 역량 질적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어 =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UST) 제18대 총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김재우 씨는 앞서 정상적인 연구가 어렵다는 이 씨의 말에 공감하면서 학생연구원의 고용 불안감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업 사정이 나빠지면 직원을 감축하는 것처럼 연구실도 똑같다. 예산이 줄어들면 특정 연구실에서 학생연구원이 연구실과 맺는 계약이 줄고 기간도 짧아지고”며 “연구의 지속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학생연구원은 다니고 있는 기관에 계속 다닐 수 있는지에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연구 역량 강화를 바라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 기자재나 재료 투자 지원이 열악해질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김 씨는 “예산이 삭감되면 질 높은 고가의 장비를 사는데 주저하기 마련이다”며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연구와 그 결과를 작성한 논문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세계 속에서 경쟁해야 하는 연구자 입장에서 다른 해외 대학의 연구자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예산 줄어들어도 학생 인건비는 일정 수준 유지해야” = 예산 삭감 이후 발생할 다양한 문제에 학생연구원들 간 정책 제언이 이어졌다. 앞서 두 발표자를 포함해 이도연 서울대 대학원총학생회장, 조은영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이재은 부산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등 참석자들은 학생연구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토론자들은 학계와의 긴밀한 소통 없이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이뤄지는 과정을 지적하며 예산 감축을 담은 안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생연구원의 연구 지속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알맞은 연구 환경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원안대로 예산이 줄어들 경우에는 일정 수준의 학생 인건비가 보장돼 학생들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