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번째 ‘타운 가운 리포트’ 출간…대학-지역 연계한 지속가능성 연구
학습·연구 지원하는 캠퍼스 환경 조성 위해 7개 시설 프로젝트 진행
캠퍼스 내 모든 수단, 친환경 지향…하이브리드 근무 지원 위한 가상 플랫폼 구현
기후, 건강, 형평성 초점 맞춰 건강한 미래에 기여하는 솔루션 개발

하버드대학교 와이드너 도서관. (사진=하버드대 홈페이지)
하버드대학교 와이드너 도서관. (사진=하버드대 홈페이지)

10조 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투자회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2020년 연례서한에서 “ESG를 실천하지 않으면 도도새처럼 멸종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환경 보호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영국의 찰스 국왕은 ESG를 두고 “ESG 혁명은 신석기 혁명과 산업 혁명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로 주요한 전환점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ESG는 필수 요소가 됐고, 미처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수출이 막히고 기업 간의 거래에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대학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미 미래를 예견한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한국ESG경영원은 대학의 ESG 경영 활동을 점검하며 지속 가능한 대학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 ESG心(이심전심) 동행> 시리즈를 시작했다. <편집자주>

‘타운 가운 리포트’. 대학이 자발적으로 지역과 연계한 ‘지속가능성’을 위해 연구하고 그러한 내용을 지역사회에 다시 알리면서 선순환 시스템을 만든 리포트. 그야말로 지속가능함을 위해 똘똘 뭉친 대학과 지역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최근 하버드대학교는 무려 27번째 ‘타운 가운 리포트’를 내놨다. 이 리포트에는 하버드대학을 비롯해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헐트 국제경영대학원, 레슬리대학교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보고서는 해마다 생기는 이슈에 대해 각각 대학별로 내놓고 있다.

우선 이 리포트의 역사를 알고 나면 아주 흥미롭다. 리포트의 시초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케임브리지시의 4개 대학과 지역사회 관계 위원회는 ‘대학-지역 사회 관계성’을 다루는 연구를 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이것이 ‘타운 가운 리포트’의 시작이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시티는 보스턴의 위성도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가 위치하고 있다. 케임브리지시티는 본래 이름이 뉴타운(The Newe Towne)이었다. 매사추세츠 지역을 개척한 영국 이주민들 중에 청교도들이 많았는데 당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은 청교도의 중심지 중 하나였고, 이주민들이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케임브리지로 지었다.

‘타운 가운’은 그렇게 졸업 가운으로 상징되는 학술기관과 케임브리지를 대표하는 마을 간의 지속가능성을 담은 기록이다. 여담이지만 하버드대학이 개교 당시에는 ‘뉴칼리지’였으나 영국의 케임브리지대 졸업생이자 청교도파 목사인 존 하버드가 이 학교에 도서관과 단과대학 설립을 위한 자산의 절반을 기부하면서 1639년에 하버드대학으로 명칭을 바꾼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코로나19때 ‘타운 가운 리포트’에는 전염병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에 대해 연구하면서 하버드대학은 매사추세츠주 정부와 함께 질병 통제 및 예방 센터의 건강 지침을 보고했다. 더불어 케임브리지 외곽 지역 주민들을 함께 돕고 임대료 구제 및 소규모 독립 자영업자와 식당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모범이 되기도 했다.

‘대학 ESG心(이심전심) 동행 시리즈’ 네 번째는 바로 하버드대학교다. 400년이 넘은 역사와 전통이 깊은 하버드대가 지역 사회와의 노력이 돋보이는 스물일곱 번째 ‘타운 가운 리포트’를 낱낱이 파헤쳐 봤다.

■ 400년 동안 가르침·학습·연구 지원하는 캠퍼스 환경 조성 = 하버드대는 리포트 머릿말을 통해 “지난 400년 동안 가르침, 학습 및 연구를 지원하는 캠퍼스 환경을 조성해 왔다. 교육과 연구를 통해 건강, 기후 및 사회와 관련된 세계의 많은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서술하고 있다.

2023년에 하버드대가 노력한 7개의 시설 프로젝트는 △캠퍼스 개방 공간 구성 △하버드와 찰스강 △홀덴 채플 복원 △20세기 중반 건축물 보존 △올스턴 낙후 개선 △건설 과정에서의 부정적 영향 최소화 △안테나 설치 등이다.

‘개방 공간 구성’은 학생들의 네트워킹을 지속하고 학교 내 시설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버드와 찰스강’은 케네디 기념 공원을 유지하고 찰스강의 자연과 대학의 공간적 유대관계를 학생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홀덴 채플 복원’은 대학 내에서 세 번째로 가장 오래된 건물인 홀덴 채플의 일부 측면을 복원한 성과를 다뤘다.

‘20세기 건축물 보존’은 하버드대의 오래된 건축물은 역사와 스토리를 지닌 고풍이 담겨 있는 만큼 장기적인 보존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연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올스턴 낙후 개선’은 올스턴 지역의 낙후된 곳을 개선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이 지역의 발전을 통해 학습과 교육의 임무를 지원하는 하버드의 핵심 미션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대학은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 시공 등으로 지역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격한 규정을 도입해 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테나 설치’는 무선, 웹기반 및 원격 플랫폼을 사용한 교육과 협력적 연구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분산형 안테나 시스템(DAS)을 새롭게 구축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버드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지역 사회의 모든 학생들이 학업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진=하버드대 홈페이지)
하버드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지역 사회의 모든 학생들이 학업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진=하버드대 홈페이지)

■ 캠퍼스 내 모든 수단, 친환경 지향하도록 설계 = 캠퍼스 내부에는 보행자, 자전거, 셔틀버스, 개인 차량 이용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연결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또한 모든 수단이 친환경을 지향하도록 설계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하버드에는 ‘PTDM(사전 예방적 주차 및 교통 수요 관리) 플랜’이 있다. 되도록 개인 차량 통근은 지양하고 다른 교통수단을 활용하도록 지향하는 장려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교직원과 학생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교통 직불카드를 지급하거나 버스·지하철 7일짜리 패스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 원격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하이브리드 근무를 지원하기 위해 가상 플랫폼을 구현했다. 덕분에 재택과 출근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

캠퍼스와 지역을 오가는 셔틀은 총 11대가 있으며 셔틀의 정보를 담아 피크 시간대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앱을 활용하고 있다. 셔틀버스는 학교를 벗어나 인근 지역을 함께 돌고 있기 때문에 티켓을 사전 구매하면 학교와 상관없는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전기버스를 도입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모든 셔틀을 전기 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학 입주자 및 각 단과대학 부서 차량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전기 자동차 충전 시설을 마련했다. 전기 자동차 통근자의 형평성과 접근성을 위한 배려다.

이번 리포트는 교통수단 중에서도 특히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상당한 비중으로 다뤘다. 대학 내에 약 5700개의 실외 거치대와 1300개의 실내 자전거 보관함이 마련돼 있으며, 캠퍼스 전역에 11개의 자전거 수리점이 있다. 자전거 시설에 대한 경로, 주차 구역, 거치대 유형, 여유 공간 수 등의 정보를 담은 지도가 웹사이트에서 제공된다.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혜택도 있다. 블루바이크 멤버십을 이용하면 세금을 환급해 준다. 2022년에는 1430명의 교직원과 학생이 멤버십에 참여하면서 무려 35만 달러(약 4억 6600만 원)를 환급받았다고 한다. 또 학교뿐만 아니라 케임브리지시도 자전거 도로 계획을 세우고 설계와 설치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하버드와 시는 자전거 안전 조례를 시행하기 위한 ‘자전거 계획 이니셔티브’를 지속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 기후, 건강, 형평성 초점 맞춰 지속가능한 발전 도모 =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위해 하버드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 보고서에 잘 드러나 있다. 특히 기후, 건강, 형평성 부분에 초점을 맞춰 포괄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과 모두를 위한 건강한 미래에 기여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지역사회와 지구의 안정에 기여할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하버드대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넷제로 달성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에 2026년까지 화석 연료 중립을 달성해 캠퍼스 배출량을 제로화하는 단기 목표도 세웠다.

넷제로 달성방법을 보면 우선 지역 에너지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건물을 전기화하는 대규모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외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탄소 배출과 대기 오염을 해결하는 대규모 재생 전기 프로젝트를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열 에너지, 태양열 온수, 에너지 저장 등 캠퍼스에서 소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포함해 태양광 발전 시설을 늘리기 위해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

하버드대가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식품 시스템의 혁신이다. 2019년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식품 표준을 도입해 주요 식품 공급업체에 적용하고 건강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은 높이고 낭비되는 음식은 줄이며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최적화하는 모델로 설계됐다. 2030년까지 식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을 총 25% 감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글로벌 연합 쿨푸드 서약을 최초로 서명한 기관이다. 이후 여기에는 뉴욕시를 비롯해 이케아, 힐튼 등 유명 기업들도 서명에 나서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위한 회복력을 갖춘 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폭염, 강우량 증가로 인한 허리케인, 해수면 상승 등 미래의 기후 변화와 관련된 위험과 취약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주정부 및 연방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 형평성, 다양성, 포용성 그리고 소속감 = 하버드대는 캠퍼스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하버드에 소속돼 있다는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사무실 운영(OEDIB)이다. 이는 포용적인 캠퍼스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위해 설립한 부서다. 부서는 존중과 포용이라는 하버드의 기본 가치를 재확인하고 형평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새롭고 매력적인 이니셔티브를 개발하는 주요 목적이다.

OEDIB의 다섯 가지 핵심 가치는 △타인의 권리, 차이, 존엄성 존중 △모든 업무에서 정직과 성실성 발휘 △자발적인 양심 추구 △커뮤니티에서의 행동에 책임 △유대감 형성 등이다.

하버드대학은 소규모 공급업체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경제적 포용성을 위한 사무실을 설립하기도 했다. 소규모 업체들이 대학과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다양한 업체들과 대학 커뮤니티가 연결되고 지속가능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케임브리지 주민들은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40종 이상의 뉴잉글랜드 토종 식물을 심어 도시 최초의 주거용 미야와키 정원을 심어 가을을 맞이했다. (사진=하버드대 홈페이지)
케임브리지 주민들은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40종 이상의 뉴잉글랜드 토종 식물을 심어 도시 최초의 주거용 미야와키 정원을 심어 가을을 맞이했다. (사진=하버드대 홈페이지)

■ 지역사회와 협력해 학생 학업적 성취 기회 제공 = 하버드대는 케임브리지공립학교(CPS)와 협력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지역사회의 모든 학생들이 학업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CPS 프로그램을 잠시 살펴보면 유아기부터 초등학생까지 제공하는 ‘마인드매터스’가 있다. 2012년부터 시작했으며 3~8세 아동의 정서적, 사회적, 학업적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보호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2학년과 4학년 학생들에게는 하버드 미술관과 하버드 과학문화 박물관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현장학습을 통해 기후변화가 식량 자원에 미치는 영향, 고고학 역사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별도로 ‘교육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청소년들에게 대학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대학 진학에 대한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립학교에 재학중인 모든 6학년 학생들이 참여하고 대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마련했다.

‘티치 프로젝트’는 모든 CPS 7학년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다. 익히 유명한 진로 프로그램으로 대학 진학이 모든 학생에게 달성가능한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진로 목표 설정, 자원 공유, 학생과 대학 간의 파트너십 개발, 가족 참여 등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이러한 CPS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비영리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지역 문제에 대응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크게 살펴보면 △학위 취득 불평등과 등록금 상승을 해결하기 위한 장학금을 제공하는 ‘프로미스 파일럿 지원’ △전문가로 구성된 강사진이 진행하는 워크숍을 통해 지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리소스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리소스’ △로스쿨 교수진을 중심으로 학생들과 함께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법률 서비스’ △18~24세 저소득층 청년들에게 실무 기술 개발과 기업 인턴십을 결합해 제공하는 ‘Year UP 프로젝트’ △케임브리지와 보스턴의 식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하버드 푸드 프로그램’ △주택, 건축 환경 그리고 지역 사회 개발에 중점을 둔 비영리 단체에서 인턴십 또는 봉사 기회를 주는 ‘펠로우십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하버드대는 30년 넘도록 ‘타운 가운 리포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고 더불어 환경보호와 사회적 발전 그리고 상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 온 것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대목이다.

결국 하버드대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면서 일자리 제공, 지역 소비 창출, 관광 유치 등 케임브리지시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번역= ESG 해외리포터 노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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