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대-옥스퍼드대 ‘환경 지속가능성 보고서’ 분석
‘스코프1·2·3’ 배출량 보고 활용해 학내 탄소중립 달성 노력 분주
옥스퍼드대, 대학의 환경과 관련된 지속가능성 활동에 방점
케임브리지대, 캠퍼스 내 중고가구 활용 등 폐기물 전략 ‘눈길’
오랜 역사만큼 지구 환경 위한 그린임팩트 프로젝트 왕성

(좌측부터) 옥스퍼드대의 ESG 보고서(2022-23)와 케임브리지대의 ESG 보고서(2021-22) 표지. 
(좌측부터) 옥스퍼드대의 ESG 보고서(2022-23)와 케임브리지대의 ESG 보고서(2021-22) 표지. 

10조 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투자회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2020년 연례서한에서 “ESG를 실천하지 않으면 도도새처럼 멸종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환경 보호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영국의 찰스 국왕은 ESG를 두고 “ESG 혁명은 신석기 혁명과 산업 혁명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로 주요한 전환점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ESG는 필수 요소가 됐고, 미처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수출이 막히고 기업 간의 거래에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대학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미 미래를 예견한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한국ESG경영원은 대학의 ESG 경영 활동을 점검하며 지속 가능한 대학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 ESG心(이심전심) 동행> 시리즈를 시작했다. <편집자주>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학. 영국 내 대학 순위에서도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끈끈한 선의의 경쟁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두 곳. 92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옥스퍼드대학교와 8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케임브리지대학교다.

옥스브리지 라이벌전은 영국에서 상당히 유명하다. 물론 케임브리지대 학생들은 케임퍼드전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대학 스포츠 라이벌전의 효시도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의 조정경기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미국의 하버드-예일, 우리나라의 고연(연고)전이 바로 그렇다.

영국 내 대학 순위는 2024년 기준(QS)으로 1, 2위가 각각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다. 노벨상 수상자 출신 대학 톱10 중에 8개가 미국 내 대학이고 케임브리지(2위)와 옥스퍼드(9위)가 유일하게 들어가 있다. 2019년 기준으로 각각 120명, 72명을 배출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후위기에 맞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줄곧 내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학교여서 그런지 벌써 스코프3 탄소 배출까지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스코프3는 학교와 거래하는 공급망 업체들의 관리까지 해야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학교 내 탄소배출뿐만 아니라 이미 공급망까지 고려해 보고서에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다른 공통점으로 두 대학 모두 △PPA(전력구매계약)를 이용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면서 탄소배출 상쇄 △출장과 관련해 항공기 이용 체크 및 효율적 관리 △캠퍼스 내 교통수단을 녹색 활동으로 규정, 인센티브 부여·장려 등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봤다.

옥스퍼드대 전경. (사진=옥스퍼드대 홈페이지 캡처)
옥스퍼드대 전경. (사진=옥스퍼드대 홈페이지 캡처)

옥스퍼드대학교
옥스퍼드대의 ‘지속가능성 보고서(2022-23)’는 대학의 환경과 관련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활동을 핵심적으로 다뤘다. 재정 보고는 물론이고 탄소 배출, 생물다양성 영향 평가, 향후 활동에 대한 약속과 다짐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는 대학의 일상 활동에 사용되는 건물들에 초점을 맞춰 조사됐고, 강의실을 비롯해 연구 건물, 실험실, 스포츠 시설, 도서관, 박물관, 사무실, 의례 건물 등이 포함되고 대학원생 숙소는 제외됐다.

이들 건물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은 실질적으로 청구된 소비나 일종의 가치를 기반으로 계산했으며 대학의 공급망이 미치는 생물다양성 영향까지도 면밀히 살폈다.

우선 전기 사용 부분과 관련해선 영국 전력망의 탄소 강도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국가적으로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학은 17개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기존보다 평균적으로 10~12% 감축했다.

직접 배출하는 양을 나타내는 스코프1은 소비량이 전년도 1억 560만KWh에 비해 9850만KWh로 감소했다. 난방 수요 감소를 위해 노력한 결과로 분석했다. 전기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을 나타내는 스코프2는 17% 증가했으며, 이는 유럽 내 에너지 수입-수출 비율의 가격 변화와 대학의 전기 사용량 증가가 원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또한 공급망으로 인한 간접 배출량을 표시하는 스코프3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구매 재화 및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했듯 스코프3까지 세밀하게 챙기는 옥스퍼드대는 공급망에 대한 평가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 공기 오염, 온실가스, 토지 사용, 물 사용, 수질 오염 등 5가지 유형의 평가를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대학의 공급망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것에서는 물 사용 감소로 인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악영향이 다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퍼드대 관계자는 “지속가능성 포괄적 평가를 통해 공급망 활동의 모든 측면의 영향을 정량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법을 개발하고 다른 기관들과 공유하면서 협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탄소배출과 관련해선 항공 출장에 대한 관리를 새롭게 도입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분별하게 지출되고 당연하게 여기는 항공기 출장과 관련한 활동을 파악하고 비용을 줄이면서 그 비용으로 1만 9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상쇄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고했다.

여기에 더해 옥스퍼드대는 ‘Be Energy Friendly’ 캠페인을 시작하고 캠퍼스 내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여러 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건물 구조 및 공기 밀폐도를 개선하는 작업은 물론 에너지 절약 및 냉각 프로젝트를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냉각 프로젝트는 학생회와 기후학회 등 이해 관계자들과 협력해 학교 내에서 설치된 수많은 데이터 센터들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다.

마지막으로 보고서에는 향후 옥스퍼드대가 기후 위기와 관련한 전략적인 약속도 담겨있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의 실현을 위해 내부적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나가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부정적 생물다양성 영향을 줄이면서 2018~2020년까지 지속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물다양성 영향을 리모델링하는 한편, 악영향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2035년까지 생물다양성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 등도 눈에 띈다.

게다가 교직원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친환경 그린임팩트 캠페인, 기존의 캠퍼스 인프라를 바탕으로 연구 기준을 확립하고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을 금지한다. ‘Sustainable Students Oxford network’는 학생들이 지속가능한 관심사 및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직원과 학생 모두가 함께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케임브리지대 전경. (사진=케임브리지대 홈페이지 캡처)
케임브리지대 전경. (사진=케임브리지대 홈페이지 캡처)

케임브리지대학교
케임브리지대의 ‘환경 지속가능성 보고서(2021-22)’는 2048년까지 스코프1, 2의 배출을 제로로 달성하고 다른 분야로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응을 담은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이번 보고서에는 컴퓨터과학과 법학부 건물, 지구과학부 그리고 자전거 보관소 등에 대한 진행 상황을 담았으며 향후에는 각 단과대학별로 환경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더불어 2014년 개발된 환경 지속가능성 비전, 정책, 전략을 통해 대학과 이해 관계자들에게 중요한 관련 문제들을 공유하고 9가지 핵심 영역을 구분해 진행 상황을 살폈다.

9가지 핵심 영역은 △에너지 및 온실가스 △물 관리 △재활용 및 폐기물 관리 △생물다양성 △지속 가능한 공급망 △지속 가능한 제품 및 서비스 △사회와의 관계 △인권 △윤리 및 공정거래 등이다.

폐기물 전략으로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재사용 용기로 최대한 교체하고 연구 관련 폐기물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대학 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장 및 배송으로 인한 폐기물이 가장 많았고 연구 관련 폐기물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고 한다.

이에 케임브리지대 관계자는 “최소 기준으로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 및 자원순환을 이용해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장비를 사용할 것을 지향한다”면서 “폐기물의 73%가 재활용되거나 퇴비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케임브리지대가 꼽은 우수사례를 보면 물리학부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가구를 사들일 때 새 제품이 아닌 캠퍼스 내 중고가구를 활용해 재사용한 것이다. 의자, 책상, 강의 장비 등을 새것으로 들이지 않고 기존 중고 물품을 손질해 그대로 사용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에는 대학을 중심으로 한 순환을 키워드로 한 도시 경제를 위해 자전거를 예로 들었다. 시설관리팀은 버려진 자전거를 6주 동안 보관하고 이를 지역 교도소나 자선단체에 기증하는 제도를 새롭게 만들었다. 지역사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리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를 수리해 250대를 기증했다. 

생물다양성 부분을 살펴보면 상당히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직원과 학생이 열심히 활동한 결과가 담겨 있다. 캠퍼스 내 매딩글리에 있는 연못 개선 작업을 통해 생태계의 더욱 다양한 서식지를 마련했고 버드나무 가지도 제거했다. 이러한 과정으로 무려 1800제곱미터 넓이의 목초지를 구축했다. 이는 생태다양성을 촉진시키고 특히 무척추동물에 대한 배려라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게다가 핏즈윌리엄 박물관장의 생태 자문을 통해 케임브리지시의 지원을 받아 잔디 지역을 야생화 지역으로 변모시켰다. 이는 탄소 오프셋 계획의 일환으로 에딩턴에서 나무를 심는 작업과 병행하고 있다. 탄소 오프셋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실천한 환경 보호 프로젝트에 투자해 탄소 배출을 상쇄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탄소 오프셋 프로젝트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생태계 다양성을 위해 지속가능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것도 또 다른 목적이다. 이렇게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상당한 비중으로 실려있다. 구체적인 수치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스코프3에 해당하는 공급망 관리까지 담겨 있다.

대학 내 서쪽 캠퍼스 인근에는 웨스트 허브를 개관했다. 이는 학계, 연구자, 학생, 직원, 기업 그리고 지역사회에 개방됐다. 누구든 와서 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선순환을 위해 마련됐다.

놀라운 것은 건물 자체에 조명 센서와 열 회수 시스템을 사용해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였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능동적인 설계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도시 라이프를 대학 내에서 창출하려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마지막으로 10년째를 맞이한 그린임팩트 프로젝트는 ‘케임브리지 제로’를 위한 넷제로에 관심을 가진 학부학생과 대학원생 등 200명 이상의 멤버들이 모여 연구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페스티벌이다. 이로 인해 케임브리지대 구성원들은 무엇을 하든 탄소 배출에 관심을 가지고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관계자는 “옥스퍼드대와 마찬가지로 그린임팩트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직원과 학생들에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항공 출장은 최대한 제한하고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배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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