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구조조정·정원 감축 등 경쟁력 높이기 안간힘

평가지표 등 불만, 법적소송 준비…총장 등 사표도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대학 및 대출제한대학 명단 발표 후  후폭풍의 여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명단에 포함된 대학들은 '부실대학'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정부발표를 받아들이고 하루라도 빨리 대학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정원감축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편에선 평가 결과에 대한 거센 반발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은 대학의 성격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부실' 낙인이 찍힌 대학들은 서둘러 자구책을 내놔 흔들리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다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일부 대학에서는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잇달아 사표를 제출했다.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하며 교수 전원이 사의를 표한 대학도 나타났다. 평가지표의 맹점을 지적하는가 하면 교육 당국에 대한 법적 소송을 준비하는 대학도 나타났다. 

■ “내년엔 벗어난다” 구성원 다독이기 = 충격을 추스르고 일찌감치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는 데 애쓰는 대학들이 눈길을 끈다. 당장 입시철이라 빠르게 위기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지만 내년에는 부실대학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태스크포스(TF) 구성과 구성원 결의대회 개최 등 발빠르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역 명문사학이지만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에 포함된 원광대가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 취업률 지표가 추락하는 등 지표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게 컸다. 불명예 타이틀을 얻은 원광대 김진병 기획조정처장은 “그동안 너무 안일했다. 학사 구조조정과 정원 감축을 위한 비상 TF를 꾸리고 학생·학부모에게 이런 계획을 알려 안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주호 교과부 장관부터 앞장서 부실대학 챙기기에 나섰다. 이 장관은 지난 15일 원광대를 직접 찾아 특강을 하며 “원광대는 재정지원 제한대학 중 가장 크고 개혁 의지가 강한 대학이다. 이번 결과를 계기로 더욱 발전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이 장관의 특강은 추석 연휴 직후 갑자기 결정된 만큼 정부도 해당 대학들을 다독이는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 부실대학 낙인 충격에 줄 이은 사표 = 하위 15%인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된 상명대와 한국국제대는 총장이 사표를 던졌다. 이들 대학은 보직교수들도 책임을 통감하며 함께 사의를 표했다.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이 된 추계예술대는 아예 교수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부실대학 학생’을 만들어버렸다는 자책감이 공통된 이유였다.

서울의 이름 있는 종합대인 상명대의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은 충격 그 자체였다. 대학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내부 구성원의 실망감은 컸다. 이현청 총장은 뜻밖의 '충격파'로 평가 결과에 대한 반발과는 별개로 사표를 냈다. 상명대는 당분간 부총장이 직무대행을 맡아 운영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출신인 김영식 한국국제대 총장도 사표를 제출했다. 말 그대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의미다. 하지만 올해 2월 취임한 김 총장의 경우 임기 1년도 채우지 않고 사의를 밝혀 더 큰 혼란이 우려된다. 때문에 총학생회의 사퇴 반대 서명운동을 비롯해 교직원들 역시 이사회에 총장의 사의를 반려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추계예술대는 교수 전원 사퇴라는 강수를 뒀다. 교수들은 학내 대자보를 붙이고 “이번 결과는 예술교육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획일적 잣대 때문”이라며 “낮은 취업률 때문에 부당하게 평가받는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교수직을 내려놓고 예술인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된 한국국제대 학생들이 지난 9일 학내에서 총장 사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억울함 달랠 길 없어…” 입장 발표 = 억울한 마음에 앞다퉈 입장을 발표한 대학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평가지표 적용의 불합리함을 꼬집거나 최근 대학의 발전상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며 아쉬움을 토해냈다. 대규모 정원 감축 행정제재를 받은 건동대는 “생존이 걸려있다. 물러날 곳이 없다”며 교육 당국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2년 연속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에 선정된 데 이어 교과부로부터 내년 입학정원 53.4% 감축 명령을 받은 건동대는 이를 악물었다. 학교 폐쇄를 예고한 명신대, 성화대학에 준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사학비리가 아닌 지표 미충족을 이유로 퇴출 대상이 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얘기다. 건동대는 수용 가능한 범위의 정원 감축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이달 중으로 감축 규모의 법적 근거를 밝히라는 행정소송을 교과부에 제기할 계획이다.

지방대가 불리한 구조적 문제를 강조하는 대학도 많았다. 경주대는 공식 입장을 통해 “가장 높은 비중(30%)의 재학생 충원율 지표의 경우 학사편입 등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계속되는 한 지방대는 속수무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들의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불합리한 평가로, 대학들의 개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경남대·대전대·영동대 등은 불만과 안타까움을 내비치면서도 지표 개선 의사를 담은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 대학은 이번 발표가 부실대학 이미지로 이어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재정적 부실 등 문제점이 없는 건실한 대학임에도 부실대학 꼬리표를 다는 것은 억울하다. 잣대가 된 지표 개선에 힘써 치욕을 씻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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