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우리 편이…" 다음차례 교수들 미련

내년 선거 앞둔 교대 “그간 뿌린 게 얼만데… 포기 못해”
최근 총장선거 끝난 대구교대 "직선제폐지 합의 쉬웠다"

국립대 ‘구조개혁 중점추진(하위 15%) 대학’ 선정에서 대구교대와 부산교대가 총장 직선제 폐지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그러자 전국 10개 교대 가운데 유독 부산교대와 광주교대만 총장 직선제를 고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총장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온 부산교대·광주교대에서 직선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최근 총장 선거가 끝난 대구교대는 비교적 교수들의 반발 없이 직선제를 포기했다.

앞서 교육대학총장협의회는 교과부와 총장직선제를 놓고 빅딜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가 일반대와의 통합을 강제하지 않는 대신 교대들이 앞장 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의 10개 교대는 학내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그 결과 경인·공주·대구·서울·전주·진주·청주·춘천교대 등 8개교가 내부 설득에 성공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다.

대구교대는 이번 국립대 평가에서 교육대 가운데 최하위권 점수를 받았으나 막판에 총장직선제 폐지 선언에 동참하며 명단에서 발을 뺄 수 있었다. 반면 부산교대는 학내 교수들이 총장직선제 폐지에 강하게 반대하며 내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명단에 그대로 포함됐다. 광주교대는 교육대 가운데 평가결과가 상위권에 포진돼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와 관계없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다.

대구교대와 부산교대의 희비가 엇갈린 데에는 ‘총장선거의 시점’이 미묘한 영향을 미쳤다. 최근 총장선거를 끝낸 대구교대는 홀가분하게 직선제를 포기할 수 있었지만,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온 부산교대는 교수들이 이를 포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교대는 지난 8일 총장선거 결과 남승인 수학교육과 교수가 52%의 득표율로 총장 후보자로 당선됐다. 때문에 4년 후에나 있을 총장선거의 직선제 폐지 여부를 두고 기싸움 하기보다 당장 급한 불인 하위 15% 대학 포함을 막는 게 중요했다. 대구교대 교수들이 본부 측과 직선제 폐지에 합의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반면 부산교대는 내년 하반기에 총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100명도 채 되지 않는 교수들이 분파를 형성하고 ‘돌아가면서’ 총장을 하는 교대 특성상 ‘이번엔 우리 차례’라고 생각한 교수들이 강하게 직선제 폐지를 반대한 것이다.

부산교대 관계자는 “총장 선거 때마다 교수사회가 사분오열 된다”며 “이번에는 우리 차례라고 생각한 교수들의 반대로 직선제 폐지가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총장선거에서 이긴 쪽이 학교 당국이 되고, 안된 쪽은 연합전선을 구축해 야당이 되니 학교경영이 어렵다”며 총장직선제의 폐해를 거론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그간 다음 차례 총장 당선을 위해 뿌려놓은 게 많으니 직선제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 교대 총장선거가 사전 선거운동에 의해 암암리에 ‘돌아가면서’ 총장을 하고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부산교대는 총장 직선제 폐지를 앞두고 학교가 하위 15%에 포함됐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자는 “교수들이 명단에 포함됐다는 얘길 들었는데도 직선제 폐지에 반대했다”며 “학교 앞날을 생각하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박남기 총장의 임기가 내년 10월로 만료되는 광주교대도 마찬가지다. 평가결과가 비교적 좋아 하위 15%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직선제 폐지 논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광주교대 관계자는 “내가 혹은 내 편이 총장이 될 차례라 직선제를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주장 때문에 결국 직선제 유지로 결론이 났다”며 “학교 앞날을 생각했다면 교과부 방침을 따르는 게 옳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대학 한 교수도 “교수들은 자기가 총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직선제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라며 “지난 3년간 차기 총장을 노리고 이것저것 뿌려놓은 교수들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하영·김봉구·민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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