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1000명 미취업 우려… “국고지원 필요”

내년 처음 배출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 졸업생 1500명에 대한 인력수급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500~1000명 가량이 상당기간 미취업 상태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로스쿨 졸업생의 대량 실직사태마저 우려된다.

1일 로스쿨협의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을 비롯한 검찰, 법무법인(로펌) 등 기존 법조계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력 규모 자체가 변호사시험(이하 변시) 합격 인원인 1500명에 크게 못 미친다.

우선 대법원은 이날 법관인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해 1기 로스쿨 졸업생 중 법원 업무를 보조하는 재판연구원(로클럭) 100명을 뽑기로 했다. 원래 200명을 두기로 했지만 나머지 100명은 2기 졸업생을 포함한 대상자들 중에서 추가 선발키로 했다. 당장 ‘발등의 불’인 로스쿨 1기 졸업생 선발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검찰 쪽에서는 사법연수원생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해 임용되는 검사 자리가 로스쿨 졸업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몫이다. 신규 검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120명 규모. 법무부는 또 법원과 유사한 형태의 법률연구원(검찰 로클럭)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로펌의 채용문도 좁기는 마찬가지다. 대형 로펌들이 SKY 로스쿨의 우수인력을 입도선매하는 등 컨펌에 나섰다고 하지만 총 채용 인원은 업계 전체에서 200명 안쪽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기업 사내 변호사나 군법무관 등의 공공기관 취업까지 합치더라도 로스쿨 졸업생의 사회 진출이 처음인 만큼 그 숫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변시 합격과 동시에 실업 위기에 처하는 숫자가 로스쿨 졸업생 1500명 중 500~1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루빨리 로스쿨 인력수급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절박하게 들리는 이유다.

손기식 성균관대 로스쿨 원장은 “로클럭 인원을 적게 뽑아 유감이다. 로스쿨 출신이 진출할 곳이 너무 적어 걱정스럽다”며 “법조계 뿐 아니라 기업·행정 등 사회 전반에서 로스쿨 출신을 폭넓게 채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경북대 로스쿨 원장도 “1000명까지는 몰라도 500~700명 정도가 미취업 상태를 맞을 수 있다.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정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시에 합격해도 6개월 이상의 실무수습을 거쳐야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또한 변시 합격자 중 미취업자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실무 연수를 책임지도록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혀 없어 변협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형편이다.

로스쿨 관계자들은 졸업생 실무수습에 대한 국고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간 사법연수원에 국고가 투입돼온 점을 감안하면 로스쿨 제도 정착에도 이런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예비 변호사에 대한 교육을 내실 있게 진행하려면 로스쿨 졸업생들의 6개월간 의무 연수에 대한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연수원 배출 인력의 2/3 이상이 판·검사가 아닌 변호사가 되는데도 연간 수백억원의 지원을 해주지 않았느냐”며 “로스쿨 졸업생들에게 전혀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