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관리 이대로는 안 된다(4)

국내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시대를 맞아 정부가 질 관리에 나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곧 외국인 유학생 관리 모범·부실대학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유학 장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마구잡이식 유학생 유치를 지양하고 유학생 관리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의 반발은 만만찮다. 평가기준의 현실성과 적절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지는 정부가 도입하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인증제’의 타당성 여부와 이에 대한 대안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 최근 대학들은 유학생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다양한 한국문화 체험행사를 실시한다. 사진제공 전북대

국내 대학들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확대일로에 있다. 대학마다 글로벌화를 외치며 2000년대 이후 외국인 학생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캠퍼스 곳곳에서 외국어가 들리고 국내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방학이면 대학 관계자들이 유학생 유치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도 일상이 됐다.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인증제 시행과 부실·모범대학 선정 및 발표는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그 주체를 맡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이 높다. 일률적 잣대로 평가하기 힘들 뿐더러 정부가 나서 개별 대학의 유학생 유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글로벌화에 제약이 된다는 비판이다.

■ ‘평가를 위한 평가’… 대학퇴출 연장선상? = “평가를 위한 평가다.” 지방의 한 대학 국제교류처장은 정부의 유치·관리 인증제 도입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특정 지표에 맞춰 대학의 유학생 유치·관리 우수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질 제고를 위한 시도는 필요하지만 일률적 잣대에 의한 평가와 부실대학 선정은 문제다. 몇 번이고 지표 보완을 건의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유학생 유치를 장려하는 ‘포지티브’한 취지와 달리 평가지표를 제시한 뒤 이에 맞춰 탈락시키는 ‘네거티브’한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정량지표 중심의 평가지표가 대학의 유학생 관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학생들의 취업 지원책, 지도·전담교수 운영 등 유학생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은 도외시한 채 수치로만 판단한다는 불만이다.

지표의 객관성·형평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환 선문대 유학생교육팀장은 “평가지표가 수도권 중심으로 지방대가 불리한 면이 많다. 비중이 높은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 같은 항목이 대표적”이라며 “상황은 외국인 유학생들도 국내 학생들과 비슷하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사례는 많아도 반대 케이스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대학 글로벌화와 관련된 개별 사안으로 판단할 외국인 유학생 유치 문제를 대학 구조조정과 연동시켰다는 비판 역시 비켜갈 수 없다. 교과부가 인증기준으로 제시한 각종 평가지표는 대부분 정보공시 항목. 이를 통해 부실 평가를 받은 대학은 유학생 유치를 제한하고, 이 자료를 외국 대사관 등 해외기관에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교과부가 대학의 유학생 유치를 독려하기보다 대학 퇴출의 연장선상에서 제도를 마련한 셈이다.

■ “안이 아닌 밖을 보라” 수요자 시각 우선 = 이 때문에 유학 관련 전문가들은 시각의 전환을 강조한다. 안이 아닌 밖을 보자는 얘기다. 이들은 수요자인 외국인 입장, 유학생의 시각을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과부가 내놓은 유학생 유치·관리 인증제는 수요자 관점보다는 정부 입장이 주로 반영됐다는 말이다. 판별이 쉬운 몇몇 지표 위주로 국내 대학들을 관리하는 내용으로는 대학의 글로벌화나 유학생 유치가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치섭 청주대 국제교류처장은 “교과부가 나서 지표를 적용, 평가해 해외기관에 명단을 내놓는 방식보다 해외기관이 와서 판단하는 게 제대로 된 평가 아니냐”며 “예를 들어 국내 유학생이 많은 중국 대사관이 직접 국내 대학들을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 수요자의 시각과 평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1400여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인 청주대는 ‘유학생 숙소 제공비율’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숙소 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다. 이 대학은 732명을 수용하는 유학생 전용 국제학사를 완공했고 300명 규모의 기숙사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를 체험하며 살라는 의미로 기숙사에서 나가 살 수 있도록 했다. 정 처장은 “교육적 측면에서 유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줬는데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외국인 학생 관리시스템이나 교육인프라 요소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 현재 인증제의 맹점”이라며 “실제로 유학생들의 입장에서 어느 쪽이 나은지 물어봐 결과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평가 주체가 정부라 불가피한 면이 있는 만큼 민간 전문가들로 의견을 충분히 수렴, 반영하는 구조적 개선도 필요하다. 지방의 한 대학 관계자는 “지표가 부적절하다고 컴플레인 하면 문제를 대학에서 찾는다. 개인 사유로 유학생이 탈락하는 것조차 시설이 안 좋거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게 지표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토로했다. 국내 관리자가 아닌 해외 수요자 관점으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 직접 만나 평가받는 ‘민간 전문기구’ 필요 = 대안은 민간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학 관계자를 포함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기구가 그것이다. 정부는 현행 인증제를 손질해 최소한의 자격만을 가려내는 인증 절차를 담당하고, 수요를 직접 반영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민간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간 유학생 관리와 관련해 마찰을 빚었던 대학과 출입국관리사무소와의 관계 변화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법적 문제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담당하고 그 외에는 대학에 위임하는 추세다.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천안출장소 관계자는 “대학들의 유학생 관리 노하우가 쌓여 불법 체류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믿고 맡기는 편이다. 서류 절차도 까다롭게 하기보다 간소화해주는 협조 체제로 바뀌고 있다”고 귀띔했다.

교과부의 인증제 평가지표를 정교화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반영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찬길 이화여대 국제교류처장은 “대학마다 유학생 유치의 전략과 목적이 다르므로 획일적 평가보다 차이점을 잘 살펴 검증하는 절차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국제교류처장은 “평가 작업에 이해 관계자들을 배제하는 게 우선이다. 유학의 수요자인 각국 대사관 등이 직접 판단해야 할 몫”이라며 “소비자 만족도, 이를테면 ‘컨슈머 리포트’ 같은 보완책을 마련해 적절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수요자 입장의 문제 파악과 적정 대책 수립에 있어 민간 전문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도환 선문대 유학생교육팀장은 “유학생을 직접 관리하고 있지만 정확한 이탈 요인을 파악하기 어렵다. 유학생 관리에 여러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는 얘기”라며 “정부가 인증제를 시행하더라도 여러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요소를 갖춰야 한다. 교수 뿐 아니라 행정 직원이나 유학 관계자 등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나서기보다 맡기고 지원해야

전문가들의 지적은 하나로 모아졌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 대학의 유학생 관리 부실을 낙인찍기보다 민간에 맡기고 지원하는 데 힘쓰는 게 낫다는 것이다. ‘큰 정부’보다 ‘작은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유학생 숫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보다 민간 전문기구에게 위임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는 것이다.

유학생 유치·관리 평가 분야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해외에서는 순수 민간기구가 대학 평가를 맡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교육부가 인정하는 민간 교육평가기구가 각종 대학 평가를 담당한다. 정부가 평가를 과감히 민간에 위임하는 대신, 민간기구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해 대학의 질적 성장을 유도했다는 평이다. 매년 세계대학평가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미국 대학들의 평가·인증기관이 민간 전문기관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전문성과 신뢰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도 장점이다. 박진배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대학평가 개선을 주장하며 “현실적 수요와 개선점을 즉시 반영하기 위해 객관적 평가를 전제로 순수 민간기구가 평가·인증을 맡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성이 문제되면 다른 기관으로 대체할 수 있지 않나. 국내에도 대학 평가·인증과 관련된 민간 전문기구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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