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 대학들도 포함 부실 일반화

“불법취업 목적 유학생 오히려 서울에 많아” 지적도
해외에 명단 제공···비자발급 제한大 유학생 유치 타격

교육과학기술부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실태조사를 벌여 우수 인증대학 10개교와 부실대학 17개교를 선정했다. 인증대학은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사업(GKS)’ 예산 배정과 해외 유학박람회 개최 시 인센티브를 제공받는다. 반면 부실판정을 받은 17개교는 비자발급이 제한 돼 내년 3월부터 2013년 2월까지 1년간 유학생을 유치할 수 없다.

◆ 유학생 관리 실태조사 왜 했나?= 교과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는 그간 양적 팽창을 이뤄 온 국내 유학생에 대해 질적 관리를 하기 위해 도입됐다. 또 일부 부실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연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도 크다.

지난해 8만3842명으로 집계된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올해 말 9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늦어도 내년쯤에는 ‘유학생 10만 명’ 시대가 도래 할 것이란 게 교과부 관측이다.

하지만 일부 대학의 유학생 관리 부실 문제가 국내 고등교육의 질적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해외 유학시장에서 국내 대학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때문에 앞으로는 유학생 유치·관리 인증을 받지 못하면 학생선발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교육당국의 목표다. 제도 도입 첫 해인 올해는 모범사례를 찾아 ‘시범인증’을 주고, 더 이상 유학생 유치가 불가하다고 판단되는 대학은 비자발급을 제한했다. 내년에는 인증제를 전체 대학가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지난 9월 인증제 도입을 선언한 교과부는 8개 관련지표<아래 표>로 전체 347개 대학(4년제 201개, 전문대학 146개)을 평가했다. 여기서 모범사례가 될 만한 대학과 부실 가능성이 농후한 대학 50개교를 뽑아 10월부터 현장평가를 실시했다.

현장 평가에서는 8개 정량지표 중 정보공시 사항이 아닌 ‘유학생 관련 재정건정성(학비 감면율)’과 ‘유학생 숙소제공 비율’을 확인했다. 또 대학별 유학생 관련 △학사관리 △지원시스템 △성적분포 등을 점검하고, 재학 중인 유학생과의 면접조사도 실시했다.

교과부 김진형 글로벌인재협력팀장은 “현장조사를 통해 해당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 이유, 유학생 지원시스템여부 등을 살폈다”며 “유학생 성적분포를 확인해 수학능력이 되는 학생을 선발하는지도 확인했다. 유학생에 대한 인터뷰는 해당 학교에 재학하면서 느낀 불편한 점을 직접 물어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부실대학에 서울권 대학도 포함= 이런 과정을 거쳐 발표된 교과부 실사 결과에서는 한양대·연세대·연세대(원주)·이화여대·서강대·서울대·경희대·고려대·동양미래대학·인하공업전문대학 등 10개교가 ‘인증’을 받았다.

반면 한민학교·한성대·대구예술대·상명대(천안)·숭실대·성신여대·동아인재대학·부산예술대학·주성대학·송원대학·충청대학 등 17개교가 비자발급 제한 대학으로 선정됐다. 여기에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비자발급 제한 조치를 받은 명신대·광양보건대학·송호대학·한영대학·영남외국어대학·성화대학 등 6개교가 포함됐다.

이 가운데 한성대·숭실대·성신여대 등 서울 소재 대학이 포함된 게 눈길을 끈다. 그만큼 유학생 유치·관리의 문제점이 전국적으로 퍼져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숭실대는 작년 400여명의 유학생을 유치했으나 이 가운데 무단이탈 뒤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학생이 무려 18%에 달했다.

성신여대는 당초 실사 대상은 아니었지만, 어학원에 입학한 유학생 73명에 대한 신고가 누락돼 실사를 받았다. 그 결과 학부생·어학원생의 이탈률이 20%를 상회해 비자발급 제한 조치를 받게 됐다.

글로벌인재협력팀 권민경 사무관은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오히려 일자리가 많은 서울권 대학에 더 많다”며 “지방에서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문제가 있는 대학에 비자발급을 허용하진 않지만, 서울권 대학은 학교이름을 믿고 이를 허용했다가 이번처럼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검증 없는 학생 선발 ‘학비 감면’도 문제= 비자발급이 제한된 17개 대학 가운데서는 유독 학비감면이 문제가 된 대학이 많았다. 서울 소재 대학인 한성대도 학점 2.0 이상인 유학생에 대해 모두 등록금의 50%를 감면해 줬다. 숭실대는 2.5점 이상인 유학생에 대한 학비감면율이 55%나 됐다. 대구예술대도 평점 1.75 이상이면 등록금의 50%를 감면해 적발됐다.

최영출 유학생 유치·관리역량 인증위원장(충북대 교수)은 “유학생 유치를 위해 성적이 낮은 데도 학비를 감면해 준 대학들이 많았다”며 “이는 정원 외 입학으로 들어오는 유학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학생 유치를 통해 재정적 이득을 취하려는 대학들 가운데 문제점이 많이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수학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유학생을 뽑는 문제점도 적발됐다. 상명대 천안캠퍼스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을 입학자격으로 설정하고도 이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 올해 입학생 20명 중 TOPIK 4급 이상은 고작 4명에 불과했다.

교과부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법무부와 함께 10개 대학을 비자발급 제한 조치했다. 매년 문제가 있는 대학에 합동 실사를 나가 일정기간 유학생을 뽑을 수 없게 한 것이다.

이 가운데 지난 7월 비자발급 제한 시효가 만료되거나 스스로 유학생 유치를 포기한 4개 대학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여전히 부실을 안고 있는 6개 대학은 비자발급 제한 대학에 포함됐다. 모두 17개 대학이 비자발급 제한을 받아 향후 1년간 학생모집이 중단된다.

아울러 부실 정도는 덜하지만 유학생 유치·관리의 문제점이 드러난 7개 대학에 시정명령을, 12개교는 컨설팅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인증위 하연섭 위원(연세대 교수)은 “이번 실사는 대학의 유학생 유치·관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대학만 공개했다”며 “상대적으로 경미한 문제를 지적받은 대학까지 공개할 경우 사회적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돼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해외 기관에 인증·부실 정보 제공= 이번 실사 결과는 대사관 등 해외 정부기관에 제공된다. 비자발급 제한을 당한 대학은 향후 유학생 유치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우려하는 것은 해외에 자교의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라며 “향후 유학시장에서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초 교과부가 우수 대학을 ‘인증’이 아닌 ‘모범사례’로만 제시하려 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자칫 해외에 ‘인증받지 못한 대학’으로 알려지게 될 것을 우려한 대학들이 10개교에만 인증을 주는 것에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우수사례로 꼽힌 10개 대학에 ‘시범 인증’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 됐으나, 인증 받지 못한 대학의 불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교과부도 이를 의식해 “올해는 모범이 될 만한 사례에 대해 ‘시범인증’을 준 것일 뿐”이라며 “때문에 미인증 대학에 유학생 유치·관리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인증대학에는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사업(GKS) 예산 배정, 해외 유학박람회 참여 시 편의를 보장받는다. 유학생 재정지원사업의 예산을 좀 더 많이 확보하거나 국립국제교육원이 해외에서 유학박람회를 열면 최우선으로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무엇보다도 해외 유학시장에 ‘우수사례로 인증을 받았다’는 상징적 의미를 줄 수 있다.

하 위원은 “우수 인증대학에 선정된 것 자체가 해외 유학시장에서 모범사례로 소개될 수 있는 상징적 효과”라며 “이들 대학에 대해서는 법무부도 비자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행정적 지원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 유학생 인증관리 정량평가지표.

연번

 
지표내용
4년제 대학
1
외국인 전임교원 수 및 비율
2.5
2
해외 파견학생 수 및 비율
2.5
3
국내유치 교환학생 수 및 비율
5(전문대는 제외)
4
외국인 유학생 순수 충원 수 및 충원비율
10
5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이탈율)
35
6
외국인 유학생의 다양성
15
7
유학생 유치를 통한 재정건전성
(등록금 감면율)
20
8
유학생 숙소 제공비율
10(전문대 15점으로 상향)
합 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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