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교수협, 총장해임권고안 가결… 퇴진 압박

[한국대학신문 송아영 기자] 김진규 건국대 총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김 총장의 리더십 부재를 이유로 교수협의회, 직원노동조합 등 학내 구성원들이 총장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건국대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2일 교수총회를 열고 김진규 총장에 대한 해임권고안을 가결했다. 교협 측은 이날 교수 391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해임권고안 찬반투표에서 찬성 372표, 반대 14표로 95.1%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총 투표수는 391표로 교협 회원 수 891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투표율은 43.9%지만 교수총회는 교협 회원의 10분의 1만 참석해도 총회가 성립된다. 교수협의회 회칙에 따르면 재적회원의 10분의 1만 참석해도 성립하는 것으로 돼있는데, 이는 교수들이 강의, 회의, 진료, 출장 등의 이유로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도 이번 투표 참여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교협 관계자는 “이번 교수총회에는 재적회원 891명의 10분의 1인 90명의 4배를 넘는 391명의 교수들이 총장에 대한 해임권고안 의결을 위해 모였다”며 “이는 건국대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협뿐 아니라 직원노조도 이에 앞서 지난 달 30일 총장 신임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유효투표자 368명 중 363명이 참여, 89.5%(325명)가 불신임으로 응답했다.

김 총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교협에서 김 총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교수 934명 중 595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85.9%(511명)가 총장 불신임에 표를 던졌다.

당시 김 총장은 교수들과 합의한 연구업적평가 기준을 독단적으로 재조정하면서 교수들의 반발을 샀다. 김 총장은 지난해 2월 수차례에 걸친 교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연구업적평가 기준을 조정했다. 하지만 개정한 이후 4개월 만에 교수들과의 논의도 없이 또 다시 상향 조정한 것이다.

당시 교협은 “김 총장은 2월 합의한 업적평가 기준을 우선 시행해보자는 교협의 요구에 대해 어떤 답변도 없이 상향 조정한 업적평가 기준을 구조조정, 교수채용과 연관시키는 등 독단적으로 행태를 이어갔다. 김 총장을 우리대학의 리더로 신임할 수 있을지 교수들께 물을 것”이라며 신임투표 배경을 밝혔다.

이 같은 교협의 총장 신임투표를 통한 의견표명에도 불구, 김 총장의 독단적인 행보가 계속되자 교협에서 급기야 교수총회까지 여는 초유의 사태가 발발한 것이다. 김진규 총장의 즉흥적이고 졸속적인 정책에 대한 불만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교협 측의 설명이다.

교협은 교수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김 총장의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 행정에 대해 지적했다. “구조조정과 같은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이나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밀실에서 졸속으로 해치웠다”며 “교수들의 교육과 연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폐강기준 강화’를 강행했고 무엇보다 예산낭비의 소지가 많은 계열별 부총장직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협은 이어 “지금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인데, 정작 총장 본인은 전임 총장의 2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고 있다”며 “이를 호도하기 위해 의무부총장, PSU총장, 학교 골프장 운영위원장 등을 겸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협 관계자는 “김 총장은 구성원과의 소통과 화합과는 거리가 먼 즉흥적이고 졸속적인 행정으로 구성원들의 신뢰를 상실한 것”이라며 “교수들이 총장이 제시하는 비전에 공감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교수들이 힘들어한다. 한 마디로 리더십 부재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실 김 총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은 계속 있어왔지만 총장 해임권고안까지 나오게 된 데는 최근 김 총장의 즉흥적인 발언이 촉매제가 됐다. 지난 ‘2012년 건국대 교무위원 워크숍’에 참석한 김 총장이 ‘총장의 잔여임기 포기 및 새로운 총장을 선임하는 방식으로 재신임’을 받겠다고 밝힌 것이다.

발언 직후 김 총장은 재신임 발언은 공식적이 아닌 사담이었다며 말을 돌렸지만 구성원들은 발언에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직원노조는 “김 총장의 이번 발언은 즉흥적인 행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학교 발전을 위해 혁신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학교 본부 관계자는 “경쟁대학에 비해 뒤쳐진 연구실적 향상과 학문수요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 혁신을 위해 교수 연구업적 평가 기준 상향과 폐강기준 강화 등은 불가피했다“며 ”김 총장은 앞으로 교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학사구조조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학교 관계자는 “직원들이 신임투표를 하고 교수들이 총회를 연 건은 그 만큼 사안이 심각하고 중대하다는 반증”이라며 “이사회에서도 (총장에 대한) 신뢰나 원칙이라는 부분에서 중대한 사안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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