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 총장 임기 2개월 남은 상태서 겨우 논의 시작

구성원 “학사운영 차질 우려” … 법인 “직무대리 체제도 예상”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덕성여대 법인 이사회가 현 총장의 임기만료 시점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논의조차 본격화하지 못해 대학 구성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4일 학교법인 덕성학원 등에 따르면 지은희 총장의 임기는 다음달 27일로 만료된다. 업무 인수인계, 조직 재정비 등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쯤에는 차기 총장 선출 작업이 완료돼야 무리가 없다. 덕성여대 이사회는 4년 전 지 총장이 연임할 당시에도 해당 사안을 새 임기 시작 2개월 전 확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현 총장의 임기가 채 2개월이 남지 않았음에도 차기 총장 선출에 관한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장 선출 방식, 일정 등을 조율하고 확정해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2개월이라는 시간은 빠듯해 보인다.

차기 총장 선출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인 측은 일부 이사의 선임이 늦어지면서 총장 선출에 관한 논의도 함께 지연됐다고 설명한다. 법인 관계자는 “학내에서 이사진 구성이 완료된 후에 총장 선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이 같은 목소리를 수용하다보니 전에 비해 차기 총장 선출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7월 12일 열린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덕성학원의 정이사 선임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덕성여대 이사 정수 7명 가운데 6명이 지난해 8월 21일 임기를 시작했으나 나머지 1명에 해당하는 안병우 이사는 11월 9일에야 선임됐다. 때문에 적어도 9~10월쯤에는 본격화됐어야 할 차기 총장 선출 관련 논의가 늦춰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사진 구성이 늦어지면서 덕성여대 이사회는 ‘총장선출소위원회(이하 위원회)’ 구성에만 3개월이 넘는 시간을 소요했다. 위원회는 차기 총장 선출 방식, 일정 등을 논의·수립하는 기구로 지난해 10월 17일 이사회에서 문유현 이사, 박상임 이사, 박상진 이사, 최항도 이사 등 4명이 위원으로 선임됐다.

이어 11월 1일 이사회에서는 염홍경 이사, 김용직 감사가 위원으로 추가 선임됐고 지난달 21일 이사회에서는 안 이사가 새로 들어와 총 7명으로 위원회 구성이 완료됐다. 현재 위원회는 회의 일정 등을 조율하며 차기 총장 선출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차기 총장 선출 작업이 완료돼야 할 시점에 겨우 논의가 시작되자 학내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현 총장의 경우 구성원 투표, 이사회 선임 등을 거쳐 선출됐다.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총장 선출이 진행된다고 가정해본다면 모든 일정을 2개월 내에 마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수는 “다음달 27일 내에 차기 총장 선출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며 “이사진 구성이 완료된 게 지난해 11월 9일인데 이후 열린 첫 이사회가 12월 21일로 40일의 공백이 있었다. 이사회가 조금만 더 서둘렀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 총장 임기만료 전까지 차기 총장 선출이 완료된다고 해도 그것으로 다가 아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차기 총장이 공식 직무를 시작하기 전 대학 현황을 파악하고 업무를 준비할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그럴 시간이 거의 없을 것 같다”며 “새 학기 학사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총장을 선출하는 데에만 급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석자은 부총학생회장(문화인류학과 4)은 “방학 중인 데다 상황이 긴급해 대학 구성원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총장 선출이 진행될까 걱정스럽다”며 “빠르게 총장 선출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간담회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도 수렴해 총장 선출 전 과정이 민주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법인 측은 “불가피할 경우 총장직무대리 체제까지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인 관계자는 “최대한 시일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안 되면 지 총장 퇴임 후 잠시 동안 총장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될 수 있다”며 “신속하고 신중하게 총장 선출 절차를 진행하고 총장직무대리 체제가 되더라도 대학 운영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 총장은 지난 2학기 학내 구성원에게 3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지 총장이 구성원에게 연임에 대한 의사가 없다고 전했다. 대학이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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