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 중소기업 살리려면 전문대학부터”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전문대학 공약(출처=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홈페이지, www.park2013.com)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후보시절에는 전문대학의 요구를 다 들어줄 것 같더니, 대통령 되자 태도가 싹 바뀌었다.”/ “인수위 내부에서 공약과 무관하게 전문대학 자체를 부정하는 분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지난 2008년 8월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맹성토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했던 ‘전문대학 수업연한 자율화’를 이행해달라는 목소리였다. 이날 열린 ‘이명박정부의 전문대학정책 대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호동 서울예술대학 교수는 “후보시절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부터는 ‘검토해보겠다’고 태도가 바뀌었다”며 “전문대학에 대한 수업연한 규제 완화 대선 공약을 지키는 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문대학의 ‘숙원’으로 불리는 수업연한 다양화는 결국 이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지켜지지 못했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새정부 정책으로 다시 내놓은 형국이 됐다. 박 당선인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문대학 특성화 100개교 집중 육성 △산업기술명장 대학원 과정 도입 △평생직업능력선도대학 △세계로 프로젝트 등도 내놨다.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게 공약의 골자다.

■ 박근혜 공약 이행 가능할까= 전문대학의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박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대로라면, 향후 전문대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 총장, 이하 전문대교협)는 이에 따라 현재 박 당선자의 공약에 발맞춘 구체적 사안 정비에 들어갔다. 조병섭 전문대교협 부설 고등직업연구소장은 “전문대학들이 그동안 계속 주장해 왔던 사안 대부분이 박 당선인의 공약에 들어갔다”며 “전문대교협은 교과부와 함께 세부적인 것들을 조율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작업들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할 지라도 현재로선 이를 전담할 부서가 없기 때문이다. 정영준 교과부 전문대학과장은 “박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 중 전문대학에 대한 분량이 상당하다. 이를 이행하려면 전담 부서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과거 전문대학을 전담하는 2개 과가 있었는데 1개과로 줄었고, 이후 전문대학에 대한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감이 있다”며 “현재 정책 개발과 관리, 입시와 인사까지 1개 과가 다 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박 당선인 공약까지 이행하려면 전담 부서 확대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승근 전문대교협 기획조정실장은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의 정책을 실현하려면 적어도 ‘실’ 규모 이상 부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밑에 행정을 담당하는 과와 기타 대학 등을 관리하는 과, 자격증과 교육을 연계한다든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과 등의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 직업교육 축 전문대학 돼야= 그렇다면 전문대학을 담당하는 과는 왜 2개에서 한 개로 줄고, 현재 1개과에 불과할까. 윤여송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경계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4년제 대학은 연구중심, 전문대학은 직업중심을 기반으로 양 체제가 구축이 돼야 하는데 4년제 대학에 취업을 강조하고 이를 토대로 대학을 평가하다 보니 경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힘이 약한 전문대학이 밀렸다는 분석이다.

윤 학회장은 “객관적으로 놓고 봤을 때 취업에 대해서는 전문대학이 더 많은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전문대학을 제처두고 4년제 대학에 취업을 강요한다. 그렇다고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박 당선인의 공약이 효과를 거두려면 직업교육의 축을 전문대학에 놓는 작업이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학회장은 이에 대해 고등직업교육과 관련한 실·국을 만들고, 이를 축으로 직업교육을 바로잡은 후 이를 기반으로 중소기업 살리기와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 대해서는 “직업교육이 철저히 전문대학 중심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학회장은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의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의 무게 중심이 4년제 대학으로 쏠릴 경우 전문대학은 MB정권처럼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대학 전담 부서 확대의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이 최적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영준 전문대학과장은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와의 업무분장 작업이 마무리되면 바로 교육부 조직 개편에 들어가게 된다”며 “나중에 조직을 확대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 만큼, 전문대학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출범 초기에 조직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대학 일각에서는 “전문대교협을 축으로 전문대학이 적극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 전문대학 교수는 이에 대해 “전문대학 총장들이 머리띠 두르고 길거리라도 나서야 한다”며 “지금 나서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 때처럼 전문대학은 또 다시 뒷방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대학 1실·2국 체계 필요하다”
[인터뷰]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 박근혜 당선인 교육 공약에 전문대학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전문대학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전문대학의 숙원사업과 방향이 일치한다. 전문대학은 노동시장과 가장 가까이 있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다. 대학교육과 고용시장과의 현실적 단추를 제대로 맞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좋은 인력이 중소기업에 확보되어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 그동안 전문대학에 대해 정부지원 너무 적다는 목소리 높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중 전문대학의 비중은 입학정원과 졸업생 수 규모면에서는 총 40%. 재학생의 비중은 24.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전체 고등교육 예산 5조400억원 중 전문대학 지원금은 7.7%에 불과하다. 새 정부는 특성화사업 확대, 평생교육중심대학역할, 중소기업인력 양성의 중심역할을 계획하고 있다. 제대로 실천하려면 획기적 예산지원이 지원돼야 한다.”

- 현재 교과부 조직으론 박 당선인 공약 이행이 어렵다 하는데.
“정책을 제대로 입안하고 집행하려면 그 힘은 조직에서 나온다. 결국 사람이 일을 만들고 일을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고등교육에서 전문대학을 포함한 직업교육은 소외돼 왔다. 이제 고등교육에서 전문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고 직업교육을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여타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1실 2국 정도 이상은 필요하지 않겠나.”

- 그렇다면 지금까지 교과부 전문대학 부서 확대는 왜 안 됐나.
“교과부 공무원이 순환할 수 있는 인사체계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교과부의 공무원 중 대학에 나와 있는 사무관급 이상 직원은 620명이다. 이에 반해 전문대학은 국립이 한국복지대학밖에 없다. 여기에 가는 사무관은 1명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전문대학 사정을 잘 모른다. 그러니 항상 관심밖 교육기관으로 취급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새 교육부 조직 개편을 앞두고 전문대교협이 할 일은 무언가.
“전문대교협의 가장 큰 역할은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전문대학의 역할과 위치를 현 정부에 확실히 어필하고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다. 실제 대선기간 중에는 이를 인정해 박근혜 당선인뿐 아니라 야당 후보도 대선공약집에도 고등직업교육시스템의 개혁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전문대학 전체의 목소리를 함께 모아 새로운 정부에 알릴 수 있도록 다방면에 노력하고 한발 더 뛸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