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재정지원 방식에 대해선 의견 분분

“선택과 집중 견지” vs “지원대상 확대해야”
“대입 일관성 중요···3년 예고제 탄력성 기대”

[한국대학신문 특별취재팀] 박근혜 정부가 ‘140개 새 정부 국정과제’를 제시하며 출범했다. 대학 정책에서는 지방대와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 확대가 담겼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립대와 사립대 등 대학이 처한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해 가야 하기 때문이다.

본지가 28일 새 정부 국정과제에 대해 대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해당 대학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표출됐다. 또 국정과제에서 근본적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 반값 등록금 재원 마련이 관건=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한국의 대학 개혁은 비싼 대학 학자금, OECD(경제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인 교수 1인당 학생 비율, 낮은 고등교육 투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현재 GDP 대비 1% 수준으로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겠다는 방안이 나왔지만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플랜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립대 구조조정 문제를 풀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학개혁이 지지부진해 진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2017년이 되면 대입 학령인구의 10만 명이 빠진다는 하는데 그 해결책은 국정과제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반값 등록금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태석 전북대 교수(일반사회교육과)는 “반값 등록금은 복지정책과 마찬가지로 구체적 재원 마련방안과 세금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번 국정과제를 보면 그런 것이 없다”며 “결국 증세는 하지 않으면서 등록금을 낮추겠다는 것은 말뿐인 정책이 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상명대 교수)은 “등록금 문제는 장학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값 등록금은 등록금 액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가야하는데 장학금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미국의 현상과 마찬가지로 등록금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 지방대 지원방식 이해관계 갈려= 지방대 육성과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선 대학의 입장마다 의견이 갈린다. 국가 재정지원을 확대하기 전 부실대학을 정리해야 한다는 점에선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늘어난 재정을 배분하는 데 있어선 상충된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사립대 교수는 “지방대 육성책을 시행하기 전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의 세금은 효과적으로 집행돼야 하는데 지방대에 돈을 쏟아 부으면 얼마나 효과적일 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방대에 대한 지원 방식도 ‘선택적 집중’을 견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지원범위를 가능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김남현 관동대 교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방대의 숨통이 좀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지방대가 동등하게 지원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선을 그었다. 지방대 중에서도 해당 지역에서 거점 역할을 하는 대학을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계형산 목원대 산학협력단장은 “교육과 연구의 기본이자 본질인 창의성이 선택과 집중에 의해서 향상된다고 밝혀진 연구결과는 없다”며 “재정 지원 대상을 확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 교육·연구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실대학 퇴로 마련 법안 제정돼야= 대학 구조조정에 있어선 평가방식 개선과 관련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한 지방대 교수는 “현재의 대학평가 지표들은 돈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지표들로 구성돼 있다”며 “대학들을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과 지역대로 구분해 평가하고 평가 항목들을 재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서남수 교육부장관 내정자도 개선을 예고해 주목되고 있다. 서 내정자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대학들이 양적 지표를 높이기 위한 편법을 많이 쓰고 있다”며 “대학평가는 반드시 질적인 평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부실대학에 퇴로를 열어주는 ‘사립대학 구조개선 촉진·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거세다. 교과부 자문기구인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한 교수는 “향후 5~6년 뒤에는 고교졸업자수가 20만 명 가까이 감소하기 때문에 문 닫는 대학들이 속출하게 된다”며 “지금은 대학이 문을 닫으면 잔여재산은 모두 국고로 환수하도록 돼 있는데 설립자나 그 가족에게 재산처분 금액의 일부를 돌려줘야 구조조정이 촉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대입전형 간소화 등 학생·학부모의 입시부담 방안을 발표했지만, 대입전문가들은 일관성 있는 대입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황성환 진학사 기획조정실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를 손 봐 왔는데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야 말로 입시를 어렵게 만다는 주범”이라며 “예측하기 어려워지니까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대처하려하고 이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대학에서는 ‘대입전형 3년 예고제’에 대해선 탄력성을 요구하고 있다. 강문식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계명대 입학처장)은 “학생과 학부모가 미리부터 대입을 준비하자는 3년 예고제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대학 입장에서는 3년 전에 세부사항을 모두 확정짓기 어렵기 때문에 대입의 큰 골격만 예고하도록 하고, 세부사항은 1년 전에만 정하도록 하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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