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 “양 측 역할구분 모르는 정책”

전문대학 “이미 일반대학과 경계선 무너져”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를 둘러싼 논란이 일촉즉발 상황이다. 교육부가 지난 달 2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전문대학 수업연한 규제를 풀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 업무보고 내용이 전해진 직후부터 4년제 대학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전의 한 사립대 교무처장은 “전문대학 졸업자가 더 공부를 하고 싶으면 4년제로 편입을 하면 될 것”이라며 “수업연한 다양화는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역할구분을 모르는 정책”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는 기존 2~3년제로 제한된 전문대학 학제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게 골자다. 전문대학이라도 심화된 교육과정이 필요하면 4년제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이는 전문대학의 숙원 사항에 해당하지만, 4년제 대학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해마다 대입자원이 감소하는 마당에 우수한 전문대학까지 4년제로 전환하면 학생 유치는 더욱 어려워진다. 때문에 ‘대학 구조조정’을 내세워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을 풀어주는 데 반대하고 있다.

전문대학들은 4년제의 이 같은 논리를 일축한다. 이미 ‘전문대학=실습교육’, ‘일반대학=학문연구’란 공식이 깨진 지 오래란 이유에서다. 윤여송 고등직업교육학회장(인덕대학 교수)은 “이미 4년제 대학도 학술중심의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업률 등을 의식해 과거 전문대학이 개설한 실용학과들을 대거 가져가놓고 이제 와서 전문대학과 선 긋기를 한다는 비판이다.

교육부는 ‘구조조정’과 ‘규제완화’를 별개로 받아들인다.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우수한 전문대학의 발목을 잡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올해 안에 법 개정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르면 2015학년 대입부터 전문대학도 ‘4년제 학사학위’를 내걸고 학생모집에 나설 수 있다. 4년제 대학들로서는 ‘전문대학’이라는 또 다른 경쟁자를 맞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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