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발 크고 등재제도 폐지 이후 대안 없어”

우수학술지 지원 중단, 등재지 질적평가는 강화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결국 학술지 등재제도 폐지를 포기했다. 현장의 반발이 크고, 등재제도 폐지 이후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8일 “2014년 예정된 학술지 등재제도 폐지계획을 유보한다”며 “특히 학술지 등재제도가 연구자의 학술활동뿐만 아니라 교원 업적평가 등 대학의 운영 전반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어 제도 폐지 시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 5월 12개 대학과 5443개 학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95.9%의 대학이 교수 업적평가 시 등재(후보지)학술지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이공계와 달리 인문·사회계 교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업적 평가에선 등재지에 게재된 논문의 양을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1998년 도입된 학술지 등재제도는 15년이 지나면서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도입 당시 56종에 불과했던 등재(후보)지 숫자는 2013년 현재 2121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일정 기준만 충족되면 등재가 되는 등 진입장벽이 낮아 등재(후보)지가 과도하게 양산되고 일반 학술지와의 차별성이 약화됐다”며 오는 2014년 폐지를 예고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대학은 전체의 0.8%에 불과했다. 등재제도가 폐지돼도 대학 자체 기준에 따라 교수들의 업적평가가 가능한 대학은 극소수란 뜻이다.

반면 대책 마련에 착수하지 못한 대학은 74.4%로 집계됐다. 또 75.2%는 학술지 등재제도의 틀을 유지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답했다. 등재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은 14%에 그쳤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학술지 등재제도를 유지하면서, 그간 거론된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기로 했다.

우선 그간 ‘형식적’이란 비판을 받아왔던 등재지 선정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러 논문 게재율을 낮추려 석·박사 논문을 투고하도록 해 심사에서 떨어뜨리는 방법 등이 사용돼 왔는데 앞으로는 질적 평가를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유미 학술장학지원관도 “전체 5000여종 학술지 가운데 등재(후보지)는 모두 2121종이라 난립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등재 심사에서 질적 평가 비중을 높이는 등 요건을 강화해 질 관리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등재지로 선정된 학술지는 3년 주기로 계속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정성평가 비중은 35%다. 교육부는 이를 최대 70%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새로 등재지로 등록하기 위한 신규평가에서도 질적 평가 비중을 60%에서 65%로 올리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여러 학문분야에 동일한 평가기준을 적용하던 데서 분야별 특성을 감안한 평가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는 학술지 심사를 위한 위원회가 구성, 학술지 평가결과에 대한 최종 심의를 담당토록 할 계획이다. 이 곳에서 학문별 소위원회를 구성, 분야별 특성을 반영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계의 명망 있는 분들로 위원회를 꾸려 질적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우수학술지 지원사업은 신규 선정을 중단한다. 지난해 교육부는 한국영어영문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등 5종을 우수학술지로 선정한 바 있다. 이들은 매년 최대 7000만원의 지원금을 5년간 받게 된다.

하지만 등재제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더 이상 우수학술지는 선정하지 않는다. 대신 국내학술지 지원사업을 유지해 신생·소외(융복합 포함)분야 학술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국내학술지 지원사업은 1991년부터 시작돼 매년 20억~30억원씩 지원돼 왔다. 등재지 중 500종 정도를 뽑아 학술지 당 400만원씩 지원했다. 앞으로는 역량이 뛰어난 학술지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지급해 SCI(E)나 SSCI 등재에 필요한 비용으로 활용토록 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신생·소외분야 학술지에 대해 국내 학술지 지원사업 선정 시 가점 부여와 지원단가 증액 등의 우대를 추진한다”며 “미등재 학술지와 등재후보 학술지 중 발전가능성이 높은 학술지에 대한 특별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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