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 정원 발생할 경우 의대 유치 가능성 높아져

공주대·목포대·순천대 등 유치 추진 대학들 '화색'

[한국대학신문 민현희·신나리·이현진 기자] 교육부가 실습교육이 부실한 의과대학에 최대 폐쇄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의대 유치를 추진 중인 대학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폐쇄되는 의대가 나올 경우 해당 정원을 기존 의대에 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 신설 의대가 탄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한 의대가 실습교육 의무를 1차 위반했을 경우 해당 학과 100% 모집 정지, 2차 위반했을 경우 해당 학과 폐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재처분 기준을 마련한 ‘대학설립·운영 규정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현재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는 관동대·서남대·울산대다. 이 가운데 울산대는 법인 산하의 울산대병원이 부속병원과 동일한 기능을 하고 있다. 관동대·서남대는 실제로 부속병원이 없어 협력병원에서 실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이번 개정안으로 끊임없이 운영상의 부실을 지적 받아온 관동대와 서남대 의대의 폐쇄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서남대 의대의 경우 지난해 12월 실시된 교육부 감사에서 총체적 부실이 발각돼 폐쇄가 기정사실로까지 여겨졌다. 또 관동대는 의대 설립 인가조건인 부속병원 설립을 이행하지 않아 2012학년도부터 모집인원 축소 등의 행정제재를 받고 있다. 특히 관동대 의대 학생·학부모협의회는 지난달 31일 대학 측의 부실한 교육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협의회는 “관동대 의대 협력병원이 올해 초 광명성애병원으로 변경됐으나 진료과목 수가 부족해 학생들은 서울성애병원, 제일병원 등으로 흩어져 실습·수련과정을 밟는 등 교육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질 좋은 의료교육을 받아야하는 학생들을 떠돌이 실습 현장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일부 의대를 둘러싼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부실 의대를 향한 칼을 빼들자 의대 유치전이 한창인 공주대·목포대·순천대에선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의대 정원 증원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폐쇄 의대에서 회수되는 정원을 배정 받아 지역 맞춤형 의대를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창원대의 경우 최근까지 의대 설립을 위한 기초 작업을 벌여왔으나 오는 2015년 창원경상대병원이 개원한다는 점을 고려해 계획을 철회했다.

현재 의대 유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대학은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지역에 소재한 목포대와 순천대다. 목포대의 경우 1990년부터 최근까지 약 20차례에 걸쳐 정부에 의대 설립을 건의해왔고 2008년에는 ‘의대유치추진기획단’을 발족했다. 이 대학이 지난해 3월부터 전개 중인 ‘100만인 서명운동’에는 14일 현재 36만7500여명이 동참했다.

남상호 목포대 기획처장은 “목포대가 위치한 전남 서남권은 전형적인 농어촌·도서벽지 지역으로 전체 인구의 약 30%가 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타 지역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어 1인당 평균 진료비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지역적 상황과 더불어 20여 년에 걸쳐 철저하게 의대 설립을 준비해온 목포대에 의대가 신설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순천대 역시 의대와 대학병원 설립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 대학이 위치한 전남 동부권은 산업단지 밀집 지역으로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어 이를 위한 종합의료기관의 설립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순천대는 지난해 12월 말 ‘의대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77만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 14일 현재까지 18만5700여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이금옥 순천대 기획처장은 “전남 동부권은 전남지역 총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감당하고 있다. 특히 순천은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을 아우르는 통합생활권”이라며 “국가 기관과 산업시설이 밀집돼 있음은 물론 박근혜정부가 약속한 지역 통합에도 가장 부합되는 곳인 만큼 반드시 순천대에 의대가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주대도 지난 7월 ‘의대 설립 추진위원회 발족식 및 200만 도민 서명운동 선포식’을 기점으로 의대 유치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이 대학은 충남 홍성군과 예산군의 경계를 아우르는 초고령자 밀집지역인 내포신도시에 의대를 설립해 지역 맞춤형 의료 인력 양성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대학들이 의대 유치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폐쇄되는 의대가 발생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관동대와 서남대가 ‘의대 지키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 서남대 교수협의회장은 “올해 초 예수병원과 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정상적으로 실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예수병원 의사 65명을 전임교수로 임용하기도 했다”며 “이번 개정안이 서남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동대 관계자는 “재정 상황 등이 여의치 않아 대책 마련이 늦어지고 있으나 부속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달 중으로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해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폐쇄되는 의대가 나오더라도 해당 정원이 기존 의대가 아닌 새로운 대학에 배정될지도 알 수 없다. 특히 대학가 곳곳에서는 부실 의대가 나오는 것을 막으려면 의료 환경, 교육 인프라 등을 탄탄하게 갖춘 기존 의대의 정원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한 사립대 의대 교수는 “의대와 대학병원 신설을 위한 충분한 예산 투입이 가능한 대학이 과연 있겠느냐. 특히 국립대가 의대를 신설한다면 정부로서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회수 정원이 발생한다면 역량은 뛰어나지만 입학정원이 적거나 의료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한 지역의 기존 의대에 배정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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