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에 인가기준 느슨해 손쉽게 설립하고 방만 운영

교육부, 관리감독 허술 지적에 질 관리방안 마련 착수

[한국대학신문 민현희·최성욱 기자] 최근 대학원대 부실 운영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교육부의 허술한 대학원대 관리감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 대학원대가 설립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지만 그동안 대학원대는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관심은 물론 별다른 제재도 받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대학원대 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해왔으나 문제점이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어 교육부도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해나갈 계획”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대학원대 평가 체제를 구축하고 설립심사 시 질적인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느슨한 인가 기준에 너도나도 설립 = 15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대학원대는 석·박사과정만을 운영하는 학교다. 학부 없이 대학원 과정만 있다는 점에서 일반대학과 시스템상의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5년 관련 법령이 제정돼 현재 총 42개의 대학원대가 운영되고 있다.

대학원대의 가장 큰 특징은 한 가지 분야에 대한 집중 교육을 실시한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대학원대는 상담심리·국제법률·과학기술·신학·불교·사회복지·북한·외국어 등 특정한 교육 분야를 정해놓고 해당 영역 전문 인재 양성을 표방하고 있다.

한 가지 분야에 대한 대학원 과정만 운영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대학원대는 입학정원이 50~100명 정도로 적고 설립인가 기준도 일반대학에 비해 느슨하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대학 설립인가를 위해서는 교사, 교원, 교지, 수익용기본재산 등 4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가운데 교사의 경우 일반대학은 최소 1000명 규모의 시설을 확보해야 인가를 받을 수 있으나 대학원대는 5분의 1 수준인 200명 규모만 갖추면 된다. 또 교지는 교사 건축면적만 있다면 기준을 채우는 데 무리가 없고 수익용기본재산의 최소 기준 역시 일반대학은 100억원이지만 대학원대학은 40억원으로 절반 이상 적다.

문제는 이처럼 느슨한 설립인가 기준을 이용해 손쉽게 대학원대를 설립하고는 부실한 운영을 일삼는 대학원대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대학원대 최초로 폐교 방침을 확정한 국제문화대학원대다.

이 대학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 올해 교육부 현지조사에서 2004~2011년 수업시수가 미달한 199명(졸업생의 30%)에게 부당 학점을 부여하고 학위를 수여한 사실이 적발됐다. 아울러 국제문화대학원대는 매주 6시간 수업을 해야 함에도 격주 2~3시간으로 수업을 축소 운영했고 출석부 허위 작성, 박사과정 증원 기준 미충족, 정원 초과모집을 감행하는 등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됐다.

감사원이 지난 6~7월 대학원대 2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회계집행, 학사운영, 교원채용 등에 관한 감사에서도 각종 부적정 사안이 적발됐다. 특히 이사장들의 전횡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모 대학원대 이사장은 지난 2005년 자신의 딸을 학교법인의 수익용 부동산인 빌딩의 관리인으로 채용하고 업무를 실제 수행하지 않았는데도 3억5314만원에 달하는 보수를 지급했다.

■ 교육부 “대학원대 질 관리 강화할 것” = 교육부의 관리감독도 허술했다. 대학원대 불법·편법 운영 사례가 드러나면 해당 대학원대에 시정 조치를 내렸을 뿐 일상적인 관리감독은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지난해 국제문화대학원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대학원대 관리에 관심을 쏟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때문에 대학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대학원대 부실 운영을 부채질했다고 지적한다. 서울 한 대학 교육학전공 교수는 “교육부는 대학원대 설립을 마구잡이로 인가해준 뒤 관리감독은 거의 하지 않았다. 대학원대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체계조차 없지 않느냐”며 “교육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대학원대 부실 운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수도권 한 대학 이사장은 “대학원대 중에는 운영이 정상적인 곳이 별로 없다. 일부 대학원대는 학문중심으로 내실 있는 운영을 해나가고 있지만 대부분은 학위장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며 “부실 운영을 일삼고 있는 대학원대도 문제지만 대학원대 도입 15년이 넘도록 관리감독을 미뤄온 교육부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원대 관리감독에 관한 지적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국제문화대학원대 폐쇄 방침 확정과 함께 올해 안에 대학원대에 대한 질 관리방안을 수립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대학원대에 대한 종합 진단을 거쳐 대학원대 평가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현재 일반대학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역량 인증제’를 대학원대에도 적용하고 설립심사 시 대학원대의 설립 목적인 ‘특정한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이 가능하도록 학사·학위운영계획, 재정운영계획 등에 대한 질적인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교육부 산하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내년부터 대학원대도 ‘부실대학’ 명단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송용호 위원장은 “평가기준이나 방식이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년에 발표될 하위 대학 명단에서 대학원대를 함께 보게 될 것”이라며 “대학원대 평가는 학사관리, 논문 표절여부 등 학위 수여과정의 검증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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