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은 기본, 무등록 오토바이까지 …관할서 규정없어 단속도 못해

*** 진도 세월호 침몰 참사는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자리한 안일주의와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다. 사회 전반에서 안전에 대한 자성과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실험실 안전부터 교통안전, 행사안전, 식품안전까지. 대학의 안전, 무엇이 문제인가.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서울대는 과속차량 방지를 위해 제한속도 표지판뿐 아니라 적색포장, 과속방지턱, 황색 점멸등, 반사경, 주황색 안전봉 등을 동원했지만 대부분의 차량들은 제한속도를 위반했다. 사진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보건대학원 앞 나들문 14번 인근 도로.(사진=이우희 기자)

스마트폰에 열중, 이어폰 착용 보행자  안전무감증도 문제 

[한국대학신문 정윤희·이우희 기자] 15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10분 동안 지나가는 차량의 평균속도는 시속 39km로 서울대가 규정한 제한속도 30km/h를 초과했다. 심지어 나들문 14번 인근 도로에서는 시속 66km로 질주하는 차량도 있었다.

본지가 이날 오전 11시 경 서울대 나들문 14번 인근 관악산에서 정문방향으로 내려오는 차량 속도를 측정한 결과 10분 동안 통과한 총 67대 중 단 6대를 제외하고 모든 차량이 제한속도인 시속 30km를 넘겼다. 특히 택시는 같은 시간동안 총 10대가 지나갔으며 평균속도는 시속 42km에 달했다. 셔틀버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셔틀버스 2대가 각각 시속 35, 42km를 기록했다. 오토바이는 단 한 대를 제외하고 모두 시속 40km 이상으로 속도를 높였다.

아무도 안지키는 캠퍼스 규정 속도, 교통안전 ‘빨간불’ = 캠퍼스 내 도로는 교통안전의 사각지대다. 서울대의 경우 일일 교통량은 1만4000~1만5000대에 이를 정도로 혼잡하다.

캠퍼스 내 제한속도 미준수에 대해 캠퍼스 관리과 고광석 사무관은 “셔틀버스의 경우는 30km 이내로 운행하도록 자체 안전교육을 실시한다”며 그러나 “정기적인 의무교육은 아니다”고 밝혔다.

관할 경찰서인 관악경찰서는 대학 캠퍼스 내 과속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관악서 이정우 교통안전계장은 “만약 서울대가 과속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적발을 하더라도, 서울대가 자체적으로 제한속도를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경찰에 처벌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계장은 “30km 개념 자체가 일반도로처럼 공공목적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라 서울대의 결정이다. 결국 과속단속은 학교가 자체적으로 상습 과속차량을 정문에서 차단하는 것 밖에 없다. 그렇지만 통념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토바이도 문제다. 오토바이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되지 않은 '무등록' 상태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배기량 50cc 미만의 오토바이도 의무적으로 사용 신고를 하고 번호판을 달도록 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학교 당국도 손을 놓고 있다. 주요 대학 가운데 건국대를 제외하고는 미신고 오토바이 제재조치를 취하는 학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택시의 경우 낮과 밤 속도 차이는 가장 작지만 평균 시속은 승용차, 버스, 오토바이 중 가장 빨랐다. 오전 수치는 각 10분씩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3곳(환경대학원 앞 도로, 국제대학원 버스정류장, 보건대학원 앞 나들문 14)의 평균값이고, 오후는 보건대학원 앞 나들문 14번 인근 도로에서 30분 측정한 평균값이다. 속도측정은 전파(초음파) Bushnell 스피드건을 사용했다.

캠퍼스 도로의 무법자 ‘택시’ = 시간이 중요한 영업용 차량의 경우 안전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서울대 캠퍼스관리과에 따르면, 관악캠퍼스를 드나드는 택시는 하루에 200~250대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제한속도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기사 모씨는 “택시는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안전속도를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시속 30km면 너무 느리고, 대부분 40km 이상으로 달린다”고 털어놨다.

모씨는 오히려 이륜차를 비난했다. 그는 “사실 더 큰 문제는 오토바이다. 캠퍼스 안을 달리는 학생들과 배달 오토바이들이 막무가내로 끼어든다. 학생들은 심지어 역주행을 하기도 한다. 같은 회사 동료 운전자도 캠퍼스 안에서 학생 오토바이와 사고가 났는데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썼다“며 화살을 돌렸다.

택시기사들의 이런 안일한 제한속도 규정위반은 교통사고와 직결될 수 있다. 한 서울대생은 “수업시간에 늦어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과속을 부추기는 것 같다”며 “하지만 보행자의 입장에서는 사고로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보행도중 대부분 스마트폰을 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있어 차량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지도 못한다.

사고 부르는 대학생 안전 ‘無감증’ = 때문에 안전 불감증을 넘어선 대학생들의 안전 ‘무감증’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011년 고려대에서 발생한 캠퍼스 내 셔틀버스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자 과실과 함께 피해자의 부주의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당시 버스는 서행 중이었지만 운전기사는 학생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당시 피해자가 '휴대폰을 보고 있어서 셔틀버스를 보지 못했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보행자의 입장에서는 캠퍼스 안이라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보고 걷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실제로 보행 중 횡단하다가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셔틀버스의 경우 디젤엔진이라 소음이 큰 편인데도 이어폰을 사용하다 보면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박 연구원은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한다면 녹지공간보다도 오히려 보도의 공간을 넓히는 것이 옳다”며 “그러나 학교에서는 보도를 설계할 때 도로교통법상 최소한의 기준만을 적용한다”고 꼬집었다.  박 연구원은 캠퍼스 교통안전에 대해 “‘당장 사고가 없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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