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주최로 2014년도 전문대학 총장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체 138개 전문대학 중 102개 전문대학 총장이 참석해 현안문제를 논의했다.

교육부 나승일 차관과 한석수 대학지원실장도 참석해 총장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주제발언도 했다. 오전 1부 행사 후 언론사 기자들을 모두 퇴장 시킨 채 비공개 협회 회장단 회의가 열렸다. 오후에 속개된 2부 행사에서 이기우 회장이 “이제 회장에서 물러나겠다. 후임회장으로 군장대학 이승우 총장을 추천한다”고 발표했다.

이쪽 저쪽에서 웅성거림이 있었다. 하지만 곧 만장일치로 이승우 총장을 16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일부 집행부 총장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총장들은 이기우 회장의 퇴진을 알지 못한 채 세미나에서 참석했던 터라 이회장의 돌연 3연임 포기 발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 2010년 9월 5일 취임 후 2012년 한 차례 연임을 거친 이 회장은 오는 9월 4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3연임이 점쳐졌었다. 고시출신이 아닌 9급 일반직 공무원 출신으로 교육부 차관까지 오르며 당시 이해찬 교육부장관으로부터 ‘백년에 한명 나올까 말까한 공무원’이라는 평가까지 받은 이 회장은 전문대교협의 ‘간판회장’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그는 재임 중 전문대학의 ‘대학교’ 명칭 사용을 이끌어 냈고 특히 박근혜정부가 ‘전문대학 육성방안’을 핵심 고등교육정책 가운데 하나로 수립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기에 일선 전문대학 총장들은 이 회장의 3연임을 바랬다.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역임한데다 여· 야당을 아우르는 국회 쪽 마당발이어서 4년제 대학에서도 이 회장을 총장으로 영입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일부 전문대학 총장들은 이회장 체제에 대한 피로도를 언급하며 회장 교체론을 주장했지만 대세는 연임 쪽이었다. 만약 연임여부를 전문대 총장들에게 물었다면 3연임이 거의 확실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회장은 “너무 오래했다”며 자발적으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최근 총리후보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이며 사퇴했다. 그는 총리후보자 사퇴를 하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라고 했다. 후보자 지명 6일만에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린 결단이었다. 야당은 안 전 대법관의 결단을 환영하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도 물러나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버티다 버티다 퇴진하거나 경질되면 들고날 때를 놓쳤다고 비난 받기 십상이다.

사람은 들고날 때를 알아야 제대로 된 사람으로 대접받는다. 그리고 험한 꼴도 당하지 않는다. 권력· 지위· 부· 명예 등은 놓지 않으려고 움켜쥐고 있으면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과유불급(過猶不及), 계영배(戒盈杯-넘침을 경계하는 잔) 라는 말이 생겨 나온 이유도 다 놓을 때 놓고, 들고날 때를 스스로 알아차리라는 교훈을 주는 뜻에서 일게다.

이 회장은 앞으로 석 달 반의 임기를 신임회장이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우겠다고 한다. 그는 이미 자기가 회장직을 놓기로 결심을 했으면서도 전문대학 발전을 위한 3가지 제언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전문대학 총장들에게 대학구조개혁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진통이 따르겠지만 그동안 전문대학이 보여준 뼈를 깎는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 번 더 힘을 내자고 당부했다.

전문대 총장 세미나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이회장이 참으로 들고날 때를 잘 알아서 처신하는 것 같았다. 정치인이고 권력을 가진 위정자들이 다들 이랬으면 좋겠다.

< 한국대학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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