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취업 사교육 증가로 사회 경제적 비용 낭비”

신입교육은 기업 몫… 대학-기업 미스매치 해결 열쇠 ‘산학협력’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최근 경제 불황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가 점차 더 뚜렷해지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신입채용 공고를 내고도 경력직으로 충원하고 있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직격탄을 맞는 곳은 대학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 취업센터 실무자들의 얼굴은 더 어둡다. 일각에서는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점수를 못 받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대학관계자들은 '속 모르는 소리'라고 토로한다.

■ 진정한 ‘신입’은 없다... 기업 경력 선호↑ = 최근 온라인 취업포탈 ‘사람인’ 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채용공고 4건 중 1건은 경력직 모집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8일 2015년 1분기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채용공고 83만 752건을 분석한 결과 ‘경력’만 채용한 공고가 25.4%였다. ‘신입’ 채용공고(5.5%)보다 4.6배나 많았다.

사람인 임민욱 홍보팀장은 “신입을 뽑을 때는 가능성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을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사실 없다. 그러나 경력은 바로 투입해도 업무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안정적이다. 기업은 해당 업무에 연계성을 갖춘 경력직을 선호하는 건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A 디자인·광고 업체의 인사실무팀장은 상반기 신입 인사채용에서 최근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대신 3년차 경력직원을 뽑았다. 이 팀장은 “아직 중소규모 회사라 당장 실무처리 인력이 급했다. 신입채용을 하려고 했지만  업무 이해도나 숙련도가 높은 경력직을 뽑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IT·웹 관련 업체 채용 역시 비슷했다. 이 회사는 2년째 공개 채용을 하고 있지 않다. 경력직이 많이 지원하는 ‘수시채용’을 진행 중에 있다. 이 회사의 인사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수시채용을 진행 중이다. 투자대비 효율성이 높은 경력직을 뽑기 위해서다. 선호하는 연차는 3년차”라며 “주로 3~4년차가 가장 알맞은 조직적응력을 갖고 있으며 애사심과 근속의지가 높다”고 말했다.

■ 경력직과 경쟁 위해 휴학‧사교육 늘어… 또 하나의 사회문제 = 기업체의 이러한 경력 선호 현상으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은 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이다. 이들을 책임지는 대학 취업센터 실무자들 역시 함께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들은 경력직과 채용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투자하는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브리프’에 따르면 취업 및 취업준비를 목적으로 휴학하는 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평균 1.6년이며 취업 사교육으로 연평균 511만원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문대 최연택 학생경력개발센터장은 “사회에서 경력을 쌓고 온 사람들과 갓 대학을 졸업한 이들하고는 경쟁이 안 된다. 그러다보니 휴학을 계속하고 졸업유예도 많이 늘었다. 문제는 휴학과 졸업유예에 비용 등이 너무 많이 든다. 학생들은 ‘경력 스펙’을 돈으로 쌓는 셈이다. 학생입장에서는 과도하게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양대 김성수 커리어개발센터장 역시 “공채 채용 공고를 학교 게시판에 내야 하는데 다 수시채용 밖에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기업에게 신입을 채용하라는 요구를 할 수도 없다”며 “대학생들이 경력직과 경쟁하기위해 각종 스펙 만들기, 어학연수 등 취업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육대 박상진 취업진로지원센터팀장도 “바깥에서 ‘대학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불평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지만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건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대학은 ‘기본’ OJT는 ‘기업’이… 대학-기업 미스매치 해결은 ‘산학협력’ = 전문가들은 대학은 대학으로서, 기업은 기업으로서의 책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은 사회인으로서의 일반교육을, 기업은 신입사원의 실무교육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승 한양대 산학협력단장(에리카캠퍼스, 기계공학 교수)는 “기업의 요구는 너무나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한다. 심지어 한 기업 내에서도 담당 직무마다 요구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대학이 모두 수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대학은 모든 기업에 맞도록 학생들을 찍어내는 공장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대학은 이럴 때 일수록 기본에 더욱 충실하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기본이 탄탄하고 사회에 힘이 되는 인재들을 길러내는 것이 대학의 몫”이라며 “OJT(신입사전교육)는 대학이 아닌 기업의 할 일이며 기업이 해야 할 투자다. 다만 인재 육성에 있어 대학과 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과 공유는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학생에겐 눈높이를 조금 낮추고, 기업에겐 대학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되, 비전이 있는 기업은 대학생들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이현옥 청년고용기획과장은 “대학생들도 배려가 필요하다. 태어날 때부터 경력인 사람은 없다. 눈높이를 좀 낮춰 다른 중소기엎에서 경력을 쌓고 이후 원하는 곳에 경력직으로 입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유보금이 있고 비전이 있는 기업은 과감하게 투자해서 신입채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장은 “새로 도입한 일학습병행제(IPP), 산학협력선도사업(LINC)등 대학과 기업이 산학협력을 통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최연택 학생경력개발센터장과 한양대 김성수 커리어개발센터장 역시 기업과 학생과의 취업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지금의 정부 산학협력 시스템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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