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대교협공동기획<대학자율성으로 본 韓·中·日>(1)일본] 대학구조개혁, 강제 아닌 자율화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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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는 ‘자율성 강화’…일부선 "위기대응 늦다" 비판도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 정원미달 우리 대학보다 앞서 경험
국립대학 법인화, 자율성 '강화인가 '후퇴'인가 여전히 논란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일본과 우리는 많은 부분이 닮았다. 양국의 고등교육은 거의 사립대학이 주도한다. 전체 고등교육 기관 중에서 일본은 약 70%, 우리는 약 80%를 사립대학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사립대는 우리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등록금 의존율이 높고 설립자와 친인척 등이 세대를 이어 학교를 운영하거나 혹은 실질 경영권을 갖는 이른바 '족벌경영'이 고착된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고등교육이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받는 현실도 흡사하다. 다만, 우리가 70%에 달하지만 일본은 약 50%정도에 그치는 대학진학률은 차이점이다. 일본은 10년전에 국립대학 법인화를 단행했지만 우리는 최근에 겨우 서울대와 인천대만 전환한 상태다. 일본은 이미 탄탄한 기초연구 경쟁력을 갖춘 반면, 우리는 기초학문의 뿌리가 약하다. 무엇보다 비슷한 위기 앞에 우리는 강력한 정원감축에 나선데 비해, 일본은 평가인증을 통한 대학경쟁력 강화라는 온건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먼저 경험 = 일본의 18세 대학 학령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중이다. 1992년 205만 명이었던 학령인구는 2008년 124만 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학령인구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현재의 120만 명 정도를 유지하다가 2020년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30년에는 100만 명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고등교육 입학 희망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우리에 앞서 대학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고등교육기관(대학·전문대학·고등전문학교) 입학자 수가 60만명대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2006년에는 일본의 4년제 사립대학 가운데 40%가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당시 4년제 사립대학 은 556개교였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6개 대학을 제외한 550개 대학 중 전년보다 66개교 증가한 222개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이다. 정원미달 사태는 지방대와 여대에서 더 심각했다. 당시 지역별 미달률은 도쿄가 12.4%, 교토·오사카 등은 30%대였으나, 남부인 주고쿠는 64.7%, 시고쿠는 62.5%에 달했다. 사립여대의 경우 44.2%가 정원미달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호황에 취한 일본 대학들은 미리 대비하는 데 실패했다. 시라이 카츠히코 전 와세다대 총장은 자신의 저서 '와세다 대학은 어떻게 인재를 키우는가'에서 "일본은 소위 '단카이세대(1947~49년 경에 태어난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가 고교를 졸업한 1992년에 18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동시에 그들은 부모세대와 달리 가정형편이 유복하여 상급학교로의 진학률이 높아질 것이 기대됐다. 때문에 대학이 신설되고 전문대학으로의 전환이 줄을 이었다. 와세다대에서도 수험생 수가 15만명을 넘는 상황이 계속됐다. 대학경영의 관점에서는 정말 편한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시기에는 대학내부에서 개혁의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고 일본대학의 버블 시기를 묘사했다.

축제는 오래가지 않았다. 시라이 전 총장은 "도쿄 내 사립대학 인기도 버블경제 붕괴 후 불경기 도래와 함께 사그라지는 느낌이었다"면서 "사립대학 40%의 정원미달 사태는 18세 연령인구가 최고조였던 80년대 중반부터 예측되었지만 각 대학의 대응은 상당히 늦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2013년 입학 정원을 일부라도 채우지 못한 4년제대학은 27%(231곳 중 63곳)에 이른다. 63개 대학 가운데 9개교는 정원의 70%도 채우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체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2012년 98.8%에서 지난해 98%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인 유학생을 대거 받아들여 버티는 형편이다.

■ 강제적 대학퇴출보다는 자율적 경쟁력 강화로 =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이미 1980년대부터 국공립대학 법인화, 사립학교법 개정, 인증평가 도입, 대학 교육정보 공표 의무화 등 다양한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펴왔다. 우리와 같은 학령인구의 감소와 함께 경제불황과 사회양극화, 재정악화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대학구조개혁은 전반적으로 '자율성 확대의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1991년의 대학설치기준 간소화의 핵심은 대학의 자율성 회복이었다. 입시제도와 교과과정, 교육방법, 교수조직, 연구조건, 평생학습, 학생생활 지원 등에 있어서 문부성(일본의 교육부)의 간섭없이 대학이 최대한의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01년에는 '대학(국립대학)의 구조개혁방침'을 발표, 국립대학의 구조조정과 합병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국립대학에 시장관리체제를 도입하는 이른바 국립대학 법인화를 시행했다. 또한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2004년에는 인증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설치인가 역시 준칙주의로 전환했다. 

보다 위기가 심화된 최근의 대학구조개혁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정원감축보다는 국가전략의 하나로서의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구조개혁의 목표로 삼았다. 일본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을 '대학개혁 실행 집중기간'으로 설정하고 대학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연구를 내놓고 있다. 우선 인증평가의 경우 학생의 학습 성과와 내부 질 보증을 중시한 평가에 무게를 싣기로 했으며 평가결과를 통해 구체적인 개선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팔로우업(follow-up)' 체제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 대학 내 감사를 상근화하고 교수회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거버넌스의 개혁도 추진하고 있다. 총장의 경우 좀더 책임감 있는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총장보좌체제의 강화 △비전에 따른 탄력적 예산운용 △업적평가에 따른 급여제도 운영 등의 권한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5년 주기의 대학 인증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각종 재정지원사업 대상을 선정하는 등 대학평가를 정부 정책에 연결하는 경향은 강화됐지만 ‘대학퇴출이 해법은 아니다’라는 게 일본 정부의 시각이다.

■ 89개 국립대학 법인화...자율성 확대인가 축소인가 = 국립대학의 법인화는 고등교육예산이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국립대학이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경영상 비효율적인 점이 많아 오래 전부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왔다.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며 우리나라에서 국립대학 법인화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기 시작했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빠르게 법인화의 길로 들어섰다. 일본의 '국립대학법인법'은 2003년 7월 참의원을 통과하고 2004년 4월에는 89개 국립대학법인이 탄생했다. 일본의 국립대학이 국가 직할에서 독립 법인으로 재탄생한 일대 개혁조치였다.

그러나 현재 법인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운영구조 면에서 국가의 직할로 두었던 국립대학을 각 대학에 맡긴다는 점에서 대학의 자율성 확대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다. 반면, 법인화에 따른 정부의 각종 조치에 의해 오히려 법인화 이전보다 더 국가에 구속된다는 인식도 존재하고 있다.

자율성 확대로 평가하는 시각은 경영구조상의 자율성 확대에 주목한다. 국가 행정조직이었던 각 국립대학은 독립된 법인이 됐다. 대학들은 각자의 목표와 계획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대학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산과 조직 규제가 대폭 완화 되었으며, 필요한 경우 자체판단에 따라 제한적인 수익사업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학생과 대학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익사업과 기술이전 기관에의 출자가 그것이다.

지배구조상 총장의 권한도 확대됐다. 총장은 인사권을 일임받고, 경영 심의기구인 경영협의회와 교학 심의기구인 교육연구평의회의 의장을 맡는다. 총장권한의 강화는 자연스럽게 교수회의 역할 축소를 초래한다. 대학 내 힘의 축이 교수사회에서 총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학내 자율성의 강화와는 별개로 간접수단을 통한 정부의 대학통제는 강화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일단 받아온 예산은 대학의 자율이지만, 국립대학들은 일정 주기마다 경영성과를 평가받아야 하게 돼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정부는 각 대학에 차별적으로 예산을 배분한다. 일본의 경우 6년마다 대학별 교육적, 재정적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한다. 이 때 평가는 제3자평가로 이뤄진다. 간접적인 방식을 통한 새로운 대학통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대학간 경쟁을 유발해 학문적 장기 목표 보다는 수익사업과 재정효율성에 치중하는, 이른바 '대학의 기업화'를 초래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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