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민 이사장과 박토마스상진 상임이사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재단 이사회가 대학 경영권을 두고 암투를 벌이면서 덕성여대가 멍들고 있다. 덕성여대는 지난 2012년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결정으로 구재단 중심의 정상화가 결정됐다. 이 결정으로 설립자 일가족인 박토마스상진 씨가 상임이사로 재단에 돌아왔고 설립자 일가족의 법적 자문을 도맡았던 김목민 전 서울북부지방법원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최근 덕성여대에서는 이 두 사람의 사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두 사람과 쟁점을 각각 짚어봤다.

■ 김목민 이사장은 누구?= 법조계 인사인 김목민 이사장이 덕성여대와 연을 맺은 것은 2005년경이다. 김목민 이사장은 2005년 변호사 개업 직후 박원국 전 덕성여대 이사장과 만났다. 이후 박원국 전 이사장의 측근으로 활동하며 박원국 전 이사장의 덕성여대 복귀를 돕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 2007년 박원국 전 이사장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박원국 전 이사장의 조카인 박토마스상진 상임이사와 협력했다.

김목민 이사장은 2012년 박토마스상진 이사와 함께 덕성학원 이사로 선임된 뒤 설립자 가족에 부정적인 학내 여론을 고려해 먼저 이사장이 됐다. 4년 임기가 끝난 뒤 박토마스상진 이사에게 이사장을 넘기는 수순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지난 4년간 김목민 이사장과 박토마스상진 이사의 관계는 평온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김목민 이사장이 이사장 연임의사를 밝히면서다. 김목민 이사장은 최근 박토마스상진 이사가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것을 이유로 2년 더 이사장을 연임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박토마스상진 이사는 반발했고, 이후 갑작스럽게 이사장의 비리를 밝힌 투서가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접수됐다. 즉각 교육부의 민원조사가 들이닥쳤다.

교육부 민원조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은 상당했다. 김목민 이사장이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과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등을 어기고 유흥업종과 개인용도 등으로 업무추진비 7천471만원을 쓴 것이 발각됐다. 거마비 명목으로 받은 돈도 1억원에 달했다. 교육부는 비상근 이사인 김목민 이사장에게 거마비 등이 지급된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교육부는 김목민 이사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통보하고 거마비와 업무추진비 1억 7천여만원을 전액 환수하도록 지시했다. 투서가 공개된 시점은 6월 14일. 이사장 직무정지가 통보된 것은 7월 22일이다. 약 한달 남짓한 기간 동안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김목민 이사장 측은 즉각 반발했다. 교육부의 직무정지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교육부의 민원조사 자체가 박토마스상진 이사 측이 사주한 표적감사라고 주장이다. 김목민 이사장 측은 “재단 내 인사의 민원제기에 이은 소명기회조차 주지 않은 감사일정 통보, 감시기간 연장 등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이번 감사가 철저히 기획돼 진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목민 이사장의 업무추진비와 거마비 등이 잘못 지급됐더라도 사실상 해임에 가까운 직무정지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사장 해임이나 직무정지된 사례는 재단의 부동산을 마음대로 사용한 K모 K대 이사장이나 교비 등 146억원을 횡령한 L모 S대학 이사장 정도다.

업무추진비 등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주말에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해서 개인용도로 치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사장으로서 사회관계망 구축을 위해 주말 등 시간을 가리지 않고 대학관계자 등을 만났던 것이다. 이사장은 법인의 업무를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의 영역과 교류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지 않나”고 설명했다.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부적정이나 거마비 수당 지급 부적정도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사장의 직무를 정지시킬만큼 중대한 사안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또 교육부가 이사장의 업무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결재기록이 남아있는 경우에만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무리한 감사를 벌인 정황이 발견됐다.

■ 박토마스상진 이사는 누구?= 그렇다면 김목민 이사장의 주장처럼 박토마스상진 이사 측에서 투서를 공개한 것일까? 우선 박토마스상진 이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원국 전 이사장의 조카인 박토마스상진 이사는 2012년부터 덕성여대 상임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덕성여대의 실질적인 오너다. 미국인 어머니를 둬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게 특징이다.

박씨일가가 덕성여대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설립자인 차미리사 여사가 송금선 박사에게 대학운영권을 넘기면서부터다. 송금선 박사의 네 아들이 각각 박원국, 원영, 원택, 원경 씨다. 박토마스상진 씨는 삼남인 박원택 씨의 아들로, 송금선 박사의 맏이인 박원국 전 이사장에게는 조카가 된다.

결혼을 하지 않았던 박원국 전 이사장은 박토마스상진 씨를 후계자로 낙점했으나 성격 차이와 전문성 등을 이유로 끝내 결별한다. 이후 박토마스상진 씨와 박원국 전 이사장은 대학 운영권을 두고 다퉜다. 당초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박원국 전 이사장을 중심으로 덕성여대를 정상화시키려고 했지만 2007년 박원국 전 이사장이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급격히 박토마스상진 이사 중심으로 기울었다는 후문이다. 2012년 사분위가 덕성여대 정상화를 결정하면서 박토마스상진 이사는 박원국 전 이사장을 제치고 상임이사가 됐다.

박토마스상진 이사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 김목민 이사장 측은 이중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매도하는 반면 박토마스상진 이사를 지지하는 관계자들은 ‘호인’이라고 추켜세운다. 재단에서는 회계를 전담하는 역할을 했고 이 과정에서 1100억원에 달하는 법인재산을 마음대로 운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박토마스상진 이사는 지난 2014년 재단 적립금 1152억원을 수익용도로 30여가지 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10억원여의 이득을 봤지만 투자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해 문제가 됐다. 덕성학원 내부 규정에 따른 것이지만 내규 자체가 사립학교법에 위배되는 내용이라는 게 교육부와 법조계의 해석이다.

이밖에도 박토마스상진 이사는 이사회 의결 없이 2012년 100억원어치의 현대중공업 회사채를 매입하고 서울 답십리동 주상복합 신축건물에 50억원을 투자한 과정에서 뒷돈을 받았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시청 지능범죄수사팀은 이 내용을 수사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11월경 교육부는 이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박토마스상진 이사 측은 이 내용을 경찰과 교육부에 전달한 게 김목민 이사장 측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미 2014년 김목민 이사장 측의 ‘선공’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토마스상진 이사의 측근을 자처하는 한 관계자는 “이사장 비리 문건을 교육부로 직접 투고한 게 맞다”고 털어놨다. 이 인사는 덕성여대와 관계없는 외부단체를 끌어들여 언론보도를 이끌어냈다는 지적도 선선히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미 2014년 덕성여대에 구재단에 복귀한 뒤 김목민 이사장 측근 등이 수익사업을 노리고 접근했다가 박토마스상진 이사 등에 의해 무산된 적이 있다. 이에 앙심을 품고 2014년에 박토마스상진 이사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목민 이사장의 실각한 측근이 박토마스상진 이사를 먼저 공격했고, 박토마스상진 이사 측은 최근 김목민 이사장이 연임의사를 밝힌 뒤 ‘반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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