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적 시국, 예술이 희망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고민할 것”

▲ 한예종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촉구했다.(사진=이재익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학생들이 ‘굿’을 통해 현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규탄했다.

한예종 총학생회는 지난달 31일 오후 7시 서울 석관동캠퍼스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촉구했다. 캠퍼스에 모인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며 “대통령이 사과한지 6일이 지났지만 비선실세에 대한 의혹은 아무것도 해소되지 못했다. 현재 살고 있다고 믿은 민주주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최씨가) 국정 전반에 손을 댄 사실이 밝혀지고 있으며 이는 측근의 권력 남용 수준을 넘었다. 박근혜 정부인지 최순실 정부인지 모를 정도”라 비판했다.

또한 “현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즉각 하야를 촉구한다. 완전한 해체와 재구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또다시 반복될 뿐”이라며 “현 위기가 민주주의의 죽음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되기 바란다. (한예종 학생들은) 비이성적 시국에 예술이 어떻게 희망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부끄럽지 않은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 한예종 학생들은 시국선언 발표에 이어 공연 ‘시굿선언’을 통해 현 시국을 풍자하고 전통 예술의 의미를 되찾고자 했다. 학생들이 오방색 퍼포먼스를 통해 특정 집단에 의해 전통 의미가 퇴색되는 현실을 풍자하는 모습.(사진=이재익 기자)

시국선언 발표에 이어 공연 ‘시굿선언’이 진행됐다. 영화 ‘곡성’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이번 ‘시굿선언’ 포스터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공연은 길놀이와 오방색 퍼포먼스에 이어 경기도당굿 부정놀이, 통영오광대 문둥탈, 동해안 오구굿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오방색 퍼포먼스를 통해 특정 집단에 의해 의미가 퇴색되는 현실을 풍자하고, 이후 진행되는 공연에서 오방색 깃발을 순서대로 쌀바구니에 꽂으며 전통적인 오방색의 의미를 되찾겠다는 뜻을 담았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번 공연에 대해 “기존 언론보도가 무당이라는 어감에 집착해 사이비 종교라는 것만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봤다. 누군가에게는 전통이고 전공인데 너무 비하되는 느낌을 받아 예술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오방색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풍자의 의미가 있지만 오방색 자체는 전통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색인만큼 잘못된 인식이 바로잡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예정 총학생회장은 “사회문제에 답하기보다 답을 찾아가자는 시도로 공연을 기획했다”며 “학생들 스스로의 싸움도 중요하지만 큰 시국에 예술인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예술이란 현실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싸우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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