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실례를 들었을 뿐 의도는 없다"

기능 분화 설명하면서 사례로 대학의 “커피파는 아가씨”
위안부 피해자 두고 “기본적으로 할머니들 입장은 그랬어요. 몇 억씩 받을 수 있으니까”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중앙대 A모 교수가 전공 수업시간에 여성과 중국인 비하, 정치적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해당 학과 학생들은 A 교수가 상습적으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 “중국 여자들이 남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거야”=지난 8일 본지가 복수의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수업 녹음 파일과 증언에 따르면 A교수는 올해 3월 6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적어도 다섯 번 강의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것.

A교수는 양안문제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인과 여성에 대해 비난했다. 지난달 27일 전공 수업에서 A 교수는 “중국 사람들은 아무데나 침 퉤퉤 뱉고, 매너라곤 찾아볼 수 없어. 그래서 내가 너무 화가 나가지고, 여성분들도 그래”라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공부 오래하신 분이 이게 다 이 공산주의, 마오쩌둥 들어오면서 남녀가 평등하다. 여자들이 기가 세지면서, 여자들이 남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거야”라고 주장했다. 뒤이어 “편견이긴 하지. 그렇지만 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중국을 이해하려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고 그런데, 왜 저렇게 치졸하냐”고 발언했다.

여성혐오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도 나왔다. 같은 수업에서 A교수는 “기능의 분화가 있으면 셀프-헬프가 필요없어. 왜냐면 누군가가 날 지켜주면 되니까”라고 말하며 “학교? 기능의 분화가 일어난 거야. 왜냐면 총장님, 교수, 학생, 방호원, 커피 파는 아가씨 뭐야 다. Division of Function(기능의 분화)이 있는 거야”며 “여러분 공부만 하면 되는 거야. 방호원처럼 학교 지킬 필요 없고, 총장님처럼 앉아가지고 사인할 일 없는 거지”라고 말했다.

■ “기본적으로 할머니들 입장은 그랬어요. 몇 억씩 받을 수 있으니까”=앞서 지난달 5일 있었던 수업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돈을 받으려는 게 진심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사례로 들어 학생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A교수는 이날 “사실은 이 위안부 한일 협상은 기본적으로 할머니들 입장은 그랬어요. 너무 오래됐으니까, 한 사람씩 몇 억씩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할머니들도 지쳐서 돈 받았을 거에요”라며 “나라가 협상을 해서 할머니들한테 보상금을 주려고 협상을 한 겁니다. 중요한 건 여기에 있어요. 이 할머니를 도와줬던 시민단체들이 이 할머니들한테 충분한 보상을 받았는데, 정부 입장, 외교부 입장에서는 시민단체가 중간에 껴서 자꾸 정부나 외교부를 괴롭히는 거야”고 주장했다.

이어 “할머니들도 중요한 건 이 시민단체들이 자기를 위해 싸워줬다는 그 인상 때문에 이 시민단체들을 절대로 무시할 수가 없는 거야. 사실은 그 사이어서 벌어진 일이야”고 말했다.

이에 강의를 듣던 학생이 문제를 제기하자 A교수는 한 발 물러섰다. 한 학생이 “시민단체들이 할머니들께 생각을 주입했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냐”고 묻자 A 교수는 “생각을 주입했다는 차원보다는 내 생각에는 할머니들이 조직화되지 못했으니까, 할머니들이 이러한 상황이 잘못 됐다라는 걸 가르쳐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 거지. 그리고 몇몇 사람들의 입장이 굉장히 할머니들을 계몽시키는데 기여를 많이 했고, 시민단체가 할머니들을 위해서 상당히 희생도 많이 했죠”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생이 재차 “할머니들께서 원하는 것은 일본정부의 사과가 아닌가”라고 비판하자 A교수는 “냉정하게 상황을 보자. 얼마 전에도 돌아가셨잖아. 그 분은 경제적 이익을 하나도 못 받았고, 할머니들은 맨 처음에 그 돈을 받아서 시민단체에 좀 나눠주고, 그것도 못 받고, 그걸 이야기하는 거에요”라며 “내가 뭐 할머니들이 뭐 잘못됐다, 잘됐다 평가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문제, 세월호 문제 이런 것도 다 문제가 있고”라고 말했다.

■ 수업 들은 학과 학생들 “학생들 전부 싫어해…학교에 오기 싫을 정도”= A교수의 수업을 들은  B학생은 “(중국인 비하 발언을 듣고) 옆자리를 돌아보니 중국인 학우가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강의실 앞에서 만난 C학생은 “(커피파는 아가씨) 발언을 듣고 뜨악했죠.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신다. 학생들 전부 싫어한다”고 밝혔다.

D학생은 “위안부 발언이 나왔을 때도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발언했지만 A교수가 자신의 의견을 정정한다고 느껴지지 않았다”며 “대화를 통해 개선을 요구하고 싶지만 교수님이라 섣불리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런 분께 강의를 배우기 싫고, 학교에 오기 싫어질 정도”라고 토로했다.

■ A교수 “현실적인 실례를 든 것이지 편견은 없었다. 오해다”= A교수는 위안부 발언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A교수는 “학생들에게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보는 이론적인 관점에서 사례를 든 것이다. 내 입장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이론의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례로 나온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에 대한 학습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이론과 실질적인 예를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의 문제일 수 있다. 학생들이 많이 불편했으면 잘못된 예일수도 있을 것 같다”며 “실례를 든 것이지 편견을 갖고 제시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A교수는 학생의 비판에 대해서도 “그 예가 적절치 못했다면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생각한다. 학생에게 여러 차례 걸쳐서 다시 설명하고 이론적 입장에서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고 학생이 알겠다고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커피파는 아가씨’ 발언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A교수는 “국제정치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 국제정치는 무정부기 때문에 기능의 분화가 있으므로 나름의 질서가 있다는 취지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학교 주변에서 각자의 역할을 한 사람을 이야기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인 혐오 발언에 대해서 A 교수는 “중국인 학생이 있었다는 걸 몰랐다”며 “중국 안에서의 여러 가지 갈등 문제, 양안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특정학생을 폄하하려고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수 학생들이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서는 억울함을 나타냈다. A교수는 “제자가 아니라 감시를 당하는 것 같다. 수업을 하면서 합의를 찾고 소통해야 하는 장이라 생각한다”며 “학교를 비판적 입장을 갖고 이념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나를 신고한 것이 정상적 학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내 학생들이라 믿었는데 무슨 말로 달리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학생이 수업의 녹취를 학업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중앙대 관계자에 따르면 대학 측은 해당 내용을 파악하려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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