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北 평양과기대와 교류한 한국인, 문규성 연변과기대 명예교수

▲ 2014년 6월경 연변과기대를 찾은 평양과기대 졸업생들(뒷줄)과 문규성 교수(뒷줄 왼쪽 네번째)가 촬영한 기념사진. (사진=문규성 교수 제공)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평양과학기술대 학생들이 “교수님 강의도 듣고 싶습니다. 다음 학기에는 평양에 오세요.” 이럴 때 참 난감합니다. 다른 이유를 대서 다음 학기에 가기 어렵다고 둘러대야 하거든요. 정치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북한 평양과학기술대와의 쌍둥이 대학, 연변과기대 재료기계자동화학부에서 강의했던 문규성 명예교수의 회고다. 본지는 8일 한국에 귀국한 문 교수와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문 교수는 우리 국민으로서 연변과기대에 재직하는 동안, 평양과기대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을 기분좋게 기억한다. 우리 생각보다는 훨씬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교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국가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라 많은 요청에도 넘지 못할 선을 생각하며 아쉬워해야만 했다.

“평양과기대 재학생들이 중국 연변과기대로 수학여행, 학술교류를 나왔다. 학생들은 이미 중국에 있는 교수들에게 까지 마음이 열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식적인 학술교류 일정을 마쳤는데 밤 시간에도 제 연구실에 교수와 학생들이 찾아와 관심을 보이고 밤늦도록 함께 교류한 일도 있다.”

문 교수를 비롯해 평양과기대 설립을 추진하던 교육자들은 북한의 첫 개방특구인 나진, 선봉에 대학을 세우려고 노력해 왔다. 평양에 대학을 세워달라는 소식은 놀라웠다. 북한의 개방 의지, 시장경제 체제로의 개혁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북측 지도자들 중에 시장경제를 아는 지도자들이 많지 않았을 테니 개혁에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유학을 했지만, 젊은 세대들을 유학 보내자니 또 다른 부담들도 있었을 테다. 그래서 아마도 중국에서 여러 해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연변과기대를 연구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교육을 우리가 보는 앞에서 시켜 달라(평양에서 개교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졸업생을 배출했고, 540명이 북한 사회 최고위층으로 일하고 있다. 평양과기대에서 경영과 시장경제를 배운 졸업생들도 있다. 아직 이르지만 중국식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주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평양과기대가 우리 대학, 한국과 교류할 날이 올까. 아직은 이르다는 게 문 교수의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성숙도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북한을 이해하는 창구가 단순해서 정치가와 군인들이 하는 일들을 보고 북한사람들이 다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난 북한 사람들은 착하고 예절바르고 친화적이고 명석한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일 수 없겠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국민들의 정서가 북한을, 북한 사람들을 사실에 기초해 평가하는 일이 먼저다. 언젠가는 남쪽과 북쪽의 국민들이 진심이 통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서로가 서로의 사실을 알게 될 창구가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

▲ "우리 통일합시다" 2014년 문규성 교수(왼쪽 세번째)가 연변과기대 북카페에서 식사후 북측 인솔책임자와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사진=문규성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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