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트 서밋 4차 콘퍼런스에서 국내 혁신대학 사례 발표

조동성 인천대 총장이 16일 인천대에서 개최된 ‘UCN 프레지던트 서밋 2019’ 4차 콘퍼런스에서 국내 대학 혁신사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 = 한명섭 기자)
조동성 인천대 총장이 16일 인천대에서 개최된 ‘UCN 프레지던트 서밋 2019’ 4차 콘퍼런스에서 국내 대학 혁신사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혁신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이다. 누구나 가는 길을 가면 혁신이 아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유일하게, 최초로 가야 혁신이다.

미네르바스쿨은 세계 유일의 100% 온라인 대학이다. 뱁슨칼리지는 세계 최초로 학부과정에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기업가정신)’ 교육을 도입했다. 미네르바스쿨과 뱁슨칼리지는 세계적인 혁신 모델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천대가 매트릭스 칼리지, 바이오 특성화 봉우리, Triversity 등 ‘Only One’ 전략을 추구하며 혁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UCN 프레지던트 서밋 2019’ 4차 콘퍼런스가 16일 인천대에서 개최됐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은 대학 혁신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먼저 조 총장은 인재(지도자) 유형을 △창업가(창조형) △최고경영자(혁신형) △중간관리자(적응형)로, 대학의 역할을 △창조 능력 양성 → 창업가 육성 △혁신 능력 양성 → 최고경영자 육성 △적응 능력 양성 → 중간관리자 육성으로 각각 구분했다. 조 총장은 “인재 양성이 대학에서 가장 중요하다. 대학의 혁신 목적은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 총장은 대학의 진화과정을 대학1.0, 대학2.0, 대학3.0(과거의 대학)과 대학4.0, 대학5.0, 대학6.0(미래의 대학)으로 정의했다. 조 총장에 따르면 대학1.0, 대학2.0, 대학3.0은 지식·토론·인터넷형이다. 대학4.0은 인공지능형(예: 유다시티·나노디그리), 대학5.0은 고전읽기형(예: 세인트존스대·시카고대), 대학6.0은 나눔·봉사형이다.

조 총장은 “대학4.0에서는 인공지능 개발·활용능력을 배양하고 대학5.0에서는 인공지능이 침범하지 못하는 능력(가치판단력, 창의력, 인간다움 등)을 배양한다”면서 “대학6.0은 개인적 성향보다는 통합적 사고를 중시하고 강의실 안에서 밖으로, 인식에서 행동으로, 지식에서 지혜로, 움직이는 대학과 행동하는 학생으로 변화한다”면서 “즉 나눔, 봉사, 사랑을 실천한다. 세상을 이끌어가려면 강의실이 아닌 현장에서 베풀고, 가진 것을 아낌없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총장은 인천대의 혁신전략과 성과를 소개했다. 조 총장은 “인천대는 연구에서 대학4.0을, 교육에서 대학5.0을, 봉사에서 대학6.0을 추구한다”며 “‘1등(The First) 대학이 아니라 유일한(Only One) 대학을 추구하는 것’이 인천대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연구 분야부터 살펴보면 서울대, 북경대, 하버드대는 종합연구중심대학이다. KAIST, MIT는 공대 기반의 연구중심대학이다. 만일 인천대가 서울대와 KAIST, 하버드대와 MIT를 표방한다면 경쟁력이 있을까?

조 총장의 결론은 명확하다. Only One에 맞춰 인천대만의 연구 전략을 추구한 것. 일명 특성화 봉우리 전략이다. 모든 단과대학들이 전공을 구분하지 않고, 특성화라는 봉우리에서 함께 연구한다. 이를 위해 조 총장은 2017년 7월 바이오(게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난해 2월까지 글로벌아시아(통일 후 통합), 중국(일대일로), 스마트시티·에너지(4차산업혁명)를 각각 특성화 봉우리로 선정했다.

예를 들어 바이오 특성화 봉우리에 따라 인문대·사회대·자연대 등 인천대 단과대학 교수들은 전공분야와 융합, 바이오 분야를 연구한다. 지난해 11월 인천대에서 ‘2018 Global Bio-Convergence Forum’이 개최됐다. 당시 바이오 비전공 인천대 교수들은 바이오 전문학자들을 대상으로 바이오 연구논문을 발표, 화제가 됐다.

조 총장은 “도쿄대 경영학 교수들이 자동차 산업을, 히토쓰바시대 경영학 교수들이 반도체 산업을 집중 연구하는 것처럼 인천대는 특정 단과대학이 아니라 단과대학 전체가 바이오 연구에 참여한다”면서 “이를 통해 인천대가 제약 생산 세계 1등 송도국제도시의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브레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총장은 “해양·국제물류, 로봇·드론·MEMS·전기차, 기후변화, 문화예술 분야도 특성화 봉우리로 검토하고 있다. 인천대 교수들이 융합연구로 바이오를 비롯해 한, 두 개 분야에서 성공하면 인천대는 세계적 대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대는 연구 분야에서 플랫폼형 조교수 제도도 시도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대학들은 ‘조교수(하단)-부교수(중간)-정교수(상단)’의 원통형 조교수 제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조교수와 부교수 비율이 적고, 정교수 비율이 높다. 반면 선진국 메이저 대학들은 조교수와 부교수 비율이 75%, 정교수 비율이 25%다.

인천대 교내 투어에 나선 총장단이 전망타워 '글로벌 아이스랜드'를 나오고 있다.
인천대 교내 투어에 나선 총장단이 전망타워 '글로벌 아이스랜드'를 나오고 있다.

조 총장은 “정교수 비율이 높으면 평균 교수 월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재정 배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인천대에서 열심히 하면 일부는 정교수가 될 수 있고, 나머지는 다른 대학 교수로 이적하거나 취업과 창업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조교수가 미래를 준비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분야에서 인천대의 히든 카드는 매트릭스 칼리지와 고전읽기다. 매트릭스 칼리지는 2016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기업·기관·정부가 직접 학과를 설계하고 학생들이 제2전공으로 선택하는 것이 골자다. 매트릭스 칼리지 참여 기업·기관·정부는 학과 설계뿐 아니라 학생 모집과 멘토링 제공에 참여한다.

쉽게 말해 인천대 학생들은 기존 학과로 입학한 뒤 기업·기관·정부 설계 학과로 졸업하면서, 해당 기업·기관·정부 입사시험에 응시한다. 기업·기관·정부 입장에서는 사전 신입사원 교육효과가, 인천대 입장에서는 취업률 상승효과가 가능하다.

조 총장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 사장이 ‘우리가 원하는 신입사원은 생물학 과목을 두 개 더 들은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신입사원은 조직에 몰입하고, 구성원과 화합하며, 성실한 자세로 역할에 전력투구하는 인성을 갖춘 사람이다. 대학은 기업이 내부에서 만들 수 없는 창조 인재를 양성해 달라’고 당부했다”면서 “매트릭스 칼리지 도입으로 학과 설계 권한을 공급자(대학·교수)에서 수요자(직장·경영자)에게 위임했다. 인위적 학제개편과 구조조정 없이 사회 수요에 다가가는 지속가능하고, 유연한 학과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고전 300권 읽기는 시카고대의 성공사례를 토대로 도입됐다. 로버트 허친스 총장은 1929년 시카고대 총장으로 취임한 뒤 4년 동안 고전 100권을 읽어야 졸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초기에는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고전을 읽으면서 질문, 토론, 생각하기를 시작했고 꿈과 비전을 발견했다. 시카고대는 무명 대학에서 8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대학으로 성장했다. 인천대 학생들은 서양고전 100권·동양고전 100권·한국고전 100권 가운데 고전을 읽고 토론과 에세이 작성을 수행하면,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봉사 분야에서 인천대의 Only One 전략은 △인천 지역: Triversity △경인 지역: 32개 대학 복수학위 △국가: 바이오 공동연구소 특성화 △세계: 국제교육사자격증 △산업: Port city Universities Summit △경제: Start-up College △대학사회: 新세계대학랭킹제도(WURI)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Triversity는 Tri(3의)와 University(대학)의 합성어다. Tri는 ‘사회 진출 준비 20대, 재취업·창업 준비 40대, 인생 3막 준비 60대’를 뜻한다. 전통적인 대학 진학 수요와 차별화된 20대, 40대, 60대의 잠재수요에 맞춰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인천시 30만 인구(전체의 10%)에게 학위를 수여하겠다는 것이다. 기간은 2020년부터 10년간이다. 교육내용은 학부과정, 석사과정, 박사과정으로 구분된다.

국제교육사자격증은 청년 실업자 대상으로 추진된다. 청년 실업자에게 교육을 제공, 국제교사자격증을 수여하고 청년 실업자를 전 세계 200개국 개발도상국에 파견하는 프로젝트다. 조 총장은 “2000년 전 로마의 젊은이들이 전쟁으로 세계를 지배한 것이 1차 세계화다. 200년 전 영국의 젊은이들이 식민지 경영으로 세계를 지배한 것이 2차 세계화다. 21세기 한국의 젊은이들이 교육나눔으로 세계를 지배함으로써, 3차 세계화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인천대는 Start-up College를 추구하며 창업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교내 창업을 장려하고, 편입생 시험에서 창업 경험자를 우선 선발한다. 창업 과목도 대폭 늘렸다. 인천대는 지난해 39명이 창업에 성공, 국립대 1위와 전체 대학 5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인천대는 연구, 교육, 봉사 분야에서 Only One 전략을 통해 인천대만의 혁신모델과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혁신을 준비하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주목할 만한 사례다. 조 총장은 “인천대는 다른 대학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며, 대학4.0+5.0+6.0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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