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로운 타이밍’…교육부, 정시확대 16개 대학 입학처장 집 주소 확인
대입공정성강화방안 협조 ‘압박’으로 느껴져…‘부담’ 백배
교육부 “연례행사일 뿐 미확정”, ‘16개 대학 겨냥 아냐’ 해명도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갑작스러운 ‘VIP 선물’에 대해 입학처장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갑자기 청와대에서 ‘설 선물’을 보낼 것이라는 이유로 개별 대학 입학처장 집 주소를 교육부가 확인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대교협 회장단이나 입학처장협의회 임원진 등에 선물이 보내진 적은 있지만, 개별 대학 입학처장에게 대통령 선물이 전해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대상이 된 입학처장들은 ‘꺼림직’하다는 반응이다. 전체 입학처장에게 보내는 것도 아니고, 정시확대 대상으로 지목된 16개 대학을 포함해 일부 입학처장에게만 선물을 보내는 배경부터 탐탁치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입정책을 따르라는 은근한 ‘압박’으로까지 느껴지는 탓에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미 확인 작업에 나선 것을 인정하면서도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는 설명과 더불어 16개 대학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는 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갑작스런 청와대 설 선물? 유례없는 일에 입학처장들 ‘어리둥절’ =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입공정성강화방안이 나온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교육부는 개별 대학 입학처장들의 ‘집 주소’ 확인에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가 입학처장에게 직접 연락해 ‘집 주소’를 묻거나 기존에 알려진 주소를 재차 확인하는 일이 이어졌다. 

교육부가 나서 개별 대학 입학처장의 집 주소를 확인하는 것은 유례없던 일. 입학처장들은 ‘의아함’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의 연락을 ‘보이스 피싱’으로 오해하는 사례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 입학처장들에게 교육부는 ‘VIP’를 언급하며 대통령의 설 선물을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대학 입학처장은 “교육부에서 이번에 워낙 감사가 많았고, 대학들이 어려운 점이 많았기에 격려 차원에서 대통령이 선물을 보내려는 것으로 전달을 받았다”고 말했다. B대학 입학처장도 “교육부 관계자가 집 주소를 확인하며 청와대를 언급했다. 설 선물을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입학처장들은 교육부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마치 교육부에 대한 대학의 ‘항명’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C대학 입학처장은 “개인적인 생각에 따라 거부 의사를 밝히기는 어려웠다. 개인이 아닌 보직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대학이 항명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안면이 있는 교육부 관계자의 물음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다소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유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별 대학 입학처장에게 대통령이 설 선물을 보내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B대학 입학처장은 “입학처장을 올해만 한 것이 아닌데 청와대나 대통령이 개별적으로 선물을 보낸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일이다. 다른 입학처장들과 얘기해 봐도 마찬가지 반응”이라며 “일부 입학처장에게만 보낸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 상당히 당혹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정시확대’ 16개 대학 타깃 삼았나…‘압박’으로 느껴진단 반응도 = 대학들은 다소 꺼림직하다는 반응이다. 대입공정성강화방안 가운데 ‘정시 확대’ 대상인 16개 대학이 주된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정시 수능위주전형 확대’ 방침이 담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에 쏠림이 있는 일부 대학의 전형비율 조정을 유도, 2023학년까지 해당 대학들의 수능위주전형이 40% 이상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상으로는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 모집인원이 전체 모집인원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 가운데 서울에 위치한 16개 대학이 지목됐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는 물론이고 건국대·경희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가 주인공이다. 

취재 결과 이번 집 주소 확인에는 정시 확대 대상이 된 16개 대학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대학의 입학처장은 실제 교육부로부터 ‘주소 확인 전화’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 연락을 한 관계자는 차이가 있었지만, 교육부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대통령의 설 선물이 이유였다는 점은 동일했다. 

반면, 같은 서울권 대학이지만, 16개 대학에서 빠진 대학들은 이같은 연락을 받지 못했다. 16개 대학에서 제외된 한 서울권 대학 입학처장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 교육부에서 그런 연락을 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16개 대학’이 모두 교육부로부터 연락을 받으면서 입학처장들의 ‘당혹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다소 ‘무리수’가 섞여 있던 이번 대입공정성강화방안을 잘 따르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부가 ‘VIP’를 언급한 탓에 교육부보다 상위 기관인 정부 차원의 압박으로 느껴진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D대학 입학처장은 “2022학년 대입 개편안에 따라 겨우 수능위주전형을 30%로 맞추고 있는데, 곧장 그 다음해 40%로 늘리라는 것이 이번 공정성 강화 방안 중 정시확대에 관한 내용”이라며 “외부에서 훈수 놓기는 쉽겠지만, 전형별 인원을 이동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교육부가 방침을 정하고 따르라고 ‘통보’를 한 데 이어 대통령 선물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대학은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설명한 명분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E대학 입학처장은 “감사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은 대학을 대상으로 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한다. 하지만, 어려움이 없는 입학처장은 없다. 매년 바뀌는 대입정책 탓에 모든 입학처장들이 어려움을 느낀다. 차라리 전체 입학처장에게 수고가 많다며 선물을 보낸다거나 대입전형을 갑작스레 바꾸느라 애로가 많은 대학들에 정식으로 재정지원을 해줬다면 그나마 이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낯간지럽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A대학 입학처장은 “이번 일은 뭐라 말하기조차 낯간지러운 일”이라며 “대통령이 대학에 선물을 준다고 하니 뇌물은 아니겠지만, 정상적인 구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설 선물을 마치 ‘당근’처럼 생각하는 듯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교육부, “후보군일 뿐 확정된 것 아냐”…다른 대학들도 연락했다 해명 = 교육부는 이번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일까. 관련 업무를 담당한 교육부 관계자는 정작 이번 설 선물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설 선물을 보내겠다며 주소 확인 차 연락이 이뤄졌음에도 정작 설 선물을 보낼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답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례행사처럼 이뤄지는 연하장이나 선물 증정을 위해 ‘후보군’에 대한 주소 확인이 이뤄진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본래 신년이 되면 연하장이나 선물 등을 보낸다. 사안이나 중요도에 따라 부총리 명의로 나갈 때가 있고, 청와대에서 이를 다룰 때가 있다. 이번에 입학처장들에게 연락한 것은 일종의 후보군에 대한 주소를 파악한 것일뿐”이라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선물을 보낼지 여부에 대한 결정은 최종적으로 청와대가 하는 것이기에 자신들은 필요하다는 주소만 확인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학이라는 시기를 볼 때 자택 주소 확인이 꼭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연락을 받은 분들은 선물을 받을 후보자가 된 것이다. 실제 선물을 받게 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청와대가 보내는 선물의 범위에 대해 교육부는 관여할 수 없다. 대학 관계자들의 경우 방학 때는 선물을 보냈다가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 사전에 집 주소를 파악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입학처장들의 증언처럼 실제로도 청와대·대통령發 선물이 보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은 교육부도 인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대교협 총장단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 선물이 보내졌다. 개별 대학 입학처장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16개 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16개 대학 입학처장의 자택 주소만 파악한 것은 아니다. 기존 대교협 총장단과 관계자, 입학처장협의회 등의 임원진 등에 더해 16개 대학에 대한 파악도 이뤄진 것이다. 개별 대학도 16개 대학으로만 한정한 것은 아니다. 이화여대 등에도 연락이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교육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학 처장들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원하지도 않는 설 선물이 아니라 대학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귀를 기울이라는 조언도 뒤따랐다. F대학 입학처장은 “선물을 보낸다며 집 주소를 파악해가더니 후보군 파악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부가 입학처장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라며 “대통령 말 한마디로 대입제도를 이리저리 휘저어 놓더니 이제 와서 처장들에게 선물을 주겠다는 것도 우스운 꼴이다. 원치 않는 선물을 보내기보다는 대학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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