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염원 풀었다, ‘마이스터대학’ 도입”
“전문대학 염원 풀었다, ‘마이스터대학’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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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칼리지’ ‘신(新) 유형 대학’ 등 고등직업교육 새로운 모델 도입 줄기차게 주장
본지, 프레지던트 서밋 최초 ‘일본·대만’ 현지 콘퍼런스 개최…고등교육 투 트랙 직접 체험
번번이 정부 외면, 일반대 반대 속에 막혀와…결국 이번 정부 발표에 ‘마이스터대학’ 포함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새로운 유형의 고등직업교육기관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집중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은 지 1년. 교육부가 전문대학 혁신방안에서 가칭 ‘마이스터 대학’ 도입을 결정, 전문대와 일반대 모두 참여 가능한 새로운 모델의 대학을 만들기로 하면서 ‘학문·연구 중심’과 ‘직업교육 중심’의 투 트랙 고등교육 체제가 자리 잡는 모습이 정착될지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마이스터 대학’ 도입 결정까지의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특히 전문학사부터 석사학위 취득 등 수업연한 다양화, 고등직업교육의 학위취득 과정의 연속성이 보장된 해외 직업교육 선진 모델을 참고해 국내 대학 유형을 설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그동안 정부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답변으로 매번 외면돼 왔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마스터플랜 공청회 당시 ‘AP 칼리지’ 도입 주장…철저한 외면 속 사라져 = 새로운 유형의 고등직업교육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은 지난해 7월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 마련을 위한 국회 공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공청회에는 김상곤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현 국립국제교육원장) 등 정부부처,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을 포함해 전문대학과 직업계고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민관합동추진단이 구성돼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 마련을 위한 추진단 회의, 분야별 현장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대강의 내용은 알려져 있던 상황. 급변하는 시대변화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경제상황과 실업률 증가 등 상황 속에서 어떤 방안이 제시될지 교육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매우 컸다.

특히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전문대학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중장기적 직업교육훈련의 방향과 추진전략을 마스터플랜에 담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대학인 ‘AP 칼리지(Applied Professional College, 고등기술대학교)’ 도입을 요구했다. 전문대학 입장에서 AP 칼리지는 마스터플랜에 담겨야 할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였다.

고등기술대학교는 일반고등교육이나 초급직업교육과 차별화된 높은 수준의 직업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수업연한 제한 없이 유연하게 교육훈련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설계된 모델을 말한다. 높은 현장교수 비율과 실습중심의 과정, 거버넌스 등 고등기술대학 운영모델을 개발 추진하며, 4년 과정 졸업자에게는 학사학위 부여, 2~3년 과정 졸업자에게는 전문학사학위 부여가 골자다.

전문대학과 폴리텍대, 일반대를 대상으로 전환(심사) 과정을 거쳐 고등기술대학교를 구성하고, 학령기가 아닌 성인의 경우에도 입학 가능한 전형제도를 운영, 유연한 학사운영을 통해 재직자 등 성인학습자의 직무역량 향상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의 ‘전문직대학’ ‘전문직단기대학’과 유사한 형태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외국 선진 모델을 따르는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을 발전시킬 때”라면서 전문대학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형민 수성대학교 평생직업교육처장은 “(마스터플랜) 초안에서 아예 삭제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전문가,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물어야 했다”며 “일반대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도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적어도 고등직업교육을 ‘통합적인 차원’에서 추진하려 했다면 이 안이 반드시 검토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등직업교육을 이끌어온 전문대학 등 직업교육 지향 대학을 ‘하나의 군’으로 묶는 것이 AP 칼리지의 핵심”이라며 “다양한 학년제로 패러다임을 변화하고 산업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만 직업교육은 성공할 수 있다. 또 학벌주의로 인한 전문대학 기피‧외면 문제를 해결하고,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 공청회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지난해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 공청회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21대 총선 정책공약 어젠다에도 ‘신유형 대학’ 포함 = 새로운 형태의 고등직업교육기관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는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줄기차게 주장돼 왔다. 이에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21대 총선에 나설 의원들에게 제시할 ‘정책 공약 과제’에 새로운 유형의 대학 체제를 도입하라는 안을 집어넣기에 이르렀다.

전문대교협 산하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주도로 개발된 이번 정책공약 개발안 초안은 지난 10일 부산에서 열렸던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동계 연찬회에서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특히 전문대뿐 아니라 일반대로까지 범위를 넓혀 ‘새로운 유형의 대학’ 도입을 주장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 이날 제안한 대학 유형은 ‘고숙련 기술인재 양성’에 무게중심을 담고 있는 안이다. 1년부터 4년까지의 수업연한을 비롯해 석사과정까지 운영하는 형태를 띈다. 전문학사부터 석사과정까지 하나의 교육기관에서 이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업교육에 대한 ‘연구’와 ‘실무교육’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대학 체제로 유입을 희망하는 일반대와 전문대는 일종의 ‘전환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이는 대만의 과학기술대학교 모델과 어느 정도 유사한 면이 있다.

당시 정책공약 개발안 초안을 처음 입수해 취재를 진행했던 허지은 본지 기자는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이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고등직업교육 분야의 학사학위가 안정적으로 배출돼야 한다는 주장이 배경에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일반대 입장에서는 환영하기 힘든 요구이기에 관철이 쉽지 않았다. 이번 총선 정책공약 제안은 이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새로운 유형의 대학이 될 수 있는 문을 일반대에도 열어, 호응을 유도하고 정책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지, 고등교육 ‘투 트랙’ 도입을 위한 다양한 노력 선보여 = 본지 역시 그동안 ‘학문·연구 중심’과 ‘직업교육 중심’의 고등교육 투 트랙 체계를 구축하고 수업연한을 다양화 해야 한다는 교육계 전문가들의 요구를 밀착해 보도해 왔다. 고등직업교육의 개혁 필요성에 대한 많은 소식이 본지 수요판을 통해 쏟아졌다. ‘문재인정부 고등직업교육 정책 제언’ 시리즈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 시대, 고등직업교육 정책 제언’ ‘해외유명직업교육대학’ ‘평생직업교육 정책 제언’ 등 연재기획 시리즈를 통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다양한 진단을 들어왔다.

최용섭 본지 발행인은 “우리 언론사는 고등직업교육과 전문대의 위상을 ‘일반대’ ‘학문·연구중심’과 동등한 위치로 인식하는 사회 저변 확산을 위해 ‘수요판 창간’을 비롯해 그동안 상당히 많은 뉴스를 보도했다”며 “이후 교육부와 국회의원,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에서도 우리 신문사 소식에 관심을 갖는 무리들이 생겨났다”고 밝혔다.

최 발행인은 이어 “궁극적으로 능력중심사회로 가는 데에 있어 전문대학은 가장 중심적 기관이고,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할 틀임에 분명하다는 우리 신문사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며 “이번 교육부 발표에 ‘마이스터 대학’이 담기는 등 국내 고등직업교육 혁신을 위한 우리 신문사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으로 전문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 전체의 요구와 목소리를 전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지는 특히 지난해부터 본지 주관 ‘UCN 프레지던트 서밋’을 처음으로 해외 현지에서 진행하는 것을 결정했다. 각각 일본과 대만 현지에서 콘퍼런스를 진행하며, 해외 고등교육이 어떻게 투 트랙 체계로 개편되고 있는지를 직접 목격하고, 관련 소식을 쏟아냈다. 서밋 총장단은 일본과 대만을 순방하며, 정부와 대학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을 눈으로 보고 몸소 체험했다는 데 의미가 남달랐다는 평가를 쏟아내기도 했다.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은 “대만의 과학기술대학처럼 우리 정부도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면 전문대학 역시 분명한 직무 중심 교육을, 특성 있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이를 위해 전문대는 ‘학제를 고정하지 말고 다양화’시켜야 하며, 특성에 맞게끔 ‘현장 중심 기술을 연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문 교육과는 다른 특성화를 하려면 ‘학제 다양화’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형식 한림성심대학교 총장은 “대만이 직업교육을 성공한 배경에는 ‘일반대와 과기대를 동등한 선으로 접근’했기에 가능했다”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문대학은 수많은 아이디어와 전략을 갖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판을 흔들지 않고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순계 조선이공대학교 총장은 “대만의 직업교육 정책 변화는 1996년 대만 교육부 장관이 ‘직업교육이 춤을 출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말에서 시작됐다”며 “모든 직업교육 정책은 직업교육기관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서부터 비롯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세리 한양여자대학교 총장은 “우리 대학은 소프트웨어 교육, 융합교육을 강화하려 한다”며 “하지만 SW중심대학 사업은 일반대만 사업참여가 가능하고, 대학 자체적으로 교육을 강화하려 해도 2~3년 학제로는 한계가 있다. 전문대학이 4차 산업혁명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학제와 학위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 타이난에 위치한 사립 과학기술대학인 곤산과기대를 방문해 간담회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전문대학 총장단 (사진=한명섭 기자)
대만 타이난에 위치한 사립 과학기술대학인 곤산과기대를 방문해 간담회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전문대학 총장단 (사진=한명섭 기자)

■고등직업교육 숙원 과제 하나는 풀려…모든 종류 대학 ‘대통합’ 패러다임 전환할 때 = 마침내 ‘고등직업교육’의 학제 다양화와 연속성을 의미하는 ‘마이스터 대학’ 도입이 결정됐다. 고등직업교육 전문가들은 전문대학의 숙원 과제 가운데 큰 숙제 하나를 풀었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윤여송 인덕대학교 총장은 “지금까지 전문대학과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정책들은 결코 무리한 내용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고등직업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였다”며 “전문대가 일반대와 차별화된 교육정책으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웃인 대만과 일본은 우리와 매우 다르다”며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직업교육정책을 만들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인재양성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일본은 직업교육 전담대학인 ‘전문직대학’을 개교했으며, 대만은 2년제 전문대학을 ‘4년제 과학기술대학’으로 승격하고 ‘석·박사과정’까지 설치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기존 대학 유형과는 다른 차별화 된 투 트랙을 정부 주도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의 다른 점이다. 이에 윤여송 총장은 이번 교육부의 ‘마이스터 대학’ 도입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보강하고 가다듬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업교육을 교육의 공공재라며 무분별하게 침범한 결과 고등교육 생태계가 파괴됐다는 것이 윤여송 총장이 현 고등교육에 내린 진단이다. 그는 이러한 영향으로 전문대는 직업교육의 고유한 설립 목적의 특성을 상실하게 된 채 위기로 내몰렸다고 지적한다.

그는 “20년 전부터 일반대들이 조금씩 전문대의 직업교육 성공학과를 모방해 학과를 개설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거의 모든 일반대에서 전문대가 했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많은 수의 일반대가 전문대학화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형 인재양성을 위해 전체 고등교육과 직업교육을 국가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며 “어차피 일반대와 전문대 간 교육영역의 울타리는 붕괴했고, 새로운 개념의 직업교육이 도입될 것을 고려할 때 모든 종류 대학의 ‘대통합’과 ‘자율적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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