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화상회의 통해 방법·시기 등 대화, 이르면 내주 방침 발표
‘수능최저 완화’ 서울대 방식 ‘유력’…호평하는 대학 많아
‘창체 등 일부 비교과 평가 제외’ 연세대 방식 ‘호응 저조’…돌출 행동에 대한 비판도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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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고3들이 대입에서 겪을 불리함을 경감하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권 9개 주요대학 입학처장들이 머리를 맞댄다. 대학가에 다르면, 이들 대학의 입학처장들은 11일 저녁 고3 대입 구제책과 해당 방안의 발표 시기 등에 대해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사정상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을 통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논의에 참가하는 9개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다. 서울권 주요 11개 대학 가운데 서울대와 서울시립대가 국립대법인·공립대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빠질 뿐 사실상 수험생 선호도 높은 대학들이 모두 모이는 것이다. 

기존에도 이들 대학은 대입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한 자리에 모여 방안을 논의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대부분의 대입 정책이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권 주요대학과 밀접한 연관을 갖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정시 확대 논란, 대입 개편안이나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 등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들 대학의 입학처장들은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대학들의 반응을 볼 때 9개대학 입학처장이 갖는 논의의 결론은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서울대 방식과 유사한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대는 현재 2등급 3개인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이하 지균)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3등급 3개로 완화할 계획임이 알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주요대학들은 호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들이 서울대가 내놓은 방안을 호평하는 이유는 ‘수능최저 완화 조치’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은 방법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졸업예정자’인 재학생만 지원 가능한 전형이기에 수능최저 완화 조치의 실익은 오롯이 고3에게만 돌아간다. 고3들의 불리함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 면에서 좋은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예년 대비 ‘수시이월’을 줄일 수 있다는 실익도 있다. 서울대는 그간 지균에서 매년 정해진 인원을 선발하지 못한 탓에 수시에서 채우지 못한 인원을 정시로 이동시키는 ‘수시이월’ 규모가 매년 100여 명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에는 95명을 지균에서 선발하지 못했고, 재작년에는 ‘역대 최다’ 수준인 144명을 선발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능최저를 완화하면, 예년 대비 지균에서 선발 가능한 인원들은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다. 예년에는 2등급 3개를 충족한 인원들만이 합격 가능했지만, 올해는 3등급 3개를 받은 수험생들까지 합격 가능한 대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수능최저를 충족한 인원들이 없어 미처 채우지 못했던 모집단위들도 대부분의 인원을 채울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서울대의 사례를 참고해 수능최저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에 들어간 주요대학도 존재한다. 한 주요대학 입학관계자는 “서울대가 내놓은 수능최저 완화 방식을 우리도 적용하려 논의 중에 있다. 고3들의 불리함을 낮추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재수생 등 졸업생들의 반발을 사기 쉽다는 것이 가장 문제다. 서울대 지균과 달리 재학생·졸업생이 모두 가능한 논술전형 등의 수능최저를 일률적으로 낮추면 이러한 논란은 덜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물론 모든 대학이 서울대 방식을 호평하는 것은 아니다. 수능최저 완화로 인해 서울대가 예년 대비 수시 지균에서 많은 인원을 선발한다는 것은 다른 주요대학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서울대가 수능최저를 낮추면, 기존에 비해 지균에서 생기는 공백이 줄게 된다. 이는 결국 예년이라면 다른 대학에 합격해 등록했을 인원들이 서울대에 진학하게 된다는 얘기”라며 “서울대로 한 명의 수험생이 이동하면, 연이어 그보다 선호도 낮은 대학에서 연이어 빈자리로 수험생들이 움직이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올해 수시 미등록충원합격(추가합격)은 예년 대비 훨씬 치열한 양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모집요강을 통해 이미 발표된 수능최저를 낮추는 것은 그간 대입을 선도해 온 서울대가 앞장서 사전예고제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이기에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들린다. 그간 수험생의 예측 가능성을 우선하는 차원에서 대입전형 시행계획 등을 내놓고, 이를 준수해 온 대학들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부 부정적 반응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서울대 조치에 대해서는 호평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주요대학 가운데 가장 먼저 관련 조치를 발표한 연세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반응이 더 많다. 

연세대는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9일 “조만간 개별 대학이 (고3들의 불리함을 경감할 수 있는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발언하자 같은날 고3 시기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학생부 가운데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수상실적 △봉사를 반영하지 않겠다는 조치를 내놨다. 고3들의 불리함을 낮출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던 학생부 비교과 영역 가운데 일부를 평가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주요대학들이 연세대의 조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마치 교육부와 사전에 교감이 이뤄진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데 있다. 다른 주요대학과 논의 없이 방안을 발표, 고3들을 배려하는 대학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한 발 앞서 치고 나갔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 탓이다. 하지만, 취재 결과 연세대가 교육부와 사정에 협의해 해당 방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연세대가 내놓은 방안이 실효성 있는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다수 존재한다. 이는 주요대학 뿐 아니라 교육계 전반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한 고교 교사는 “본래 고3은 창체 등의 비교과 활동이 1학년, 2학년 때에 비해 적은 시기다. 비교과를 미반영하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하나마나한 소리를 연세대가 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주요대학 입학사정관도 “학생부종합전형의 최대 장점은 교육환경을 평가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정성평가라는 데 있다. 코로나19 등의 특수 상황도 다면평가 종합평가 등을 통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고3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비교과를 축소 반영한다는 정도라면 모를까, 비교과를 ‘미반영’ 한다거나 ‘제외’한다는 조치는 아쉽다. 비교과 활동을 열심히 준비해 온 고3 학생들과 향후 고1, 고2 학생들의 미래에 겪게 될 대입 혼란 등을 고려해 반영비율을 조정해 평가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럼에도 일부 주요대학은 연세대 방식 적용에 대해 검토하는 중이다. 어떤 방법을 택하더라도 고3들의 불리함을 완전히 상쇄시킬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선책으로 연세대 방식을 쓰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수능최저 완화 시 신입생들의 학업역량이 예년 대비 낮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주요대학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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