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수험생 유·불리’와 직접적 연관’, 불가 선언
한국외대, “수능 이전 3000명 모이는 면접 강행? 대교협이 책임지나”
서울대 지균 수능최저는 심의 통과, 대교협 서울대 옹호론까지 대두
혼란상 자초한 교육부, 고3 대입구제책 개별 발표 관련 가이드라인 없어

대교협이 대학들이 내놓은 고3 대입 구제책 관련 상반된 태도를 보여 비판을 사고 있다. 사진은 면접 폐지 방안을 발표했지만,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놓인 한국외대. (사진=한국외대 제공)
대교협이 대학들이 내놓은 고3 대입 구제책 관련 상반된 태도를 보여 비판을 사고 있다. 사진은 면접 폐지 방안을 발표했지만,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놓인 한국외대. (사진=한국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한국외대가 들고 나온 ‘면접 폐지’ 방안이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수험생의 유·불리’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전형방법 변경이라며, 한국외대의 면접 폐지 방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탓이다. 면접 폐지 못지않게 수험생의 유·불리와 연관이 큰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 수능최저 완화’는 허용했기에 ‘기준’에 대한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대교협이 ‘서울대를 위한 기관’이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수험생들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번 결정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 이미 면접 폐지 방안이 언론 등을 통해 사실상 공표된 상황에서 대교협이 이를 뒤집어 혼란을 키운 양상이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고3 대입 구제책을 발표하게 만든 교육부 역시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 한국외대 ‘면접폐지’ 수용 않기로 결정 = 대입전형 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대교협이 한국외대가 발표한 ‘면접 폐지’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제주에서 열린 ‘전국대학교 입학관리자협의회 정기총회 및 관리자 연수’에 참석한 대교협 관계자는 “최근 한국외대가 면접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대교협)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에서 모인 입학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고3 대입 구제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고3 대입 구제책’은 코로나19로 인해 불리한 여건에 놓인 고3들을 위해 대학들이 내놓은 전형변경(안)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확산돼 고3들은 등교수업이 늦춰지고, 온라인 개학이 시행되는 등 예년이라면 겪지 않았을 일들에 맞닥뜨린 상태다. 이로 인해 올해 대입에서 고3 재학생은 이미 학교를 졸업한 N수생 대비 불리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박백범 교육부 차관 등은 여러 경로를 통해 대학들이 불리한 여건에 놓인 고3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대학들을 압박했다. 그 결과 대학들은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에서 3학년 1학기 비교과를 반영하지 않는다거나 면접시험을 비대면으로 실시하는 등의 방안들을 제각기 발표한 상태다. 

한국외대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학생부종합전형 면접전형과 고른기회Ⅰ전형에서 면접을 폐지하는 다소 ‘파격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대교협에 따르면, 현재까지 고3들을 위해 대입전형을 바꾸겠다는 의사를 밝힌 대학들 중 면접을 폐지하는 방안을 내놓은 곳은 한국외대가 유일하다. 

하지만, 한국외대가 발표한 ‘면접 폐지’ 방안은 시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교협이 ‘거부 의사’를 밝힌 이상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발표한 전형방법 변경안은 대교협 내 대입전형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에는 기존에 발표한 대입전형 내용을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다. 

■한국외대 ‘반발’, 코로나19 확산 시 ‘대교협이 책임져야’ = 한국외대는 대교협의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대학이 깊은 고심 끝에 만든 방안이지만, 이에 대한 논의 없이 대교협이 일방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명한 탓이다. 면접을 강행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학생이 나오는 경우 대교협이 책임을 질 것이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외대가 올해 학생부종합전형 면접을 폐지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만에 하나라도 피해를 보는 수험생이 없어야 한다는 배려에서 비롯된 일이다. 수능 전인 11월 21일과 22일로 잡혀있는 면접고사 일정을 강행하는 경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다거나 자가격리 등으로 이어지는 수험생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수능이 12월 3일로 면접과 열흘 정도밖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수험생은 대입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감내해야만 한다. 막판 수능 대비는 물론이고 수능에 응시하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도 한국외대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한국외대가 현재 추산하는 면접고사 응시 수험생은 3000여 명 수준. 전국에서 모인 수험생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에는 해당 수험생은 물론이고 같은 면접 고사장을 쓴 학생들까지 전부 수능 응시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면접을 보러 오는 수험생도 한국외대는 고려했다. 한국외대는 면접 폐지 방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해외고 학생들이 다수 학종 면접에 참가한다. 입국 시 자가격리 기간이 필요하고, 출국 시에는 해외국가 입국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처럼) 수험생의 부담이 매우 큰 면접을 폐지하고, 서류평가 100%로 (선발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수능 이전에 실시하는 면접고사에 응시하기 위해 전국 시도에서 상당한 학생이 몰려온다. (이들 중에는) 코로나19를 자각하지 못하는 ‘무증상’ 학생이 포함될 수 있다. 한 명이라도 확정이 되면 이후 치러지는 수능에 큰 영향이 발생한다. 때문에 검토 끝에 면접을 폐지하고, 면접에서 하려던 평가의 틀을 바꿔 서류평가를 실시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가 거부하면 우리로서는 방법이 없다. 다만, 면접 강행으로 인해 생기는 수험생들의 불이익 등에 대해서는 대교협이 전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대교협, 서울대 지균 수능최저 완화는 옹호, ‘서울대 위한 기관인가’ 비판도 = 대교협이 한국외대의 ‘면접 폐지’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전국에서 모인 입학관리자들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외대가 내놓은 면접폐지 방안 이상의 파격 조치라 볼 수 있는 서울대의 수능최저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대교협이 마치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내놓은 고3 대입 구제책은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 수능최저를 완화하는 방안이다. 성악·기악·국악 등을 제외한 일반 모집단위의 경우 본래 2등급 3개 이상을 받아야 수능최저를 충족했지만, 서울대는 이를 3등급 3개 이상으로 대폭 낮추는 강수를 뒀다. 서울대가 가진 대입 시장에서의 선호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 3등급으로 기준을 바꾸면 영역별 등급 충족 인원이 2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점 등을 볼 때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는 게 대학가의 판단이다. 

한국외대의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밝힌 대교협은 같은 자리에서 서울대의 지균 수능최저 완화는 심의를 통과했음을 알렸다. 아울러 서울대의 방안이 왜 통과됐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서울대 수능최저 완화 방안은 심의를 통과했다. 고3들이 불리하다는 얘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고교마다 2명씩 추천하는 데다 고3만 지원 가능한 전형인 점 등이 고려돼 심의를 통과했다”고 했다.

현재 지균은 매년 정해진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전형으로 자리매김해 있는 상태다. 본래 수능최저였던 2등급 3개를 충족하는 인원이 부족한 탓이다. 매년 지균에서 발생한 결원은 100여 명 규모였다. 하지만, 올해는 수능최저 완화로 인해 예년 대비 많은 신입생을 지균에서 선발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대교협은 이처럼 지균에서 결원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도 심의를 통과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수능최저를 완화하면 당락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서울대가 제출한 최근 3년 자료를 보니 충원율이 굉장히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 때문에 심의에서 통과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다른 (대학)의 전형에서 수능최저 완화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대학 협의체로 대학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대교협이 한 대학의 방침은 옹호한 반면, 한 대학의 방침에 대해서는 마치 ‘망신’을 주듯 공개적인 자리에서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해 입학 관리자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대교협은 서울대를 위한 기관이냐”는 반응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대교협이 서울대를 위한 기관이냐’는 비판에 속이 시원했다. 대교협은 서울대이기에 인정해준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해명들을 놓고 보면 처음부터 결론을 내려놓고 심의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준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교협은 ‘기준’에 따라 서울대와 한국외대에 다른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이번 (고3 구제책) 가이드라인으로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는 전형요소의 변경을 제한한다’라는 부분이 있다. 사전예고제를 최대한 준수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부득이한 부분에 한해서만 전형을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면접이 있는 전형이 서류 100%로 바뀌면 수험생들의 지원 여부가 달라지는 문제점이 나온다. 지금 면접을 없애기로 했는데 정작 면접 실시 시기에 코로나19 관련 문제가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학들은 대교협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모양새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지균 수능최저 완화는 주요대학 입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고, 합격자들의 면면을 다르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유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균 수능최저 완화도 마찬가지”라며 “사전 예고제를 기준으로 본다면, 면접폐지나 수능최저 완화나 모두 동일하게 다뤄져야 한다. 대학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혼란상 겪을 수험생들 어쩌나... 개별 발표로 대학들 내몬 교육부 탓 = 대학들이 개별 발표한 ‘고3 대입 구제책’에 대한 대교협의 판단이 엇갈리는 탓에 가장 큰 피해를 겪는 것은 수험생이다. 달라지는 것으로 인식했던 대입전형이 실제로는 기존 모습을 유지하게 돼 혼란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안겼다는 비판에서 교육부는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학들에 대입전형 변경안을 내놓을 것을 압박한 장본인인 동시에 혼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했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다. 

교육부가 대학들의 고3 대입 구제책을 강요하는 데 가장 먼저 호응한 대학은 연세대였다. 연세대는 이달 9일 고3 1학기 학생부 가운데 수상·창체·봉사 등의 비교과를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외대가 면접 폐지 방안을 담은 전형계획 변경안을 발표한 것은 15일의 일. 두 대학의 발표시기 사이에는 일주일 가까운 차이가 존재한다. 교육부가 관련 지침 등을 대학들에 전달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는 얘기다.

대학들이 중구난방으로 전형계획 변경안을 발표하고, 이 중 승인을 받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이 나뉘는 경우 혼란이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했지만, 교육부나 대교협은 대학들에 별도의 지침을 주지 않았다.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교육부나 대교협이 처음부터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대학들에 제공했어야 한다고 본다. 대교협에 관련 내용을 제출하고, 개별 발표를 지양하라는 권고만이라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대교협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하듯 이제서야 대학들의 고3 대입 구제책을 한 데 모아 혼란상이 없도록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대교협 관계자는 “내달 초에는 대학들이 발표한 대입 구제책을 일괄 발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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