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실적·대학별지원도 ‘극과 극’…수도권 대학 ‘줄줄이 상위권’
고용창출 효과 낳는 학생창업, 매출액 10억 넘는 기업도
대학들의 ‘전방위 노력’…지원금에 별도 공간 마련까지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학생 창업에서도 ‘in서울’의 위력은 막강했다. 전체 학생 창업자는 물론이고 학생 창업기업도 열 중 셋은 서울권 대학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인천을 포함해서 보면, 창업자·창업기업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형국이다. 

학생 창업이 활발한 수도권은 ‘실적’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홀로 19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린 한양대(ERICA)를 필두로 경희대·한양대·아주대·인하대·단국대 등 억대 매출을 낸 창업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수도권에 자리했다. 고용효과를 가장 많이 창출한 대학 등 창업 관련 실적의 대다수가 수도권 대학들의 차지였다. 다만 창업자·창업기업 배출에 비해서는 그 정도가 덜했다. 

학생창업이 전반적으로 ‘활기’를 띠는 것은 대학들의 적극적인 지원, 창업을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와 정부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로 보인다. 대학들은 정부 지원금에 더해 교비를 배정하고, 창업에 쓸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제공하는 등 학생창업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중이다. 

■‘활발한 창업’ 선보인 서울권 대학들…대학들의 든든한 뒷받침 =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학생의 창업 및 창업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권 대학들의 학생창업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자 수는 물론이고 창업기업 수에서도 서울권 대학들은 단연 돋보였다. 

지난해 4월 1일 기준 당해 2월과 전년 8월 졸업자, 재적 학생이 창업한 기업 수는 교내·교외 합산 총 1256개. 이 중 31.7%에 달하는 398개 기업이 서울권 대학에서 나왔다. 

창업자 수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크다. 창업에 뛰어든 1406명 가운데 33.1%에 해당하는 466명이 서울권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쏠림현상은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한층 무게를 더한다.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에서 나온 창업기업 수는 609개로 48.5%에 달했다. 창업자 수도 700명으로 전체 대비 49.8%를 기록, 절반에 육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별 대학을 봐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위용은 잘 드러난다. 창업자 수 상위 10개 대학 가운데 8개교가 수도권에 위치했다. 창업기업을 기준으로 했을 때에도 수도권 대학 수는 8개교로 동일했다. 창업자 기준으로는 영남대가 49명, 한남대가 42명으로 수도권 대학들 틈바구니에서 체면치레를 했다. 창업기업 수에서도 영남대와 한남대는 각 49개와 38개로 수도권 대학들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창업자 수와 창업기업 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역시 수도권 대학이었다. 인천대가 창업자 수 61명, 창업기업 57개로 두 분야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영남대·한남대를 제외하면, 창업자 수에서는 인천대의 뒤를 이어 한양대·고려대·서울과기대·건국대·경희대·세종대·홍익대 순으로 상위 10개교가 채워졌다. 창업기업은 한양대·건국대·고려대·서울과기대·한국외대·세종대·경희대 순이었다.

■활발한 창업 왜? ‘청년실업 대안’…70억 초과 지원금 지급 대학도 = 수도권 대학들이 상대적 ‘강세’를 보일뿐 창업 관련 움직임은 대학가 전반에서 활발하게 나타난다. 2018년 1396명, 2019년 1466명, 2020년 1406명이 창업에 도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 대비 청년 창업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정부 부처마다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생기는 등 창업 지원 열기도 뜨겁다. 끝을 모르는 취업난 가운데 창업이 청년실업의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창업 열기가 뜨거운 것에 대해 대학들은 긍정적인 평을 내린다. 최자영 숭실대 창업지원단장은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는 의미는 그만큼 캠퍼스 내에 창업 문화가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라며 “이른바 ‘창업 실패’를 하더라도 창업에 도전해 봄으로써 관심 산업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기업가 정신을 기르는 데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창업자 수 증가를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창업이 확대추세를 보이는 것은 대학들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로 보인다. 대학들이 학생창업을 위해 지원하는 교비가 만만치 않은 규모라는 점에서다. 개별 대학의 창업 증진 의지와 직결된 교비 학생창업 지원액을 조사한 결과 KAIST가 71억5000만여 원으로 가장 많은 교비를 투입한 데 이어 고려대가 13억6000만여 원, 한양대가 11억2000만여 원, 서울대가 5억2000만여 원, 중앙대가 4억7000만여 원 등을 학생창업을 위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창업 관련 정부 지원금을 많이 확보한 대학은 고려대로 72억6000만여 원을 받았다. 이어 광운대 59억8000만여 원, 건국대 59억여 원, 숭실대 53억여 원, 인천대 50억여 원 순이었다. 

이처럼 대학들이 학생창업을 위해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은 학생창업의 특성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기 자본이 적고, 창업에 대한 관심이 있더라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대학들은 창업 전용공간을 확보하고, 학생들에게 투자할 창업 관련 지원액을 배정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컨설팅·행정 등을 도울 창업 전담인력을 두는 경우도 많다. 

금전적 지원도 절실하지만, 학생들은 ‘공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 확보 이후부터는 시제품 제작, 팀 회의 등 창업 활동을 펼쳐나갈 공간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공간 대여는 사업을 꾸려나갈 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정비에 속한다. 

창업을 위한 전용공간을 가장 많이 확보한 대학은 한양대(ERICA)였다. 한양대(ERICA)는 무려 8256㎡나 되는 창업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KAIST가 5542㎡, 고려대가 5509㎡, 서울대가 4907㎡로 뒤를 이었다. 

이들 대학 중에는 창업계의 ‘랜드마크’라 할 만한 공간을 마련한 곳도 존재한다. 한양대는 ‘코맥스 스타트업 타운’과 ‘247 스타트업 돔’ 등의 공간을 마련해 교내 창업 기업 학생들에게 사무실 공간과 기숙사를 제공하는 중이다. 고려대는 ‘안암동 창업문화 캠퍼스타운’에 36개 컨테이너를 활용, 창업·창작 공간 ‘파이빌(π-Ville)’을 만들어 창업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많은 대학이 정부·지자체와 연계해 캠퍼스타운 사업이나 벤처밸리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창업 공간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솔잎 교육부 산학협력일자리정책과 사무관은 “창업으로 인해 즉시 발생하는 비용은 공간 대여비와 인건비다. 인건비는 본인의 노동력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공간 대여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캠퍼스 안이나 근처에 공간이 확보되면 비용도 절감하고, 같은 뜻을 가진 학교 학생들과 마주할 기회가 많아져 창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매출 발생에 고용 효과까지…10억대 매출 기업도 ‘등장’ = 대학들의 지원책을 발판 삼아 창업자와 창업기업이 늘어나면서 학생창

업기업 관련 매출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학알리미는 창업자 수와 창업 기업 수 이외에도 학생창업현황 데이터를 세분화해서 공시한다. 해당 내용으로는 창업기업 고용인원 수, 창업기업 매출액, 창업기업 자본금 등이 있다.

개별 기업 하나가 10억원 넘는 매출을 올린 사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자 수 17명, 창업기업 14개, 창업기업 고용인원 수 5명 등 창업현황만 놓고 보면 두드러진 모습과 거리가 먼 한양대(ERICA)는 총 19억7500만여 원으로 2위인 경희대의 8억800여 만원 대비 2배 이상 많은 학생창업 매출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학생창업기업 한 곳이 11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생긴 일이다. 

한양대(ERICA)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지난해 창업한 교내기업 중 한 곳에서 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나머지 창업 기업들도 8억여 원 수익을 얻어 총 19억원 매출을 달성했다”고 했다. 11억원 매출을 기록한 곳은 의류 유통 분야 기업이다. 과감히 창업에 뛰어든 학생은 생활체육 전공자로 아직 재학생 신분이다. 

한양대(ERICA) 산학협력단은 학생들의 높은 창업역량 덕분으로 공을 돌렸다.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학생들의 탄탄한 창업 역량이 창업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본다”며 “창업 역량을 뒷받침해 주는 교육에 집중 투자하고 한양대(서울)와 투자 프로그램 등을 연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매출액 증가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이 뒤따른다. 류창완 한양대 창업지원단장은 “기업의 가치는 수익으로도 증명되는 만큼 해당 지표의 증가는 고무적인 일”이라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사업의 시기와 시장의 수요가 잘 맞아떨어져서 매출이 오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매출액을 ‘절대적 기준’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류 단장은 “캠퍼스 창업 문화를 조성하고 기업가 정신을 배양하는 것이 대학 창업 지원 본연의 역할”이라며 “학생 창업에서 나오는 매출을 ‘창업 실력’으로 여겨 대학 창업의 주요 지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창업기업·창업자가 수도권에 편중돼있던 것과 달리 매출액은 비교적 특정 지역 쏠림이 덜했다. 상위 10개교 가운데 전남대·한남대·우송대·세명대 등 4개 대학이 이름을 올렸다. 창업기업이나 창업자의 많고 적음이 매출을 꼭 좌우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창업기업이 낳은 긍정적 효과로 손꼽히는 ‘고용’을 살핀 결과에서는 한양대(서울)가 단연 뛰어난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42개 학생창업 기업이 50명을 고용,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고용효과를 창출했다. 실질적인 기업 평가 잣대로 손꼽히는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모습이다. 

다소 특이한 점은 창업자 수와 창업기업 수 모두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영남대가 매출액·고용인원 등에서는 0원과 0명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영남대 창업교육단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창업 지원을 꾸준히 하는 중이다. 다만 창업 매출이나 현황 등은 학생들의 개인정보라고 판단해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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