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몰고온 교육의 변화, ‘HTHT 주목’
국내 대학 혁신 필요…외국인 유학생, 평생학습자 겨냥
파괴적 혁신 통해 K-에듀 변화와 확산 주도해야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이 '인공지능(AI) 활용 학생 맞춤형 교육’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이 '인공지능(AI) 활용 학생 맞춤형 교육’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AI(인공지능)를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2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2020 일반대 프레지던트 서밋(이하 서밋) 5차 콘퍼런스’에 발제자로 참석한 이 이사장은 ‘인공지능(AI) 활용 학생 맞춤형 교육’이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이사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인지하기 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미 과거와 다른 교육 형태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먼저 주지시켰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지나기도 전에 코로나19로 전통 교육의 변화가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민간 에듀테크(EdTech)을 활용하지 않던 학교 수업이 본격 변화한 것으로 이 이사장은 분석했다. 실제로도 코로나 이후 초중등 교육을 비롯해 대학에서도 전면 원격 수업이 시작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같은 원격수업 경험이 개개인으로 하여금 인공지능을 개인교사로 인식하게 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변화의 배경에는 교육의 지각변동이 있다. 과거 교육은 개개인에 따른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제는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중시하는 교육으로 탈바꿈했다. 학생 개인의 과제보다 협업과 소통이 필요한 교육으로 변모하면서 보다 과감한 변화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이 이사장은 HTHT(High Touch, High Tech)에 주목했다. HTHT는 교사가 수행 주체로서 소프트웨어 정보 데이터러닝을 통해 개별 맞춤화된 학습지도, 능동적 학습경험, 멘토링, 사회정서학습을 실행하는 HT(High Touch)와 인공지능 기반 테크놀로지가 학생을 분석해 개별 학생 수준과 니즈에 맞춰 교육을 실행하는 HT(High Tech)의 결합을 의미한다.

이 이사장은 해마다 입학 정원이 줄어드는 한국 대학의 위기를 언급하며 “대학에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대상을 찾아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목된 새로운 대상은 외국인 학생이다. 국내 학령인구는 감소세지만 외국인 학생은 증가한다는 점에서다. 학령인구 감소세가 뚜렷한 우리나라 사정과 정반대로 전 세계 대학생은 현 1억6000만명에서 2030년 4억100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인공지능 학습을 통한 개별 학습이 가능해지면서 교육의 질 보장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더해졌다. 

평생학습자도 새로운 대상으로 각광 받는 집단이다. 과거에는 초중등 단계 다음 대학, 그리고 대학원 과정이 있는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제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나면 바로 평생교육이 시작된다. 대학은 평생교육의 한 과정일 뿐이다. 평생교육 학습자들에 대한 사후 서비스까지도 책임져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파괴적인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으로는 애리조나주립대(ASU)가 단연 첫 손에 꼽힌다. ASU는 대부분의 수업을 PBL(Project Based Learning) 형태로 진행한다. 지역 기업과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강의를 구성했다. 과감한 학과 융합과 다학제 연구를 활성화 시킨 것도 파괴적 혁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ASU에서는 지난 10년간 69개 학과가 폐지되고 30개의 새로운 융합 학과가 생겨났다. 기존 학과·학문 구분이 미래과제 해결에 뒤처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이사장은 “한국의 대학 체제에도 인공지능 개인교사를 활용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파괴적 혁신을 거쳐야 한국이 세계 교육 변화를 선도할 ‘K-에듀’를 확산할 수 있다고 봤다. K-에듀 확산을 위한 세 가지 전략으로는 △개방을 통한 인공지능의 촉발 △위기를 기회로 전환 △근본적 변화를 순차적으로 추진 등을 꼽았다. 대내적으로는 에듀테크 기업의 학교·대학·정부 접근성을 확대하고, 대외적으로는 HTHT 인공지능 교육의 해외 진출을 이끌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인프라 확충으로부터 시작되는 정책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디바이스·플랫폼·콘텐츠가 맞물려 돌아가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듀테크 기업과 교육기관 간의 협력도 중요한 부분으로 짚었다. ‘교육 서비스는 무료’라는 교육계의 인식을 파괴하고, 양질의 교육 콘텐츠와 플랫폼을 정당한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이 이사장이 강조한 대목이다.

학습플랫폼에 모아진 데이터를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화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현재 공공데이터 가운데 교육 분야 데이터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인 식별 코드를 제외한 데이터 공유를 위해 법적 절차를 마련, 공공 플랫폼의 학습데이터를 연구자와 교사, 에듀테크 기업에 제공해야 한다고 이 이사장은 진단했다.

이 이사장은 법제화 과정까지 뒷받침 된다면 적어도 아시아 시장만큼은 K-에듀 확산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인공지능 교육을 활용해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주도할 수 있다”며 “여기 있는 총장들도 인공지능 교육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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