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20% 제한 폐지 등 ‘규제 완화’…병행 수업 및 `탄력적 학습' 운영 가능
등록금 환불 논란에 1천억 긴급지원,…`지원금 배부' 선정 기준 놓고 논란도
1080억 규모 ‘지역혁신 사업’ 첫 시행…단일형 폐지… ‘이율배반’ 역차별 지적
`사학혁신' 종합감사 절반 이상 진행…전문인력 확보 등 감사 현실화 계획

제 18차 사회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사진= 교육부)
제 18차 사회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사진= 교육부)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고등교육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다. 교육부가 처음으로 대학에 개강 연기를 권고했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아 전국의 모든 대학이 전면 원격수업을 도입했다. 교육의 대전환 시대를 맞아 교육부도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모든 것이 바뀌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지속성을 잃지 않은 부분들도 존재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0년, 새롭게 추진된 고등교육 정책과 꾸준히 지속된 정책들을 구분해 짚어봤다. 

■코로나19로 디지털 기반 규제 혁신 = 올해 고등교육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는 ‘원격’과 ‘비대면’으로 요약된다. 코로나19는 디지털 기반 교육이 일상에 자리 잡게 만들었다. ‘반강제’에 가까운 상황 속에서 교육부는 모든 대학이 원격수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 이내로 제한돼 있던 원격수업 교과목 개설 기준을 폐지한 것이다. 급박했던 1학기, 임시로 완화했던 원격수업 기준을 제도화해 코로나19 이후에도 대면·비대면 수업을 병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교육부는 원격수업 운영에 대해 최소 기준만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대학들의 자율적 수업 운영을 허용할 방침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교육부는 대학설립·운영에 요구됐던 교육과정·교원·학생정원·학습장 등 필수 4대 요건을 근본부터 검토하겠다고 했다. 원격교육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 규제에 대한 혁신 필요성이 대두된 데 따른 것이다. 내년부터 관련 연구에 착수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원격수업은 감염병 상황에서 일회성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수업을 운영하려면 유연하고 탄력적인 학습운영이 필요하다”며 “그간 병행 수업을 하고자 해도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원격수업 제한을 푸는 것을 우선 과제로 잡은 것”이라고 했다.

■등록금 환불 논란에 긴급사업 1000억원 지원 = 코로나19 사태로 등록금 환불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사업’을 신설했다. 3차 추경을 통해 일반대 760억원, 전문대 240억원 등 1000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편성됐다. 

정부가 재원을 풀어 대학들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환대만을 받은 것은 아니다. 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인 대학은 특별장학금 등 자구노력을 통해 실질적 등록금 환불 행렬에 동참했다 하더라도 지원 대상에서 일괄 제외했기 때문이다. 

한 대학 총장은 “적립금은 대학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건축기금을 비롯해 연구기금·퇴직기금·특정목적기금 등 각각 용도가 존재한다. 누구보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가 잘 아는 내용”이라며 적립금 규모만 따져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불만을 내비쳤다. 

교육부에 따르면 적립금 1000억원 이상을 보유한 22개교를 제외하고, 전국 290개교가 해당 사업을 신청했다. 이 중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대학은 237개교다. 4년제 대학 138개교, 전문대학 99개교가 일부 금액을 지원받게 됐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실질적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대학 규모와 소재지, 적립금 규모 등을 고려한 가중치를 적용해 지원금을 배부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서 제출한 △특별장학금 지급실적 등 실질적 자구노력 인정 여부 △비대면 수업 지원 △비대면 수업 질 관리계획의 적절성 등에 대해 세부점검을 했다. 이를 토대로 237개교에 대한 예산계획을 확정한 것”이라며, 탈락 대학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지원을 받은 대학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아쉽다’는 평을 덧붙였다. 사업을 신청한 대학들이 지급한 특별장학금 규모는 2237억원에 달했지만, 교육부가 이 중 1326억원만 실질적인 자구노력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237개교에 달하는 대학에 1000억원의 지원이 이뤄진 것에 대해서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 대학 기획처장은 “대학들이 2237억원을 쏟아부었는데, 그중 절반을 실질적 자구노력이라 인정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학들의 노력을 교육부가 폄훼한 것”이라며 “대학당 지원금은 평균 5억5000만여 원에 그친다. 급박한 시기 선제적 지원이라면 모를까, 뒤늦은 결손 메우기라는 점에서 만족하는 대학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걸어서 교육부까지'를 진행한 대구 경북지역 대학 총학생회 및 전대넷 학생들이 지난 6월 교육부 앞에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전대넷 페이스북)
걸어서 교육부까지'를 진행한 대구 경북지역 대학 총학생회 및 전대넷 학생들이 지난 6월 교육부 앞에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전대넷 페이스북)

■재정지원·규제특례 지역혁신 사업 첫 시행 = 지역혁신과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하는 범부처 핵심정책의 일환으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이 올해 처음 시행됐다. 1080억원의 대규모 사업인 데다가 ‘규제 샌드박스’도 적용돼, 선정된 대학들은 재정적 지원과 규제 특례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올해 처음으로 사업 신청을 받은 결과 비수도권 14개 모든 시도가 총 10개 플랫폼을 구성해 지원할 정도로 참가 열기가 뜨거웠다. 이들 가운데 경남, 충북, 광주·전남 지역혁신 플랫폼이 7월 최종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박백범 당시 교육부 차관은 “선정된 지역혁신 플랫폼들의 특징은 공유대학 등 지역대학 간 상생·협력체제 구축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플랫폼들에는 지원금에 더해 ‘규제 샌드박스’도 적용된다. 지정된 지역에는 최대 6년간 고등교육 혁신을 위해 규제완화나 적용배제 등 규제특례를 적용한다. 교육부는 지역혁신방안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재검토하고, 규제특례를 시범적용해 보는 등 전면적인 고등교육 규제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 부총리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에 시범적으로 규제특례를 적용한다. 지방대학의 혁신을 적극 지원하고, 향후 고등교육 규제혁신의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사업은 내년 들어 더욱 몸집을 불린다. 교육부는 내년 사업 예산으로 1710억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확정된 예산안에는 복수형 한 곳을 신규로 선정하기 위한 480억원, 올해 선정된 단일형 한 곳을 복수형으로 전환하는 150억원이 반영됐다. 

문제는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하는 사업임에도 강원·전북·제주 지역을 사실상 내년 사업 대상에서 배제한 탓에 ‘이율배반’ ‘역차별’ 등의 비판이 나온다는 점이다. 내년 예산안 책정 과정에서 기존 사업에는 있었던 ‘단일형’을 사업 유형에서 제외한 탓에 벌어진 일이다.
 
교육부의 구상대로 ‘복수형’ 지원만 허용하는 경우 광역시가 없는 강원·전북·제주는 내년 사업에 지원할 수 없다. 지역균형발전을 기치로 삼는 사업이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조장하고 심화한다는 지적이 유효한 상황이다. 

제주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고, 대학은 목숨을 걸었다 할 정도로 많이 노력했다. 교육부로부터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는데, 자괴감만 든다”며 “소외된 지역은 플랫폼을 구축한 지역과 더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이는 지역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종합감사 확대 실시…사학혁신은 현재진행형 =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강한 의지를 표명한 사학혁신 기조는 올해 내내 이어졌다. 개교 이후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학생 수 6000명 이상 대규모 사립대 16개교를 대상으로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종합감사가 계속 진행됐다. 해당 감사는 내년까지 계속 실시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먼저 지난해 연세대와 홍익대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올해에는 △고려대 △동서대 △경희대 △건양대 △서강대 △경동대 △부산외대 순으로 종합감사가 진행됐다. 현재 동서대까지 종합감사 결과가 나온 상태다. 앞으로 종합감사를 받을 대학은 △광운대 △가톨릭대 △대진대 △명지대 △세명대 △중부대 △영산대 등이다.

16개 대학 이외에도 △세종대 △강릉원주대 △청운대 △대전보건대 △춘천교대 △안동대 △인천대 △부산외대 △수원대 등이 종합감사를 받았다. 교육부는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이 3분의 1인 109개교에 달하기에 앞ㅇ로 종합감사를 더욱 확대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종합감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데 더해 제도개선을 통해 감사를 현실화하겠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16개 사립대에 대한 종합감사를 내년에 끝마치는 데 더해 매년 10개교 이상 종합감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안을 10월에 발표했다. 

사학감사 확대를 위해 필수인력 등 전문인력도 확보할 계획이다. 현 감사인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감사원·국세청 등 타 부처로부터 인력을 지원받고 있으며, 시민감사관 참여 제도도 만들어 감사를 실시하는 중이다. 

유 부총리는 “혁신적 포용국가가 뿌리를 두고 있는 핵심 가치는 바로 ‘공정성’”이라며 “정책을 제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 점검하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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