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수요 급증에 교육부, 한국어교원 양성사업 신설
대학 “사업 성공하려면 교육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풀어야”
중도포기 등 실효성 지적에… “멘토링 사업 등으로 대처”

러시아 모스크바국립외국어대학교와의 개강 전 회의 장면. (사진 = 이화여대)
러시아 모스크바국립외국어대학교와의 개강 전 회의 장면. (사진 = 이화여대)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코로나19도 한류의 인기는 막지 못했다. 지난해에만 15만여 명의 학생들이 한국어 교과목을 수강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커지자 교육부는 국내 대학을 활용해 지한 인사를 키우고 국가 간 교육 교류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선 현지 교육기관이 대상인만큼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대학-해외대학 협력해 한국어교원 양성 =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위상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국가는 2010년 21개국 525개 학교에서 2020년 40개국 1700개 학교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한국어능력시험(Topik) 지원자 수도 2005년 2만 6500여 명에서 2019년 37만 6000여 명으로 14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를 교육하고 연구할 현지 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어를 제대로 알고 가르칠 수 있는 한국어 교원을 양성해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어교육 지원사업’을 신설해 현지 한국어교원 양성을 추진했다. 그동안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KF 글로벌 e-스쿨 사업’,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해외한국학 지원사업’ 등을 통해 한국학·한국어 전파 사업이 운영됐다. 여기에 주무 부처인 교육부가 관련 사업에 뛰어들어 지속 가능하고 수준 높은 한국어 교육의 활성화에 나섰다.

교육부는 한국어교원 양성 사업구상 초기부터 대학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는 △경희대(베트남 호치민인사대) △계명대(우크라이나 우신스키사범대, 키예프국립외대) △이화여대(러시아 모스크바국립외대) 등이 해외대학과 협력해 현지 교원을 양성하고 있다. 

국내 대학은 해외 협력대학에 커리큘럼 설계, 컨설팅, 동영상 강의 송출 등을 제공하고 있다. 수업은 동영상 강의와 실시간 화상회의를 접목한 온라인 기반의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육부는 현지 대학에 학위 또는 비학위 과정 개설을 지원하고 있다. 양성과정을 수료한 현지 교사와 학생들은 한국어 교원 자격으로 활동하게 된다. 

실제 이 사업을 통해 한국 교육부와 러시아 교육부는 이화여대와 함께 모스크바국립외국어대학에 ‘한국어교육학과’를 개설했다. 첫해인 2020년 23대 1의 입시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해 ‘고무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해영 이화여대 국제처장(한국문화연구원장)은 “러시아 학생들은 학부과정을 마치면 러시아에서 인정한 한국어교원으로서 초중등학교에 취업할 수 있다”면서 “오는 6월 중 한국문화를 교실수업에 어떻게 적용할지 실습과정 등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올해는 현지 교원양성과정 14개, 파견 132명, 연수 400명으로 대폭 확대해 대학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참가 대상 국가는 △태국(쭐라롱컨대, 씰라빠껀대) △필리핀(필리핀국립대) △투르크메니스탄(아자디국립대) △러시아(사할린국립대) △인도(네루대) △키르기스스탄 (아라바예바공립대) △과테말라(산카를로스국립대) 등이다. 

■ “사업 성공하려면 교육부가 적극 나서야” = 참여 대학은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현지의 상황과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처장은 “현장수요를 충분히 조사해 해당 국가에서 필요한 것을 맞춤형으로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선정 계명대 국제처장은 “해외 대학에 양성체계를 구축해도 대학을 떠난 사람은 사업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현지 상황을 고려해 정규과정과 비정규과정으로 운영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고 제언했다.  

해당 국가의 교육부와 풀어야 할 문제를 개별 대학이 대응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풀어야 할 사안이다. 

이 처장은 “국제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방식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다른 나라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교육 자격제도가 없는 나라가 많다.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현지 교육부와 협력 해 공식적인 자격제도를 마련한다면 한국어교원이 더욱더 자긍심을 갖고 교육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사업비가 새지 않도록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올해 시행하는 교원양성 사업에 ‘정부초청 장학사업(GKS)’을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학부과정, 대학원과정, 연구과정 등으로 구분되며 항공료를 비롯해 등록금, 생활비, 의료보험비, 연구비 전액을 지원한다. 

그러나 한 해 평균 21.3%가 학위를 따지 않고 중도포기해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GKS사업에 연 466억 원의 세입을 투입하고 있지만 사후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문제는 학위를 따지 않고 중도에 귀국해도 지원금을 환수조치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학위를 취득한다고 해도 이들이 국내나 해외에서 한국어 관련 일을 할 의무도 없고 진로 계획에 대한 조사에도 응답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취지는 좋으나 사후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사업은 세금 낭비일 뿐이다”면서 “사업취지에 맞는 목표를 재설정하거나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립국제교육원은 국내 멘토링 사업을 신설하고 현지 공관과의 협력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정현 국립국제교육원 국제장학센터장은 “지난해 GKS 사업 동문회를 구성해 한국 유학생활 적응을 돕도록 멘토링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중도포기율을 낮추고 학위과정을 이수한 외국인들도 관련된 일을 지속해서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여기에 분기별로 해당 대학을 통해 학점이수율, 자체 상담 진행상황 등을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주재하는 공관에 예산을 지원해 학술세미나 등 여러 사업을 개최하고 있다. 공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동문이 참여해 GKS사업을 홍보·안내하고 있다”며 “앞으로 공관과 협업해 현지에서 활동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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