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청년정책 37개, 5조 291억 원 규모

기숙사 수용률 23.2%…“그다지 좋은 성과 달성하지 못해”

추경에 이어 청년정책에서 등록금 반환 제외…학생 반발

KDI, “대학 정원 규제가 노동시장 전반의 미스매치”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저소득층 대학등록금 부담 제로화’ ‘미래 혁신인재 10만명 양성’ ‘대학생 주거난 해소’…. 교육부는 최근 일자리부터 주거, 교육 등 각종 청년 정책을 쏟아냈다. 올해 투입하는 예산만 5조 원이 넘는다. 그러나 주거 정책은 과거에 해왔던 정책과 별다를 바 없어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년의 교육비 부담을 낮춘다고 했으나 정작 청년들은 ‘책임회피’라며 교육부와 청와대로 분노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미래인재를 양성한다면서도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39년 전 정원규제는 방치하고 있어 대학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2021년 청년정책 시행계획‘에 따른 교육부 소관 과제를 5일 발표했다. 청년정책 시행계획에는 중앙정부가 마련한 308개 과제가 담겼다. 예산은 지난해보다 19.6% 상승한 23조 8000억 원이 투입된다.

과제 수와 예산을 살펴보면 교육부가 청년정책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과제는 37개로 총 5조 291억 원 규모에 달한다. 중앙행정기관 중 가장 많은 과제 수이며 세 번째로 많은 예산이 편성됐다. △일자리 2개 △주거 1개 △교육 30개 △복지문화 1개 △참여권리 3개 등 전 영역에 걸쳐 교육부 소관 과제가 분포해 있다.

■ 대학생 주거난 해소하기에 역부족 = 청년들이 큰 문제로 지적하는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는 대학 기숙사를 늘린다. 연합 행복기숙사, 사립대 행복기숙사, 국립대 기숙사 등 캠퍼스 내외 다양한 유형의 기숙사를 확충해 매년 6000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기숙사 확충 사업은 청년 주거지원 사업 중 핵심정책 중 하나로 꼽히지만 대학생 주거난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간 교육부는 기숙사 확충 사업을 시행해왔으나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기숙사 수용률은 23.2%에 그쳤다. 2016년 기숙사 수용률은 20.9%로 매년 평균 0.6%p 수준으로 증가한 꼴이다. 이마저도 기숙사 건립보다는 재학생 수 감소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2020년 기준 일반대 기숙사 수용인원은 전년보다 583명 늘었으나 재학생 수는 1만 1759명으로 더 줄었기 때문이다.

(사진 =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정부의 청년정책을 진단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숙사 정책은 효과성에서 ‘중하’의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사업 수혜율은 2.48%(하), 청년층 정책 인지율은 38.1%(중하), 정책 효과성(하)를 기록했다.

김기헌 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학기숙사 확충 및 기숙사비 경감 실효성을 진단한 결과 대상자 포괄성, 자원투입 충분성, 정책환류 충실성, 정책 효과성, 정책인지도 등에서는 중간 이하의 점수를 보였다”면서 “대학기숙사 확충 및 기숙사비 경감은 성과달성 단계가 그다지 좋은 성과를 달성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등록금 부담 낮춘다는 청년정책에 청년들 반발 = 교육부의 청년정책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차지하는 것은 국가장학금 사업으로 2조 7977억 원에 달한다. 이 중 국가장학금 Ⅰ유형이 2조 2400억 원을 차지한다. 교육부는 ‘저소득층 대학등록금의 부담 제로화’를 목표로 올해 이들을 위한 지원금을 52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 하반기 중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국가장학금 개편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학생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장학금 사업 전반의 예산이 확대된다. △국가근로장학금 3829억 원 △인문100년 장학금 255억 원 △예술체육비전 장학금 78억 원 △이공계 우수학생 국가장학금 521억 원 △전문기술인재 장학금 86억 원 등이 있다. 취업연계 장학금으로는 △중소기업 취업 대학생 367억 원 △소기업 선취업 후진학 대학생 369억 원 △농업분야 취·창업 대학생 72억 원 등이 있다.

그러나 청년정책에 청년들이 가장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사항인 ‘등록금 반환’에 대한 대책은 빠졌기 때문이다. 최근 부총리가 ‘원격수업 질 제고가 우선’이라는 발언에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등이 참여하는 등록금반환운동본부가 ‘책임회피’라며 교육부 진입을 시도하면서 한 차례 마찰을 빚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청과 현장의 고충 등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추경으로 특별장학금 형식으로 지원하도록 비대면사업 예산을 마련했다. 올해는 대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고 밝혔다. 등록금반환본부는 이 발언을 강경히 비판하며 1일 교육부 출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을 일으켰다.

이후 교육부가 발표한 청년 정책 시행계획에도 등록금 반환이 제외되면서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여의도공원에서 청와대까지 등록금 반환 및 부담 완화 요구 행진을 하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전대넷은 “대학 교육의 질이 낮아져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해도 외면하고 있다”면서 “대학생들의 삶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등록금 반환 소송도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삼보일배’ 행진을 벌이고 있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사진= 허정윤 기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삼보일배’ 행진을 벌이고 있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사진= 허정윤 기자)

■ 미스매치 문제…“규제개혁 함께 가야” = 올해 신설된 사업으로 눈길을 끄는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도 청년 정책 시행계획에 포함됐다. 미래인재 10만 명 양성을 목표로 올해 832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교육부는 상반기 중 BIG3(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를 포함해 8개 신기술 분야에서 48개 내외 대학을 선정해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간 대학들은 정부가 급변하는 산업구조에 투입할 인력수급 계획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기술 분야 인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 공급은 부족해 일자리 미스매치가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발표한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차세대 반도체, IoT, 지능형 로봇 등 9개 분야에서 부족인원은 11만9597명에 달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해 ‘AI 핵심인재 500명의 출신국가별 비중’을 조사한 결과 미국은 14.6%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1.4%에 그쳐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나마 인력수급전망을 범부처 신기술 인력양성 협업예산 체계(고용부)와 연계해 추진한다.

대학들은 미래 핵심인재 양성에 성공하기 위해서 규제개혁이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은 정원 규제다. 대학 정원은 39년 전 생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 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수도권 대학은 입학정원과 학과 증설이 제한받고 있다”며 “수도권이 지속적으로 팽창하면서 정부는 신도시계획을 통해 주택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대학에 대해서는 다른 정책을 적용하고 있어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학 정원 규제가 노동시장 전반의 미스매치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KDI는 지난해 발간한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에서 “대학 전공과 직업 간 높은 부조화 비율이 각종 정원 규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첨단학과의 경우 증원 효과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45개교에서 첨단학과 4700여 명이 증원됐다. 앞으로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 신설한 디지털 혁신공유대학사업을 통해 대학 간 공동학과 설치 등을 허용하도록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정원규제에 대해선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교육부는 “수도권정비법이 국토부 소관인 만큼 교육부만이 아닌 범부처가 결정해야 할 일이다. 큰 틀에서 정책 대변환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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