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기존 오프라인 교육을 온라인으로 옮긴 이러닝에만 머물러 있어
새로운 교육 생태계인 ‘에듀테크’ 통해 평생교육으로 전환해야
시공간 제약 벗어난 에듀테크로 교육 불평등 해소 가능

이길호 (사)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이 지난 3일 광주 조선이공대에서 열린 ‘2021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5차 콘퍼런스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길호 (사)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이 지난 3일 광주 조선이공대에서 열린 ‘2021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5차 콘퍼런스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에듀테크 기반의 평생교육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길호 (사)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3일 광주 조선이공대에서 열린 ‘2021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5차 콘퍼런스에서 ‘에듀테크와 고등교육’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상용되는 ‘이러닝’과 ‘에듀테크’의 개념을 구분해 설명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이러닝’은 오프라인 교육을 온라인으로 옮겨 접근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 형태다. 반면 에듀테크는 교육의 총체적 디지털 전환을 의미한다. 교육에서의 새로운 생태계가 출현했다는 점에서 전통 교육 방식을 벗어난 평생교육 수단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참석자들에게 ‘전향적 사고’를 주문했다. 대부분의 대학 총장들이 이러닝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본 단계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디지털 기반 교육환경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미국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의 이론을 소개했다. 골딘에 따르면 교육이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불평등이 발생한다. 지금까지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이뤄져 온 전통적 교육방식만으로는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평생교육을 통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교육 불평등 해소는 미래 인재상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 회장은 유럽연합에서 발표한 경제활동 인력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을 인용해 언어나 수학·과학기술 활용 능력들이 과거에 요구됐던 전통적인 능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현대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들은 디지털 능력과 기업가 정신, 문화역량 같은 능력들이다. 그는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방식보다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결된 다양한 형태의 평생교육을 통해 학습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또 다른 예시로 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진로 교육을 들었다. 진로 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질 것 같지만 오히려 학교 밖 기관이나 지역 사회에 의탁해 실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행정은 학교에서 하지만 교육 주체는 외부 기관이라는 점에서 대학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학습 주기의 변화도 감지된다. 학습 주기가 극도로 짧은 ‘마이크로 러닝’이다. 이는 에듀테크 전환의 척도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OECD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지식과 비판적 사고, 소통 능력을 통해 세계 속에서의 개인과 공동체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라고 말했다. 학습자들이 핵심 역량을 함양하려면 기존의 장기간 학습은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일상적 학습으로 진행되는 것이 적절하고 이는 3분, 5분 주기로 학습하고 같은 주기로 피드백을 받는 ‘마이크로러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미국인재교육개발협회 ATD에서 발표한 학습의 70%가 일상적 경험을 통해 이뤄진다는 결과도 언급했다. 이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학습이 학습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효과도 더 크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 러닝과 함께 ‘언번들링’도 에듀테크 전환의 주요 기준으로 봤다. 언번들링은 하나의 단일 시스템이 아니라 개별 분야의 역량이 뛰어난 기업에 업무를 맡겨 효율을 극대화하는 개념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에듀테크 기업들을 동원해 기업의 특화 분야에 맞게 학생 선발, 실습 업무 등을 맡긴 것이 일례다.

고등교육 시장에서 일어나는 지각변동도 교육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 회장은 온라인에서 학위를 수여하거나 자격증을 발행하는 시장의 규모가 1170조 달러라고 설명했다. 이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4분의 1 규모에 육박하는 규모라고 한다. 그는 “한국 교육도 국내만 머무르지 말고 온라인교육 자격증 시장 확대와 같은 세계 흐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대학들이 사라지고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학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고등교윢 기관들이 나타날 거라고도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대학의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에듀테크 도입 시 비용 문제 때문에 고민만 하다 시간을 보내지 말라는 뜻이다. 그는 “빨리 시도할수록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들고 지원도 많이 받을 수 있다. ‘맘먹기’에 달렸다는 뜻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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