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제5차 콘퍼런스 발제자로 나선 박혜자 KERIS 원장 (사진 = 한명섭 기자)
‘2021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제5차 콘퍼런스 발제자로 나선 박혜자 KERIS 원장 (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마크 프렌스키는 ‘어제 가르친 그대로 오늘도 가르치는 건 아이들의 내일을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어느 날 가지고 있던 (수업) 자료들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버렸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다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혜자 KERIS(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은 ‘2021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제5차 콘퍼런스에서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고등직업 교육과 원격교육’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박 원장은 지금은 KERIS에 있지만 교직 생활을 22년이나 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박 원장은 ‘디지털 이주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유명한 미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의 말을 인용하며 교수학습방법의 진화가 절실하며 에듀테크가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불평등 잡기 위한 방법은 ‘교육’…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해” = 현재 교육계의 키워드는 ‘학령인구 감소’, ‘코로나19 장기화’, ‘고교학점제’ 등이 있다. 박 원장은 이러한 키워드들이 가져온 변화가 대학의 위기를 가중할 수 있다고 봤다. 

박 원장은 “대학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가 위기를 가져온 게 아니다. 코로나19로 등교가 어려워지고 고등학교에서 고고학점제를 실시하는 등 교육 환경 자체가 변하고 있다”며 지금의 변화를 언급했다. 고교학점제를 통해서 적성을 찾게 되면 굳이 대학에 바로 진학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학생들이 생길 것이라는 의미다.

박 원장은 교육 복지와 재정지원과 같이 ‘물고기를 나눠주는 방법’이 필요한 때가 있지는 이것은 일시적일 뿐이라며 ‘스스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불평등을 줄이는데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보고서는 2019년 ‘인공지능(AI) 시대에 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라는 2019년 보고서를 공개했다. 박 원장은 해당 보고서의 핵심을 ‘몰입’이라는 키워드로 압축했다. 박 원장은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몰입 교육이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안에는 AI도입, 네트워크 기술, 가상교육 등이 포함돼 있다.

박 원장은 ‘울트라 러닝’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캐나다 교육 콘텐츠 사업가 스콧 영(Scott Young)의 예시를 들었다. 스콧 영은 온라인 무료 콘텐츠로 원하는 지식을 원하는 만큼 배울 수 있다는 개념을 ‘울트라 러닝’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집에서 MIT 컴퓨터공학 33개 수업을 1년 동안 수강했다. 이는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들었다면 4년 동안 수강해야 하는 과정이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스콧 영은 MIT가 공개한 ‘오픈 코스웨어(Open Course Ware)’를 통해 성과를 거두고 저서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박 원장은 “‘울트라 러닝’의 핵심은 자기주도 학습이다. 앞으로의 지식은 교사가 가르치면서 전수되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관심에 맞는 필요 학습 콘텐츠를 찾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봤다. 그리고 자기주도 학습의 중요성은 고교학점제 채택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그렇다면 대학의 역할은 콘텐츠 제공 외에 무엇이 있을까. 박 원장은 ‘소명’을 찾도록 돕는 기관을 대학이라고 봤다. 시대가 급변해도 인간이 가져야 할 소명감과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대전제는 바뀌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미래 인재가 많은 것을 익히고 융합 지식을 아무리 잘 활용해도 이 같은 인문교육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박 원장은 “이 같은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교수자들 먼저 에듀테크에 적응하고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뒤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KERIS도 에듀테크 강화와 교수자들의 발전을 위해 에듀테크 소프트랩을 구축하고 9월 공개할 예정이다.

‘2021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제5차 콘퍼런스 발제자로 나선 박혜자 KERIS 원장 (사진 = 한명섭 기자)
‘2021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제5차 콘퍼런스 발제자로 나선 박혜자 KERIS 원장 (사진 = 한명섭 기자)

■메타버스 시대, 교육에서도 강조될 수밖에 없는 ‘자기주도성’ = 그야말로 무한경쟁 시대다. 대학도 이런 시류를 피하지 못했다. 일반대‧전문대‧원격대가 원격 교육 경쟁에 모두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KERIS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e학습터를 통해 초‧중‧고 안정적인 원격교육의 장을 열어 메타버스를 잘 활용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기관 중 하나다. 박 원장은 “메타는 ‘초월’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대학이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장대익 서울대 교수가 만든 ‘에보클래스’라는 실시간 화상 수업 플랫폼을 언급하며 원격 교육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외국 플랫폼을 사용할 게 아니라 한국형 플랫폼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고 그 안에 대학들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조로 원격교육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직업교육의 특성과 권역별 특화에 대한 전문성은 전문대가 가진 큰 강점이라며 관련 콘텐츠를 한국 학생들을 넘어 아세안 학생들에게도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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