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올해 실시된 ‘2021년 CPA(공인회계사시험)’에서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고연중성’ 구도가 재현됐다. ‘절대강자’ 고려대가 2위 연세대와의 차이를 한층 늘리며 6년 연속 왕좌를 수성한 가운데 지난해 합격자가 큰 폭으로 늘며 파란을 일으켰던 중앙대는 올해도 3위 안착에 성공했다. 4위 성균관대까지 ‘고연중성’ 4개 대학이 최상위 그룹을 형성하는 구도가 완연히 자리를 잡아 나가는 모습이다. 

상위 4개 대학을 제외하고 보면 올해도 ‘이변’은 존재했다. 그간 명성에 비해 CPA에 약세를 보여 온 서울대가 합격자 수를 대폭 늘리며 5위로 올라섰다. 이어 그간 꾸준히 상위 그룹에 이름을 올린 경희대‧서강대‧한양대‧서울시립대‧이화여대가 순서대로 상위 10개 대학에 포진했다.

이번 CPA 결과는 2022학년 수시 원서접수를 목전에 둔 시기에 집계됐기에 수험생들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CPA 합격자 수는 인문계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경영대의 역량과 성과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경영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수험생들은 CPA 결과를 주요 잣대로 삼아 대학을 선택할 수 있다.

본지가 CPA 고시반을 비롯한 대학가와 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6월 26일~27일까지 실시된 공인회계사 2차 시험에 가장 많은 합격자를 낸 대학은 고려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고려대는 152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2016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CPA 배출 1위 대학 자리를 한 차례도 놓치지 않는 기염을 토했다.

이미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기에 올해도 1위가 유력했던 상황이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합격 규모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려대는 지난해 127명에서 152명으로 25명이나 합격자를 늘리며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 한 대학이 150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고려대가 이처럼 큰 폭으로 합격자를 늘린 것은 전체 합격자 규모 확대와 연관이 깊어 보인다. CPA를 주관하는 금융감독원은 “올해 2차 시험에서 전 과목 모두 6할 이상을 득점한 인원을 최종 합격자로 결정한 결과 지난해 대비 62명 늘어난 1172명이 최종 합격했다”고 전했다. ‘합격자 규모 확대’는 곧 대학들의 성적이 더 나아질 여지가 많다는 의미로 그 중에서도 고려대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대의 뒤를 이은 2위 대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세대였다. 연세대는 지난해 대비 12명 늘어난 118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분전했지만 고려대의 상승세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세대는 2015년 고려대를 한 명 차이로 누르며 1위를 차지하는 등 2016년 이전에는 고려대와 엎치락뒤치락 순위 싸움을 벌였지만 이후로는 올해까지 6년 연속 2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는 모습이다.

지난해 2위 연세대를 단 3명 차이로 바짝 추격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중앙대는 지난해 대비 1명 늘어난 104명의 합격자를 내며 3위 자리를 지켰다. 다음으로 지난해보다 4명 많은 102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성균관대가 4위에 안착했다.

올해 CPA에서 100명 이상의 합격자를 기록한 상위 4개 대학의 순위가 2년 연속 변함없이 유지되면서 최상위 그룹이 고착화 되는 모양새다. 이들 대학이 배출한 합격자 수만 보더라도 총 476명으로 전체 합격자 대비 40.6%나 된다.

같은 흐름이 이어진 최상위 그룹 바로 아래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서울대가 91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경희대 등을 누르고 5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56명과 비교했을 때 35명이나 합격자가 늘어난 것으로 상위 10개 대학 중 가장 많이 합격자가 늘어난 사례다.

서울대 경영대는 그간 입학생의 높은 입학성적과 명성에도 불구하고 CPA에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사립대 소속 경영대가 300명 규모의 입학정원을 가진 것에 비해 서울대 경영대는 그보다 한참 적은 135명인 것과 서울대 경영대생들이 CPA보다는 행정고시 재경직 등에 관심을 두고 준비하는 상황 등이 그 이유로 추정된다.

올해 서울대 CPA 합격자가 크게 늘어난 것의 원인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지목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대학 고시반 관계자는 “비대면 수업이 계속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대면 활동을 할 수 없다 보니 시간 여유가 많아진 데다 더 심각해진 취업난 상황에 처한 학생들이 전문직인 CPA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많은 서울대가 그 중에서도 특히 두각을 나타낸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대 다음으로는 경희대가 76명으로 6위를 차지했으며 서강대가 66명으로 7위였다. 한양대가 53명으로 8위, 서울시립대가 41명으로 9위, 이화여대가 40명으로 10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순위 변동만 다소 있을 뿐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상위 10개 대학은 달라지지 않았다.

순위가 상승한 대학은 서울대, 하락한 대학은 경희대, 서강대다. 서울대의 순위가 상승하면서 경희대는 지난해 5위에서 6위, 서강대는 6위에서 7위로 순위가 한 계단 내려왔다. 경희대는 지난해 대비 9명의 합격자가 줄어든 반면 서강대는 8명이나 합격자가 늘었음에도 순위가 하락하는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이들 10개 대학은 앞으로도 CPA에서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올해 상위 10개 대학이 배출한 CPA 합격자는 총 843명으로 전체 합격자 1172명 대비 71.9%를 차지했다. 합격자 10명 중 7명은 상위 10개 대학 출신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상위 10개 대학이 배출한 합격자가 68.4%(759명)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위 대학들의 ‘쏠림 현상’은 한층 강화되는 형국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실시된 CPA를 기준으로 상위 10개 대학의 누적 현황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1위는 고려대였다. 고려대는 5년간 총 599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연평균 120여 명이라는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누적 2위는 꾸준히 2위 자리를 지킨 연세대의 차지다. 연세대는 같은 기간 476명의 합격자를 배출했으며 이어 성균관대 434명, 중앙대 418명 순이었다. 최근 2년간은 중앙대가 성균관대보다 앞섰지만 이전 3년간은 성균관대가 더 나은 성적을 냈기에 누적 순위에서는 두 대학의 자리가 뒤바뀌었다.

5위 경희대가 앞선 대학들에 비해 다소 적은 366명의 누적 합격자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대폭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서울대가 307명으로 경희대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서울대의 5년 누적 합격자는 8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6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이어 서강대가 289명, 한양대가 265명의 CPA 합격자를 배출했으며 서울시립대와 이화여대는 각각 191명과 162명으로 1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