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기 진단 결과 지방대 타격 확연
국가균형발전 위한 교육 투자 절실
대학구조개혁이 대학 간 양극화 원인
공유모델 확산…대학의 활용 방안 고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입학 저우언과 입학 인원 추계도. (사진= 한국대학신문DB)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입학 정원과 입학 인원 추계도. (사진= 한국대학신문DB)

<편집자 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기술패권 시대에 대학들이 미래교육을 위한 인재양성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재정이 없어 최소한의 인프라를 가지고 글로벌 대학들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이 아프기만 하다. 지역 대학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또 미래교육 위한 혁신을 하려고 해도 법 규제와 같은 해묵은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공동기획을 통해 ‘미래교육 위한 고등교육 대전환’이라는 대주제를 가지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上 지역 대학을 위한 지속가능성 확보
中 미래교육 인프라 구축 위한 재정 지원 절실
下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 규제 완화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김상호 대구대 총장은 지난 3월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올해 대입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속출하면서 총장 사퇴로 이어진 첫 사례였다.

8월은 모든 대학이 살얼음판 위에 서 있었다.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를 앞두고 있어서였다. 교육부 발표 결과 52개 대학이 일반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미선정’ 대학으로 분류됐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폭탄을 맞았다”고 표현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탈지방’ 현상이 가속화 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의 유인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대학의 힘만으로 탈지방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역량진단 결과 지방대 수시에 직격탄= 지난 9월 대학 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가 확정되면서 총 52개 대학은 일반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3주기 진단에서는 평가 전부터 큰 비율 차지하는 ‘학생 충원율’을 두고 지방대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주기 진단에서 학생 충원율은 전체 20점을 차지한다. 이는 이전보다 10점이나 높아진 수치다. 해당 평가 배점은 2015년 8점에서 2018년에는 10점, 올해 20점으로 증가하면서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교육 당국은 권역별 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방대에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3주기 진단 결과 일반대의 경우 서울·수도권에서는 성공회대와 성신여대, 인하대를 포함한 11개 대학이 미선정됐다. 대구·경북·강원권 6개교, 부산·울산·경남권 2개교, 전라·제주권 3개교, 충청권 3개교 등으로 수치상 절대적인 불리함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진단 결과로 인한 여파가 지방대에 더 크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올해 수시모집 결과가 대표적이다. 종로학원에서 분석한 ‘대학 기본역량진단 관련 대학 2022 수시경쟁률 현황’에 따르면 3주기 진단에서 미선정된 서울·수도권 대학에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 성신여대, 추계예술대는 경쟁률이 각각 14.3대 1, 11.8대 1, 14.8대 1로 지난해 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모두 10대 1의 경쟁률을 넘겼다. 수원대, 용인대, 한세대는 오히려 지난해 수시모집 보다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3주기 진단 미선정 된 대학 중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역에 위치한 대학은 6대 1의 경쟁률을 넘지 못했다. 사실상 정원 미달이다. 종로학원은 “수시모집에서 미충원이 발생하면 정시로 넘어가는 수시 이월 인원이 증가하고 정시 미충원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균형발전 관련 법안 나와도 근본적인 대학구조정책 바뀌지 않으면 안 돼= 물론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시도는 계속 있어왔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할당제가 대표적이다. 혁신도시가 입주한 지역에서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채용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채용비율이 강제 사항은 아닌데다 예외조항에 따른 허점이 많아 한시적인 유인책에 그친다는 의견도 많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부에서 의무비율 혹은 지방대 학생 선발을 늘리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한시적으로만 가능한 것”이라며 “활용하기 위한 우회적인 방법이 많아 이 제도를 통해 대학을 질적으로 강화하는 건 어렵다”고 봤다.

교육부가 발표하는 지방대 육성책도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지역인재 유출과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인구유출을 막는 지역 협업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축으로서의 지방대 역할을 재정립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제시한 방안은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플랫폼 확대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지역 간 균형 제도화와 국립대 기존 사업의 단계적 통합 △국가장학금 체제개선 △재정지원제한대학 단계별 시정 조치 △한계대학의 신속한 청산체계 구축 △산학협력 촉진 △지역인재 일자리 창출 기반 확보 등이다.

재정지원사업 개편 등 일부 계획에서는 변화의 노력도 보이지만 대부분의 정책이 이미 추진해 온 정책을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 발표 이후 대학교육연구소는 “산학협력 강화, 협업시스템 구축 등 지금 당장 문 닫을 상황이라고 아우성치는 지방대 호소에 비춰보면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진다”며 “한마디로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지방대육성법’에 따라 정권 말기에 내놓은 공허한 계획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여러 교육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이 지방대의 위기를 가속화 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시장주의적 고등교육 정책이다. 대학구조조정의 역사는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정부는 국립대 통폐합과 정원 감축에 구조개혁 초점을 맞췄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을 선별해 해당 대학의 정원감축을 유도했다. 이명박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이 ‘지방대와 전문대 죽이기’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박근혜 정부는 모든 대학을 평가대상으로 설정해 A~E까지 등급을 나눠 대학에 차등적인 정원 감축에 나섰다. 결국 70% 넘는 정원 감축이 지방대에서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는 ‘자율’에 방점을 찍고 대학 기본역량진단이라고 명칭을 달리했다. 그러나 정원 감축 규모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음에도 오히려 지방대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방대의 위기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근본적으로 지방대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대전·충남·세종 지역혁신 플랫폼 참석한 유은혜 부총리.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대전·충남·세종 지역혁신 플랫폼 출범식에 참석한 유은혜 부총리.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공유’는 시대적 흐름… 지역혁신 플랫폼 확대해야=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공유’가 주목받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지역혁신과 국가균형발전을 모토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을 내세웠다. 지자체-대학-기업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상생·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공유대학’을 구축하는 모델이다.

특히 울산·경남 지역은 공유대학인 ‘USG+ 모델’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경남 단일 플랫폼으로 참여했던 USG는 울산을 포함한 복수형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2학기부터 3개 분야 5개 전공에 300명의 학생을 선발해 운영에 들어갔다. 울산·경남 플랫폼은 지역인재를 대상으로 운영한 LG전자 채용연계형 인턴십에 참여한 20명의 학생 중 12명이 채용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은 원하는 지역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기존의 정부지원사업처럼 지원 후 선발 과정을 거쳐 선정된 지역만이 플랫폼 사업에 도전할 수 있다. 지난 5월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 신규 선정에서 대구·경북 지역과 대전·충남·세종이 경쟁 한 결과 대전·충남·세종만 선정됐다. 이 때문에 교육계와 정치권에서도 예산을 늘려 모든 지역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공유대학’은 시대적 트렌드라고 말한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대학 간 연합 체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봤다. 이미 사회·경제적으로 트렌드가 된 공유와 연계를 통해 대학이 상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 교수는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를 통해 대학의 상향평준화와 대학의 학벌구조 혁파는 물론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정하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 소장 역시 ‘공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백 소장은 “(공유대학의) 당연성에는 모두가 필요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대학 간의 공생과 윈-윈 차원에서 공유대학 모델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의 평생교육으로서의 활용 방안도 덧붙였다. 학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대학도 줄여야 한다는 축소지향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대학이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 소장은 “대학이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은 막대하다”면서 “그동안 대교협에서 강조해 온 지역평생교육, 성인 학습자 재교육 기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