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메타버스 실감형 콘텐츠’ 산업 성장세 뚜렷…K-메타버스 영향력 확장
게임·교육 분야에 활용도 증가 예상…전문대 실감형 강의 콘텐츠 공동 개발 나서
학습 기자재 활용하면 학습 효과 최대화 가능, 실감형 콘텐츠 기기 경험도 중요
메타버스·디지털 혁신기술에 기반한 미래형 직업교육기관 모델로 각인 기대

시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세상이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 얘기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집약체인 메타버스는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를 송두리째 바꿔나가고 있다. 기업들은 앞다퉈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나선 가운데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미래 메타버스 세계를 묘사한 영화 ‘ 레디 플레이어 원 ’ 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에서도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해 신입생 입학식과 졸업식을 진행하는 등 이제 메타버스는 교육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전문대학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문대학 58개교는 미래교육을 선도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를 주축으로 이들 전문대와 KT·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는 메타버스 미래교육을 위한 플랫폼 개발과 인재양성에 뜻을 모으기로 하고 협약을 맺었다.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는 메타버스 선도대학 방안을 담은 4건의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본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미래교육을 어떻게 열어갈지에 대한 방향과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최근 가상공간에서 뮤직비디오, 영화, 광고, 공연, 전시 등을 실감형 콘텐츠로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가상증강현실 콘텐츠를 이용하는 실감형 콘텐츠 기술 연구개발과 특허출원은 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한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20년까지 △한국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선진 5개국(IP5) 특허청에 출원된 실감형 콘텐츠 기술 관련 특허는 총 3만1567건에 달했다. 2010년 이후 연평균 19%씩 가파르게 성장했다. 한국의 전체 출원 건수는 총 4524건으로 2010년 이후 5%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실감형 콘텐츠 관련 국제 산업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라테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메타버스 서비스를 더욱 실감나게 하는 실감형 콘텐츠 기술 분야인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의 국제산업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배 성장해 약 2700억 달러(약 303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락 특허청 컴퓨터심사과 심사관은 “앞으로 한국은 메타버스 등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실감형 콘텐츠 기술과 인공지능(AI)기술 등 신기술을 융합함으로써 급부상하는 새로운 관련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신기술로 세계시장을 폭넓게 활용한다면 K-메타버스의 영향력을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실감형 콘텐츠 연구개발과 특허출원이 한국에서도 늘고 있는 것을 방증하듯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타 분야에 비해 변화에 소극적인 교육계조차 실감형 강의 콘텐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회장 박주희, 이하 학회)를 중심으로 전문대 58개교가 메타버스 실감형 콘텐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전문대학 실감형(XR)강의 콘텐츠 제작 수요조사 및 공동 개발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기획안을 마련했다. 보고서를 한 줄로 요약하면 ‘실감형 강의 콘텐츠 공동 개발을 통한 디지털혁신 전문대학 구현’으로 전문대가 메타버스 미래교육을 선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고서는 공동 연구개발 취지에 대해 ‘비용 절감’과 ‘공유’를 들었다. “대학 교육을 위한 실감형 강의 콘텐츠 개발은 주로 고위험과 체험불가, 고대가성, 고비용 분야에서 활발히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현재 전문대의 재정적 어려움과 실감형 기술에 관한 개발 경험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할 때 각 대학 차원에서 실감형 기술을 활용한 양질의 콘텐츠를 운영하기에는 높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더욱이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융합형 콘텐츠 설계와 강의 방법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따라서 기술적 도입뿐만 아니라 교육적 활용의 가능성 검증을 위해서라도 다수의 대학의 개별 사례를 공유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실제로 작년부터 전문대 58개교는 메타버스 미래교육 선도를 위해 △대학 메타버스 인프라 구축에 따른 중장기 전략 로드맵 공동 연구 △학생중심 AR·VR 기반 실감형 콘텐츠 개발 및 교육과정 운영 △메타버스 기반의 교육과정 공동연구 △메타버스 활용 교육혁신모델과 교직원 역량강화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학회는 실감형 콘텐츠 연구개발을 위해 기업과도 손을 잡았다. 지난 3월 31일 학회는 KT·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와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인재양성 관련 협약을 맺었다. 당시 박주희 회장은 개회사에서 “비대면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신속히 대응하고 이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미래 교육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기반 교육체계를 구축하는 데 전문대가 앞장서고자 한다”고 협약 취지를 밝혔다. 협약식에 참석했던 신수정 KT Enterprise 부문장은 “전국 전문대와 KT가 AI융합 인재양성 컨소시엄을 구성해 선도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창출함으로써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 기반의 AI융합교육과 인재양성에 KT가 큰 힘이 되고자 한다”며 “이번 협약으로 KT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학회가 구상하고 있는 메타버시티에 접목시켜 향후 전문대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학에서 미래 직업교육에 최고 선구자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피력했다. 

■ 전문대 58개교 메타버시티를 향한 실감형 콘텐츠 개발 ‘필요’ = 최근 학회는 메타버스 컨소시엄에 참여 중인 전문대 58개교를 대상으로 ‘실감형 콘텐츠 제작 수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메타버스의 구축 및 활용이 향후 대학 경쟁력 강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나’라는 질문에 64.5%가 ‘높음’이라고 답했다. 이어 △매우 높음(22.6%) △보통(11.8%) △낮음(1.1%) 순이었다. 긍정적 응답은 총 87.1%로 대학들은 메타버스가 대학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고 봤다. 이들은 실감형 콘텐츠 개발에 대한 열망도 컸다. ‘대학에서 실감형 콘텐츠 활용 및 개발에 대한 요구도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서 56.8%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해 강의를 하고 있는 대학은 적었다. ‘실감형 콘텐츠 개발 또는 활용 경험이 있나’라는 질문에 60.2%가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여파로 대학 재정에 직격탄을 맞아 콘텐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현재 메타버스가 대학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학이 도입의 시급성과 필요성, 활용도는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환경이 대학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비대면 교육과 비교과 교육 전반에 현장중심교육에 활용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역설했다. 향후 산업 전반에 있어 실감형 콘텐츠가 가장 많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군으로는 △게임 △교육 △건강관리가 꼽혔다. 

한국영상대는 작년 실감영상콘텐츠과를 신설했다. (사진=한국영상대 제공)
한국영상대는 작년 실감영상콘텐츠과를 신설했다. (사진=한국영상대 제공)

■ 메타버스 기반 강의 위한 실천전략 수립 = 학회는 연구를 통해 실감형 콘텐츠 기반 강의의 효과성 증진을 위한 실천전략도 모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감형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어포던스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학습 기자재를 활발히 사용해야 한다”며 “강의 환경에서 실감형 콘텐츠 기기를 활용하고자 할 때 학습 기자재를 이용하면 학습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의 전에 학습자가 기기와 콘텐츠에 익숙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줘야 하는 대목도 주목해야 할 내용이다. 기기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면 제한된 시간 내 학습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실감형 콘텐츠 기기 경험은 팀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팀 구성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팀 구성은 기기 한 대당 최소 2명에서 최대 4명이 적당하지만 연구 결과 2명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외에 경험학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학습자가 직접 실감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과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적용한 혼합현실과의 연계도 실감형 콘텐츠 기반 강의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회 관계자는 “전문대에서 실감형 콘텐츠 운영의 필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대면 환경에서 실습 중심의 교육과 현장성 높은 교육을 직업교육에 도입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며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대학 교육은 미처 준비할 시간도 없이 비대면 온라인 강의 중심으로 전환됐다. 현장실습이 다수였던 전문대는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감형 콘텐츠 운영의 필요성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실감형 콘텐츠가 경험을 통한 학습을 더욱 확장한다는 점에서 전문대는 적극적으로 메타버스의 한 축인 실감형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며 “전문대 58개교가 팀워크를 이뤄 우수한 실감형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비용적 측면과 교수학습 측면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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