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아시아교육협회 설립, AI 맞춤형 교육 등 에듀테크 활성화 앞장
대전환 시대, ‘하이 터치 하이 테크(High Touch High Tech)’로 교육혁신 선도
9월 3~5일 ‘HTHT 2022 글로벌 콘퍼런스’ 개최…미래교육 방향성 논의
“교육혁신이 기술발전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 교육이야말로 가장 개방적·혁신적이어야”
“HTHT는 완성된 개념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개념”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은 “HTHT는 완성된 개념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은 “HTHT는 완성된 개념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가만히 있으면 낙오된다. AI 교육이라는 파고가 몰아치는 대전환의 시대는 다른 산업보다 보수적인 교육계에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금 고등교육은 ‘하이 터치 하이 테크(High Touch High Tech)’ 교육이 열어젖힌 미래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HTHT는 AI 기반의 ‘지능형 개인 교습체제(Intelligent Tutoring System ; ITS)’를 통해 교수의 강의부담을 대폭 줄이는 차세대 교수학습 시스템이다.

낙오될 것이냐, 앞서 나갈 것이냐.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을 교육계에 던진 이는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이다. 대학 교수, 17대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주호 이사장은 2020년 아시아교육협회(ECA)를 국내에 설립하고 HTHT 모델을 국내에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 바탕에는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이 있다. 지난해 HTHT 개념을 확산하기 위해 HTHT 2021 글로벌 콘퍼런스를 개최한 데 이어 9월 3일부터 5일까지 ‘교사가 바꾸는 세상’을 주제로 HTHT 2022 글로벌 콘퍼런스를 여는 것도 ‘교육은 단연코 미래’라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테다. 이주호 이사장과의 만남은 그래서 반가웠다. 지난달 30일 서울 아시아교육협회에서 이 이사장을 만나 불안과 확신이 교차하는 미래교육의 밑그림을 들여다봤다.

- 9월 3일부터 5일까지 HTHT 2022 글로벌 콘퍼런스가 열리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개최된다. 올해는 HTHT를 실행할 주체인 교사와 교수의 주인의식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당히 반응이 좋다. 주제를 ‘교사가 바꾸는 세상’으로 잡았는데 인공지능(AI) 시대는 교수자가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AI시대 이전에는 교수자가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키워주고 혁신의 허브 역할도 해야 한다. 과거에는 교수자가 개혁에 저항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크게 변했다. 교수자가 주인의식이 없으면 안된다. 교수자의 주인의식을 함양하려면 다양한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서 비전을 공유하는 콘퍼런스가 중요하다.
마지막날인 5일에는 대학 혁신 사례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관심있는 대학 관계자들의 많은 참여 바란다. 특히 AI를 활용한 학생 개인별 맞춤형 학습법을 선도적으로 실현한 국내외 대학혁신 교육모델을 주목할 만하다. 애리조나주립대(ASU)와 퍼듀 글로벌대, 서던 뉴햄프셔대가 해당된다. 서던 뉴햄프셔대는 AI에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이렇듯 HTHT는 이미 완성된 개념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계속 개발해나가면서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사진=한명섭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국내에도 AI 기반 맞춤형교육을 실시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문제는 재정이다. 대학가에서는 정부가 교육혁신만큼은 지원해달라는 목소리가 많다.
“교육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아시아교육협회에서도 그동안 초중등교육의 경우 민간 장학재단이나 기업 펀딩을 받아서 HTHT 모델을 시행해왔다. 초중등 교육은 교육청의 재원으로 지원이 가능했고 고등교육도 발맞춰서 교육부의 지원사업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학습 격차가 심화되고 특히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 간 교육격차가 더욱 두드러지는 현실에서 이를 해소할 방안이 AI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교육이다.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측정해서 이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HTHT다. HTHT를 도입한 대학 가운데 상당수가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중하위권 학생을 겨냥하고 있다. 이 정도는 정부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범위인 만큼 교육부에 제안하려 한다.”

- HTHT가 완성된 개념이 아니라 진화하는 개념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인재상이 바뀌고 있다. 기업에서 MZ세대 이야기가 나오지만 신세대들은 과거와는 다른 역량을 갖춰야 하고 교육적으로도 다르게 접근해야 해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도 시대 변화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 교육의 지식 전달 기능에만 초점을 맞출 때는 교육이 빨리 바뀌면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지금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교육이야말로 가장 개방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한다. 교육이야말로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고 소위 말하는 대전환이 일어나야 하는 분야기도 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 고든 브라운 UN 교육특사는 “맞춤형 학습도 일부 학생들의 전유물이었다”면서 “HTHT를 대다수 학생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아시아교육협회는 2020년 4월 설립 이후 △글로벌 컨소시엄 △격차해소 컨소시엄 △스타트업 컨소시엄 △대학 컨소시엄 4개의 HTHT 컨소시엄과 다양한 HTHT플랫폼을 통해 총 1만 2561명 국내 학생과 3302명 개도국 학생에게 HTHT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이 중 글로벌 컨소시엄은 베트남과 우루과이 학생들에게 HTHT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우루과이의 ‘플랜 세이발(Plan Ceibal)’을 주목할 만하다. 플랜 세이발은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에게 랩톱(laptop) 컴퓨터를 일대일로 보급하는 것을 골자로 2007년 공식 개시된 프로젝트다. 우루과이는 이를 통해 2016년까지 초등학생과 교사 75만 명 이상에게 랩톱을 배부했다. HTHT 2022 글로벌 콘퍼런스 첫째날인 3일 우루과이와 베트남의 사례가 공유될 예정이다. 한국이 교육 때문에 성공한 나라고 교육 때문에 힘든 나라이기도 한데 세계교육에 희망을 주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본다.”

- ‘AI교육 전도사’로 유명하다. AI교육과 에듀테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장관 시절 추진했던 정책들 가운데 입학사정관제처럼 현장에 자리잡지 못한 정책에 대한 문제해결 욕구가 있었다. 교육 분야와 관련해 외국에서 활동하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고 고든 브라운 특사가 그걸 알고 2017년 UN 총회의 한 분과인 ‘국제교직혁신기구(Chair of Education Workforce Initiative)’ 의장을 제게 맡겼다. 교육 혁신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다 보니 마이스터고나 자사고 등 학생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학교 유형을 다양화한 고교다양화 정책의 한계가 보였다. 역량이 뒤떨어지는 학교도 있다 보니 소위 말하는 서열화가 생기고 마이스터고는 현장에 안착했지만 자사고는 폐지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현실이 바로 다양화의 한계점이라고 봤다. 만약 일부 학교가 아닌 모든 학교가 다 좋아지면 교육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학교가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자 다양화의 핵심은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학교가 많아지는 거다. 그게 바로 ‘개별화’고 AI가 가장 잘하는 게 개별화다. 헬스도 환자의 몸 상태를 측정해 맞춤형 처방을 AI가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도 그런 기술이 도입된 거다. 장관직을 마칠 때쯤 미국에서 AI교육이 시작됐고 2010년 후반부터 실리콘밸리의 교육혁신기업에 중국이 대대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미중 경쟁 체제에서 한국이 AI 교육 혁명의 중심 허브가 되도록 지원하기 위해 아시아교육협회를 만들게 됐다.”

- AI교육을 말할 때 메타버스를 빼놓을 수 없는데.
“메타버스도 획기적 기술이라기보다는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AI튜터가 아무리 학생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해도 학생들이 흥미가 없으면 소용없다. 메타버스는 게임에서 시작한 기술이다 보니 학생들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점에서 동기부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물리적 공간도 일대일 공간도 아닌 새로운 학습공간에서 많은 학생들이 함께 토론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시아교육협회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세계시민교육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11월 NHN 에듀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의 세계시민교육 콘텐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게 그 일환이다. 환경교육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다. 환경교육과 같은 세계시민교육은 낡은 교육 방식이 오랫동안 굳어진 교과들과 달리 새로운 교육 방식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서 메타버스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HTHT 교육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혁신이 기술발전을 외면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거다.”

-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교육 혁신 정책은.
“미래를 봤으면 좋겠다. 교육은 단연코 미래다. 지금은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시대다.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 아니라 낙오된다. 새로운 혁신을 찾아야 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는 현장 주도로 갈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이끈다고 생각지말고 최대한 현장의 혁신이 자발적으로 일어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환경이란 건 결국 규제개혁을 말한다. 대학은 아예 교육부가 손을 떼야 한다.” 

이주호 이사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오른쪽)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주호 이사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오른쪽)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이주호 이사장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제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2008년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을 거친 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차관, 2010년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 유엔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 위원, 유엔 국제교직혁신기구 의장을 맡고 있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있으며, 2020년에는 ECA(사단법인 아시아교육협회)를 설립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담=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사진= 한명섭 기자 / 정리= 장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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