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2차 고교학점제 정책 공개 포럼’ 13일 서울 양재에서 열려
전면 시행 앞둔 고교학점제, 농어촌 소규모 고교에 적용 방안 고민
시범 운영 중인 국내 고교를 비롯해 핀란드, 미국 등 해외 선진 사례 소개
“학생 학습권 보장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지역·지자체와의 연계 중요”

교육부가 17개 시·도 교육청과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2022년 제2차 고교학점제 정책 포럼 –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서의 고교학점제 안착방안’을 13일 열었다. (사진=김한울 기자)
교육부가 17개 시·도 교육청과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2022년 제2차 고교학점제 정책 포럼 –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서의 고교학점제 안착방안’을 13일 열었다. (사진=김한울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가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서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 △교육부 △17개 시·도 교육청 △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으로 ‘2022년 제2차 고교학점제 정책 포럼 –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서의 고교학점제 안착방안’을 13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개최했다. 고교학점제는 이전의 고교 교육체제를 대학교육과 동일하게 학점제도로 운영하는 제도다. 오는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현재 일반계 고교의 84%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일반계고 외에도 마이스터고로 알려진 산업수요맞춤형고를 거쳐 올해는 특성화고에도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서 제도의 타당성을 검증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교원의 업무 부담이나 운영 여건의 불편함 등 여러 문제점도 튀어나왔다. 지난 7월에 고교학점제 점검 TF를 구성한 교육부는 이번 포럼에서는 고교 관계자들의 제언을 듣고 이미 도입한 해외의 사례를 통해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고교학점제를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를 가졌다.

강장원 보성고 교사. (사진=김한울 기자)
강장원 보성고 교사. (사진=김한울 기자)

■ 소규모 학교 현장의 목소리…“학생은 없는데 부담은 크다” = 포럼은 △국내 사례 소개 △해외 사례 소개 △종합토론 순으로 이어졌다. 국내 사례 소개의 시작은 전남 보성고에서 고교생을 가르치고 있는 강장원 교사가 맡았다. 강 씨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앞서 소규모 고교의 실상을 전달하고 제도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측면을 전하기 위해 나왔다”며 “현실적인 제언과 실현가능한 방안을 전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적어 교사가 도시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교사 경력 3년 이하의 저경력 교사가 배치되는 등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강 교사는 “학생 선택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서 소규모 고교는 안정적인 학사 운영을 위해 교사 배치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고교학점제라는 추가 교육과정 운영 시 교외 강사 채용을 고려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소규모 학교 현장의 현실을 전했다.

또한 도시 지역에 있는 고교학점제 거점고교와의 공동교육과정 운영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과 중이나 방과 후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원거리 이동에 따른 학생들의 시간 소요와 안전 문제”라며 “참여 학교 간 학사 일정도 맞춰야 하는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영 대정고 교감. (사진=김한울 기자)
이재영 대정고 교감. (사진=김한울 기자)

이재영 대정고 교감도 이에 공감했다. 이 교감은 “교사 수와 수업 운영 공간 부족으로 고교학점제 운영과 함께 확대된 수업을 진행할 자격을 갖춘 교사 채용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차선책으로 시간강사나 기간제 교사 채용도 고민했지만 이 또한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기존 교원들의 부담이 점점 쌓이고 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져 학생 이탈율이 서서히 줄어왔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도 시범 도입과 함께 2017년 55개 과목에서 2018년 111개 과목으로 늘어나면서 교원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긍정적인 반응과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정고는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인해 3개 과목 이상 담당 교사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교원 교육과 전격적인 의견을 수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교감은 “힘든 상황에서도 농어촌 소규모 지역의 학교들은 스스로 앞길을 개척하고 있다”며 “협력적이고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바탕으로 학교 유형에 따라 적합한 교육과정 모형을 개발하고 제반 여건을 구축해나간다면, 고교학점제가 어느 학교든 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의 맞춤형 정책과 지원을 주문했다.

강은희 인천광역시 교육청 중등교육부 장학사. (사진=김한울 기자)
강은희 인천광역시 교육청 중등교육부 장학사. (사진=김한울 기자)

■ 시범 운영 중인 고교학점제 교육모델 소개한 교육청 = 이 교감에 이어서 강은희 인천광역시교육청 중등교육부 장학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강 장학사는 먼저 강화군과 옹진군에 속한 일반고 10개교를 예시로 들었다. 10개교 중 2개 학교는 학년별 2학급, 5개 학교는 학년별 1학급을 갖고 있는 소규모 학교다. 심지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통합돼 있는 경우도 있어 한 교원이 중‧고등학교 수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교별 개설과목은 보유한 교과의 범위에 따라 교사정원을 제한한다”며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다양한 과목 개설이 필요한 시점에서 교원 부족이 항상 발목을 잡게 된다”고 말한 뒤 교원에 대한 전문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인천 지역은 고교학점제 자체 교육모델인 ‘G-T(Grow-Together) 선도지구’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집중 이수 공동교육과정 △거점센터를 활용한 학생 과목 선택권 확대 등을 목표로 삼은 선도지구 사업은 소규모 고교가 도시 지역 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소규모 학교의 한계를 직시해 다른 학교와의 연계·협력을 지원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 체험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학점제 이미지 제고, 교사 연수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시범 운영 3년째에 들어서면서 실습 위주의 교과목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등 소규모 고교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지연 경기도 이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사진=김한울 기자)
전지연 경기도 이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사진=김한울 기자)

전지연 경기도 이천교육지원청 장학사는 ‘남한강 고교학점제 선도지구’를 소개하며 교육청이 지역사회와 함께 협업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전 장학사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가 할 수 있는 여건에는 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이천교육지원청은 고등학교 간 협력과 교육지원청과 이천, 여주, 양평 등 지역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고 언급했다. 이천교육지원청은 지역의 특색을 살린 교과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교원 간 소통 강화를 위해 교과 만남의 날을 추진하는 등 소규모 고교가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더욱 원활한 제도 운영을 위해 도 단위 고교학점제 지원센터 설치도 제안했다. 이외에도 그는 지역 내 자격교사 부족 문제에 대해 고교학점제 교과순회전담교사에 대한 배치 기준 유연화를 주장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교육청의 목소리도 함께 교육부에 전달하고자 했다.

실시간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류선정 한국-핀란드 교육연구센터 센터장이 핀란드의 고교학점제 실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실시간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류선정 한국-핀란드 교육연구센터 센터장이 핀란드의 고교학점제 실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 고교학점제 도입한 핀란드·미국·호주의 모범사례 ‘눈길’ = 국내 사례 발표가 끝난 후에는 고교학점제를 이미 도입해 교육적 효과를 보고 있는 해외의 모범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류선정 한국-핀란드 교육연구센터 센터장은 실시간 온라인을 통해 지자체와의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대학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핀란드의 고교학점제 운영을 소개했다.

2040년까지 소규모 고교를 위한 디지털 학습기반 확충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핀란드는 기본적인 교과목 외에도 △E-스포츠 △운전 △구기 종목 △항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정을 고등학교부터 갖추고 있다. 이처럼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로 류 센터장은 △교사 선정의 유연함 △임용 이후의 교원 교육 체계 구축 △정부 차원의 농어촌 지역 학생 개별 보조 지원 정책 확보 등을 들며 한국에서도 도입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주장했다.

존 글라스고 미국 지방학교공동체(RSC, Rural Schools Collaborative) 매니저와 케이틀린 클로더스 호주 퀸즐랜드주 교육부 농어촌 및 원격교육 담당관은 각각 미국과 호주의 농어촌 고교 개혁 실천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은 국가와 지역정부에서 농어촌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고 농어촌 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고교학점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과에 대한 교육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역 교육계와 지자체 간 긍정적인 파트너십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교원 수 부족 문제를 겪고 있음을 언급한 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학교 간 교원 공유 △교원 학습 권리 보장 △교원의 수업권 보장 등을 제시했다.

모든 발표를 마친 뒤에 관계자들 간 종합토의와 질의, 토론 시간이 주어졌다. 오프라인 행사와 함께 실시간 생중계로 진행했기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국내외 관계자들은 국내와 해외 사례 발표 중 궁금했던 내용이나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제안을 교육부와 교육청에 전달했다.

특히 교원 수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토론에 참석한 대부분이 공감했으며 근본적인 교원 수를 늘리는 방안보다는 현재 있는 교원의 능력 향상 필요성과 더불어 이를 발휘할 수 있는 교원 교육 프로그램을 확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여럿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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