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개 전문대 ‘공유‧협력’ 강화 한뜻으로 모인 세계 최초 사례…미래교육 문 열어
타 메타버스 플랫폼과 달리 ‘교육’에만 초점 맞춘 플랫폼…학습 편의성 극대화
전문대 정체성 실험실습 강화…메타펜타곤으로 비교과 프로그램 활성화 기대

메타버시티는 메타버스를 상징하는 가상의 우주를 기본 세계관으로 설정했다. 메타버시티 안에는 각각의 학교 그리고 기업 등이 행성별로 구축돼 있어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행성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이미지=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제공)
메타버시티는 메타버스를 상징하는 가상의 우주를 기본 세계관으로 설정했다. 메타버시티 안에는 각각의 학교 그리고 기업 등이 행성별로 구축돼 있어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행성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이미지=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제공)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이것은 하나의 거대한 우주다. 공유와 협력이라는 기치 아래 미래교육이 꿈틀대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문대학 63개가 모여 구축한 메타버시티(Metaversity) 플랫폼 이야기다. 메타버시티는 메타버스(Metaverse)와 유니버시티(University)의 합성어로 전문대학 공동 메타버스 공간이다.

메타버시티는 메타버스를 상징하는 가상의 우주를 기본 세계관으로 설정했다. 메타버시티 안에는 각각의 학교 그리고 기업 등이 행성별로 구축돼 있어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행성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대학별로 사용가능한 강의실이 15개씩 주어져 24시간 아무 때나 수업을 진행하고 들을 수도 있다. 철저히 교육 중심으로 설계된 플랫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본지는 창간 34주년을 맞아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와 함께 메타버시티 플랫폼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메타버시티의 의미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분석해 봤다.

■ 오로지 ‘교육’에만 초점 맞춘 자발적 공유‧협력 메타버스 플랫폼 = 메타버시티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하게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전문대 63개교가 자발적으로 공유와 협력이라는 기치 아래 모인 전 세계 최초 사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에 따르면 기존에 유행하는 기업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과는 다르게 메타버시티는 수업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다. 교수자의 강의 준비나 수업에서의 여러 가지 기능을 장착해 교수자에게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대한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대학별로 사용가능한 강의실은 15개씩 주어져 24시간 수업을 진행하고 들을 수 있다. 입학식, 졸업식과 같은 여러 가지 행사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과 같은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자료 = 조훈 교수 제공
자료 = 조훈 교수 제공

자발적으로 구축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강문상 인덕대 교수는 “3년째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전문대의 강점인 실험실습이 약화되면서 메타버스 공간에서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을 활용한 실험실습이 대안으로 떠올랐다”며 “대학가에서 메타버스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비용 문제로 구축에 나서지 못하던 찰나에 공동 사용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니까 학회에서 홍보도 안했는데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대가 미래 산업을 선도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자발적 참여를 이끈 배경으로 지목된다.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은 “대학이 기업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선도적으로 양성하고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지금껏 전문대가 그러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메타버시티 구축 구상이 이뤄졌다”며 “전문대가 AI나 메타버스, 빅데이터와 같은 미래 신기술을 주도적으로 선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지난해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 취임날 취임 일성으로 메타버스를 전문대가 선도하자는 취지를 전문대 총장들에게 설명했더니 다들 공감했다”고 전했다. 

비용 절감도 요인으로 제시된다. 박주희 회장은 “개별 대학이 할 수도 있지만 메타버스 환경과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예산도 많이 들고 쉽지 않은 일”이라며 “작년부터 한 대학당 2000만 원씩 분담해 공동 경비로 운영하는데 호응이 좋다. 실감형 콘텐츠 하나 제작하는 데만도 1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를 여러 대학이 나눠서 내면 부담이 덜하다”고 귀띔했다.

일반대와 달리 전문대 63개교가 빠른 시일 내 메타버시티 구축이 가능했던 이유로는 전문대에 닥친 위기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박주희 회장은 “일반대보다는 전문대가 위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서로 위기를 타파해보자는 전문대 지도자들의 결심으로 전문대가 발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에 따르면 현재 메타버시티 플랫폼은 63개 대학 20만 4000명 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참여 대학은 △가톨릭상지대 △강동대 △강릉영동대 △강원도립대 △거제대 △경기과학기술대 △경남도립거창대 △경남도립남해대 △경민대 △계원예술대 △구미대 △군장대 △기독간호대 △대구보건대 △대원대 △대전과학기술대 △대전보건대 △동강대 △동남보건대 △동서울대 △동아보건대 △동양미래대 △동원과학기술대 △동의과학대 △마산대 △명지전문대 △목포과학대 △문경대 △배화여대 △백석문화대 △부산여대 △부천대 △삼육보건대 △서울여자간호대 △서일대 △서정대 △선린대 △세경대 △수원여대 △순천제일대 △신성대 △ 아주자동차대 △여주대 △연성대 △연암공대 △연암대 △오산대 △용인예술과학대 △우송정보대, △울산과학대 △원광보건대 △유한대 △인천재능대 △전남과학대 △전주비전대 △제주관광대 △조선간호대 △춘해보건대 △충북도립대 △충북보건과학대 △충청대 △한국승강기대 △한양여대다.

영화의 한 장면으로 가상공간에서 회의하는 모습. 메타버시티는 2025년이면 홀로그램을 이용해 가상공간의 학생과 교실에 출석한 학생 간의 동시 수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제공)
영화의 한 장면으로 가상공간에서 회의하는 모습. 메타버시티는 2025년이면 홀로그램을 이용해 가상공간의 학생과 교실에 출석한 학생 간의 동시 수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제공)

■ 메타버시티에서도 LMS로 수업 듣는다 = 메타버시티의 주요 목적이 교육인 만큼 메타버시티에 LMS를 구축하는 것이 컨소시엄의 1차 목표다. 컨소시엄은 미래혁신적 교육 실천을 위해 3개 연도 목표를 세웠다. 1차 연도의 목표는 메타버시티 공동 플랫폼 구축 및 적용이다. 구축된 대학별 LMS 연동을 통한 수업이 2차 연도 목표다. 3차 연도는 메타버시티 안에서의 가상실습과 일반수업을 목표로 삼았다.

LMS 구축을 통해 컨소시엄 대학 간 공유‧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문상 교수는 “코로나19로 전문대들이 3년째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대학이 온라인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놨을 텐데 대학마다 10개씩만 올려도 630개 콘텐츠가 생긴다”며 “교양이 약한 전문대 약점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컨소시엄 대학 학생들은 기존 소속 대학의 LMS에 개설된 수업도 듣고 메타버시티 안에 개설된 630개 과목 중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LMS 구축이 완료된 후에는 실제 학점 부여와 디지털 뱃지 발급으로까지 이어진다. 박주희 회장은 “올해 겨울쯤 LMS 구축이 완료되면 내년에는 메타버스에서 이뤄진 강의에 학점이 부여되고 디지털 뱃지도 발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 뱃지는 정규교육 이외 프로젝트 활동과 마이크로디그리 등 다양한 디지털 교육‧경험‧자격 이력을 누적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온라인 자격증 발급 시스템이다.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운영하는 △메타버스 윤리전문가 △메타버스 교육전문가 △메타버스 콘텐츠 크리에이터 과정이 민간자격으로 인정받으면서 수료자들은 민간 자격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박주희 회장은 “해당 자격을 이수한 63개 대학 교직원들에게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고 본인이 선택하면 디지털 뱃지로 발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메타펜타곤’으로 비교과 프로그램 활성화 =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과는 달리 동아리와 같은 비교과에 적합하게 설계됐다는 것도 메타버시티의 특징이다. 메타버시티를 통해 동아리와 같은 비교과 프로그램도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메타버시티에서 비교과는 메타펜타곤(META PENTAGON)으로 정의된 5개의 영역에서 진행된다. 교과과정이 직무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메타펜타곤은 학생들의 핵심역량과 직업 기초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곳이다.

메타펜타곤은 5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창업동아리, 학습공동체, 학생자치(취미)동아리 △전공과 자격증 등의 스터디동아리 △메타버스교수학습 연구모임과 각종 특강 △메이커스페이스와 교내외 각종경진대회, 입학식, 졸업식, (캡스톤디자인)전시회 △리더십 캠프, 취업 캠프, 진로 상담 △글로벌현장학습과 글로벌창업 경진대회, 팀별 글로벌(국내포함) 탐사 스터디 등의 영역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메타버시티의 종착지는 결국 전문대의 정체성이다.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는 오는 2024년 메타버시티에 완벽한 VR 기반의 가상실습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문상 교수는 “아직까지 메타버스 안에서 VR 기반의 실험실습이 잘 되지 않는 이유가 집에서 VR 기반의 실험실습을 할 5G 등의 네트워크 환경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시간이 지나면 메타버스가 활성화됨에 따라 관련 플랫폼이 대량생산되고 수요도 많아지면서 가격이 떨어질 시점이 되면 완벽하게 메타버시티 안에서 VR 기반의 실험실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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